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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프가니스탄: “이 비어 있는 병상이 전쟁의 얼굴입니다”

2016.08.26

라쉬카르가 최근 상황

최근 며칠간 헬만드 주(州) 수도 라쉬카르가(Lashkar Gah) 주변 여러 지역에서는 교전의 강도가 줄어들었다. 그 전까지 8월 초 몇 주간은 아프간 정부군과 무장 단체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비교적 차분한 상태인데도 환자들과 부상자들은 부스트 병원 응급실까지 오느라 애를 먹고 있다. 부스트 병원은 병상 300개를 갖춘 의료 시설로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라쉬카르가 보건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활동가 소개

노르웨이 트론헤임 출신의 얼렌드 그뢰닝겐(Erlend Grønningen) 박사는 헬만드 라쉬카르가의 부스트 병원에서 입원병동 감독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4월에 아프간에 도착한 그뢰닝겐 박사는 주로 내과 진료에 중점을 두고, 결핵 진단 및 치료도 담당하고 있다. 그뢰닝겐 박사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2014년에는 남수단에서 활동했다. 노르웨이에서는 호흡기 내과 전문의로서 진료와 교육 일을 하고 있다.

그뢰닝겐 박사는 라쉬카르가 주변에서 일어난 분쟁으로 사람들이 병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다.

 최근 몇 주 넘게 헬만드 주에서 교전이 심해지고, 게다가 평소보다 라쉬카르가와 더 가까운 곳에서도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며칠은 교전이 좀 줄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도시를 둘러싸고 교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부스트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수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병상 300개를 갖춘 부스트 병원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아프간 보건부와 파트너십을 이뤄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평소에는 수많은 환자들로 매우 혼잡한 곳인데, 최근 들어서는 전보다 적은 수가 응급실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부스트 병원 영양치료센터의 병상이 텅 비어있다. ⓒMSF

이를 바라보는 우리 팀은 사람들이 의료 지원을 찾는 데에도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는구나 싶어 좌절감을 느낍니다. 병원 소아과 병동과 집중 치료식 센터에 마련된 병상은 거의 항상 아이들과 어린 환자들로 꽉 차고 왁자지껄했습니다. 영양실조 치료를 받거나 다른 위독한 상태로 2명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병동들마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병상도 빈 곳이 많았습니다. 이 비어 있는 병상이 바로 전쟁의 얼굴입니다.

부스트병원 응급실 앞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어린 환자들과 엄마들의 모습 ⓒKate Stegeman/MSF

지난 한 주 넘게 교전이 잦아들면서, 소아과 병동과 집중 치료식 센터가 평소의 분주한 분위기로 서서히 돌아가는 것을 보았는데요. 하지만 응급실 입원 수는 지금도 매일 들쑥날쑥하고 있습니다.

1주일 정도 전에 나와(Nawa) 지역에서 15세 소녀가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들어왔습니다. 뇌수막염은 즉시 의료 조치가 필요한 위독한 병입니다. 부모님 말을 들어보니 최소 1주일을 아팠다고 하더군요. 아이 상태가 심각해 보여서 즉시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와 지역은 여기서 꽤 가까운 곳이지만, 최근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거든요. 이미 너무 늦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환자를 입원시켰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24시간 후,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심각한 호흡 장애로 들어온 7세 소년도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아이가 지난 12일간 증상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아이의 병명은 ‘긴장성 기흉’이라는 치명적인 폐 질환이었습니다. 이 병은 어떤 상처가 생겨서 흉강에 공기가 쌓일 때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가슴관을 삽입했더니 얼마 뒤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폐가 완전히 펴지려면 앞으로도 얼마간은 가슴관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X-ray 촬영을 해 보니 아이는 결핵도 앓고 있었습니다. 헬만드에서는 커다란 공중보건 문제죠. 그래서 우리는 아이에게 결핵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걸어서 병원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다른 일곱 살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움직일 때마다 불편을 호소하기에 검사해 보니, 왼쪽 엉덩이가 탈구돼 있었습니다. 아이 부모님은 처음 입원할 때는 아이의 위독한 상태 때문에 미처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2일 전에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때문에 폐와 엉덩이를 다친 것이었습니다. 탈구된 부분은 바로잡았고, 지금 그 아이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소아과 집중치료실에서 회복하는 동안 견인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어린 아이의 경우를 보면, 상태가 심각하더라도 병원까지 찾아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 도착이 늦어지면 그만큼 생명에 더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은 좀더 일찍 병원에 올 수 있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가니스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에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간 프로젝트에서는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국제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가운데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에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카불 동부의 아마드 샨 바바(Ahmad Shah Baba) 병원, 카불 서부의 다쉬트-에-바르치(Dasht-e-Barchi) 산부인과, 헬만드 주(州) 라쉬카르가 지역의 부스트 병원 등에서 보건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간 동부 코스트 지역에서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후반에 칸다하르 지역에 다제내성 결핵 진단 및 치료 시설을 열 계획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위한 재원을 모두 민간 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의 지원금은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