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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프가니스탄: 당시 병원에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라조스 졸탄 젝슨의 증언

2015.10.05

사람들을 도우려 병원에서 일하던 이들, 이제 그들은 세상에 없습니다.

토요일 새벽, 쿤두즈 외상 병원이 수차례 폭격을 맞을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라조스 졸탄 젝스(Lajos Zoltan Jecs)는 병원 안에 있었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목격한 일을 들려 주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병원이 폭격을 받아 12명의 직원과 환자 10명이 사망했다. ⓒMSF

정말 위협적이고 무서웠습니다.

저는 병원 내에 있는 안전실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경, 근처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나서 잠에서 깼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랐습니다. 사실 최근 1주 사이에도 폭격과 폭발음을 듣긴 했지만, 매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너무도 가깝고 큰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조금 지나 상황이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살피려는 찰나, 또 다시 폭격이 일어났습니다.

20~30분 뒤, 누군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응급실 간호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팔에 어마어마한 외상을 입고 비틀거렸습니다. 그는 온 몸에 부상을 입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은 이것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잠시 저는 충격 속에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는 소리 치며 도움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안전실에는 기본적인 의료 물품이 좀 있었지만, 그의 고통을 진정시켜 줄 모르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했습니다.

눈앞에 파괴되어 불 타고 있는 병원이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확히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폭격이 멈추고 30분쯤 지났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보려고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와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눈앞에는 파괴되어 불 타고 있는 병원이 보였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또 다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존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미 일부는 가까스로 안전실로 들어갔습니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부상을 입은 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료, 그리고 환자들의 간병인들도 있었습니다.

불타고 있는 건물 중 한 곳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안의 광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지…… 얼마나 끔찍했는지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집중치료실 안에서는 환자 6명이 병상에 누운 채 불타고 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병원이 폭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다. ⓒMSF

동료들이 눈앞에서 죽어 갔습니다.

수술실에 있을 직원들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 곳도 정말 끔찍했습니다. 폭격을 맞아 파괴된 자리 한가운데 환자 한 명이 수술 테이블 위에 숨진 채 누워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수술실에서 도망쳐 나와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습니다.

수술실에서 가까이 있는 입원환자 병동에도 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그 곳은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다 무사한지부터 재빨리 살폈습니다. 다행히도 모두들 바로 옆방에 있는 안전한 벙커에서 무사히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사무실에서는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공격후 피해를 입지 않은 방에 만들어진 간이 수술실에서는 부상자들을 위한 수술이 이뤄졌다. ⓒMSF

정말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우리는 대규모 사상자 대응을 조직해야 했습니다. 어떤 의사들이 살아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 말이죠. 우선 의사들 중 한 명을 긴급 수술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사무실 테이블 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를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동료들이 눈앞에서 죽어 갔습니다. 바로 전날 밤에도 함께 대화를 나누며 물품 재고 계획을 세우던 동료 약사도 사무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처음 순간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대응할 충분한 수의 직원들이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치료가 가능한 부상을 입은 모든 환자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울 수 없는 환자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은 매우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할 뿐, 그 어떤 의사 결정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공포와 혼란 속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습니까?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동료 몇 명은 너무 큰 충격에 빠져 계속 울었습니다. 저는 동료들을 격려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뭔가 주의를 집중할 거리를 주기도 하고, 공포로부터 마음을 좀 떼어 놓을 수 있게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몇 명은 충격이 너무 커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친구들이, 그것도 아이가 아닌 성인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부짖고 있는 모습을 본다고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결코 감당하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5월부터 이곳에서 일하면서 저는 중대한 의료 상황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동료, 당신의 친구들에 관한 것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사람들은 몇 달간, 그리고 최근 1주일 동안은 전혀 쉬지도 않고 일해 왔습니다. 집에도 가지 않고,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사람들을 돕겠다고 그저 병원에서 일해 왔는데… 이제 그들은 세상에 없습니다. 이들은 친구들입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2013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이동진료소에서 환자를 보고있는 간호사 라조스(맨 왼쪽) ⓒAndrea Bruce/Noor Images

이 병원은 몇 달 동안 저의 일터이자 집이었습니다. 물론 그저 건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쿤두즈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병원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내내 제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이번 사건은 정말 용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무 까닭 없이 병원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다니요. 이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