의료팀과 물류담당자로 구성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5월 2일, 해상난민구조센터와 함께 MY PHEONIX 배에 올라 지중해상에서 수색 및 구출 활동을 시작합니다. 탈수와 저체온증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진료와 같은 복잡한 응급 상황에도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안한 치안과 폭력, 빈곤을 피해 매년 고국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아프리카 지역을 지나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탈출을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는다. 보고에 따르면 2014년에만 3400여 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올 들어 벌써 1500명 이상이 유럽으로 가는 이 바닷길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익사했다.
지중해를 건너는 여정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유럽에 도착한다 해도 대개는 열악한 상황에서 억류되기 일쑤다. EU 국가 중 상당수가 국경을 봉쇄했으며 임시 수용 시설들은 많은 수를 수용하기에 시설이 열악한 실정이어서 그들은 수용국에서 기본적인 거처조차 얻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억류된 사람들은 그나마 운 좋은 축에 속한다. 2015년은 지난 4개월 동안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해가 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난민 구조작전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이 폐지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지중해가 거대한 무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럽 경찰도 이런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습니다. 교전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보면서도 유럽은 국경을 봉쇄했고 목숨을 걸고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결국 바다에서 죽으라고 강요하는 꼴입니다.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즉시 구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이탈리아 회장인 로리스 드 필리피(Loris De Filippi)의 말이다.
시급하게 필요한 해양 수색과 구조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해상난민구조센터(MOAS)와의 협력하여, 위기를 피해 목숨을 걸고 안전한 유럽의 피난처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이 활동은 지중해를 건너는 사람들의 숫자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인 5월에서 10월 사이에 이뤄진다. 국경없는의사회와 해상난민구조센터 공동 팀은 40미터짜리 구조선인 ‘마이피닉스’ 호를 타고 지중해에 주둔할 것이다. 쾌속 고무보트, 표류 난민 수색용 드론(무인비행기)을 장착하고 20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마이피닉스 호는 곤경에 빠진 난민들을 구조할 예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구명 응급 조치를 제공하고 탈수, 연료로 인한 화상, 심각한 햇볕 화상, 저체온 증 등을 치료할 것이다. 이들은 또한 산부인과 치료 같은 복잡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심폐소생술과 1차 응급 처치도 제공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색 구조 임무뿐만 아니라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에게도 의료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또한 세계 전역에 있는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원조를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사태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 행을 결정한 이유는 우리 시대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3,500명 이상의 남녀노소가 유럽으로 들어오려다 죽었고, 우리는 이런 사태를 매우 비극적이고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2015년 1사분기에 행방불명자이거나 사망자로 보고된 사람들의 숫자만으로도 이미 지중해 사망자의 지난 기록이 깨진 상황이다. 역사에 남을 일이다. 우리의 활동만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 활동을 할 여력이 있으니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이다.
지중해 이주민들과 난민들은 어느 곳에서 오는가?
입수한 데이터에 의하면 대부분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중동 지역의 교전과 인도주의 위기를 피해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망명 결정이 고국의 끔찍한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치와 무관한 단체이다. 그런데 왜 이 일을 통해 유럽정치에 개입하는가?
우리는 지금 당장 지중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본다. 국경없는의사회에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편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난민들을 도움으로써 유럽 내 대단히 민감한 정치 논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념을 근거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 윤리에 의거하여 행동하는 의료 단체로서 마땅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수색 구조 활동이 망명객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오히려 밀입국을 더 용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들이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는 것은 구조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유럽으로의 경로는 봉쇄되었고, 이 때문에 난민들은 극도로 어렵고 위험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밀입국은 이런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란 뜻이다. 밀입국 사업이 번창하는 것은 유럽이 규제 위주의 이민 정책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업자들이 난민의 고통과 절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지 구조 작업 때문이 아니다.
밀입국을 퇴출시키는 유일한 길은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안전한 유럽 진입 경로를 열어주는 것뿐이다. 유럽 정부가 울타리를 아무리 높이 친다 해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다.
해상난민구조센터/국경없는의사회의 공동 활동 같은 수색 구조 활동은 지중해 상의 위험한 탈출을 감행하도록 자극하는 흡인 요인이 아닌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전쟁과 불평등과 비참한 생활 환경을 피해 자신과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찾아 이동해 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여행에 부적합한 배를 타고 지중해를 넘은 세월은 10년이 넘는다. 그 기간 동안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럽의 문턱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숫자가 더 증가하는 모습을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유럽은 이들을 외면해 왔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지중해 횡단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실이다. 사실 데이터에 의하면, 올해 이탈리아의 마레 노스트룸 프로그램이 중단된 이후 난민의 수는 지중해 상의 난민 숫자가 최고였던 2014년보다 훨씬 더 증가했다.
만일 이들이 고국의 위기를 피해 탈출하는 것이라면 국경없는의사회의 자원을 이들의 고국에서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그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구상 6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 중이며, 여기에는 지중해를 넘는 난민들의 고국, 이들의 첫 피난처가 되는 나라들, 이들이 통과하는 나라들, 이들의 목표인 유럽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우리의 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이들은 의료상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움직이고 있으므로 우리 또한 지속적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함께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무방비로 곤경에 빠진 이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다른 활동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해상난민구조센터와 협력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해상난민구조센터와의 협력하기로 한 이유는 이들이 지중해 상의 수색과 구조에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비극적 사태에서 보았던 바대로, 구조 과정은 위험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무리 없이 구조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데는 능수능란하지만, 수색과 구조는 우리에게 낯설다. 해상난민구조센터는 2014년 지중해에서 3,000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맡은 바 있다. 수색과 구조 분야에서 이들의 검증된 전문성은 작전 전체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마이피닉스는 어떤 종류의 배인가?
마이피닉스는 해상난민구조센터가 구조를 목적으로 특별히 개조한 탐사선이다. 길이는 40미터이고 최대 400명까지 실을 수 있는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 배의 승무원 20명은 탐사와 수색과 구조 전문가들 팀과, 환자들이 배에 오르면 양질의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의료팀으로 이뤄져 있다. 피닉스호에는 두 대의 쾌속 고무보트가 장착되어 있어, 조난 당한 배까지 가서 승객들을 옮기기 위해 이 배들을 보낼 수 있다. 피닉스 호는 대형 난민 수색용 드론(무인 카메라) 두 대도 갖추고 있다.
누구를 구조할 지 결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늘 이탈리아 해양구조협력센터(MRCC)와 연안경비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하에서 일하고 있다. 구조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감시 중에 조난 당한 배를 발견하면 우리는 로마에 있는 해양구조협력센터와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은 배의 상태와 탑승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는 일을 돕는다. 그 다음 협력센터는 우리가 필요한 곳으로 가서 도움을 제공하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반대로 로마에 있는 해양구조협력센터가 우리 쪽에 연락하여 그들이 확인한 배 쪽으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
망명자와 난민과 이주민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용어들은 호환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매체들과 심지어 일부 공직자까지 세 단어를 호환해서 쓰지만 이들은 법적 정의가 전혀 다르다.
난민(refugee)은 고국을 탈출하여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인종이나 종교나 국적이나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인해 당할 수 있는 박해에 대한 합당한 공포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난민이다. 난민의 지위는 유엔최고난민위원회나 동조국이 정한다.
망명신청자(asylum-seeker)는 자신이 난민이라고 말하고 타국에서 망명을 청하지만 아직 온전히 망명자로 결정 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이다.
이주자(migrant)는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주를 선택한 사람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색과 구조에 참여하는 인도주의 단체이므로 우리가 돕는 사람들의 지위를 평가할 권한이나 수단이 없다. 우리는 아무런 판단이나 평가 없이 의료를 제공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익사를 막을 수 있는 방편이 있는 상황에서 죽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굳은 신념이다.
구조된 사람들은 어디로 데려가나?
우리의 주요 목적은 생명 손실을 막는 것이지 사람들이 지중해를 건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개입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이탈리아 해양구조협력센터(MRCC)의 지시 하에 개입한다. 그들은 해양법에 따라 구출한 사람들을 어디에 내려줄 것인가를 결정한다. 통상 구조된 사람들은 이탈리아 남부(시칠리아)에 있는 수용시설로 보내지거나 피닉스 호에서 이탈리아의 연안경비정으로 옮겨진다.
배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활동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피닉스 호에 탑승한 긴급의료팀은 햇볕 화상과 탈수에서 심폐소생과 생명유지까지 광범위한 치료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와 약품을 갖고 있다. 의료팀은 또한 주요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설사나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 치료를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안전한 분만 등의 산부인과 처치도 할 준비를 갖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