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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대피령과 강제 이주로 부상자 치료 지속성 저해

2024.02.28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150만 명이 가자지구 남부 소재 라파로 피난했다. 지난 4개월간, 라파 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소지품을 가지고 수차례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라파 안팎의 모든 토지, 길거리, 부지마다 플라스틱 텐트가 촘촘히 들어섰다. 이제 라파에는 남은 공간이 없다. 도로가 빈틈없이 꽉 차버린 탓에 차량이 거의 지나다닐 수 없고 걸어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해당 지역에서 대피하고 있는 주민들은 물, 식량, 거처를 비롯한 필수 자원을 박탈당했고 이스라엘군의 대피령과 강제 이주를 반복적으로 겪었다.

라파 소재 국내 실향민 캠프에 텐트가 옹기종기 붙어 있는 모습. 2023년 12월. ©MSF

지난 일주일간, 라파 내 공격이 격화되면서 주민들은 좀 더 북부에 위치한 중부 지역(Middle Area)으로 피난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가자지구 남부 소재 칸 유니스(Khan Younis)에 있는 나세르(Nasser) 병원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공격이 가해지면서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들이 병원을 떠나야 했다. 가자지구 그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이제 사람들이 대피할 곳은 남아 있지 않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부상 및 화상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Rafah Indonesian Field Hospital)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전쟁 관련 외상성 부상 및 화상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이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상 환자들은 최소 일주일에 두 번씩 드레싱 교체뿐만 아니라 항생제, 진통제 및 지속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중증 부상 환자의 경우 부상을 입은 팔 또는 다리의 기능 유지를 위해 물리 치료도 병행해야 하죠.”_기예메트 토마스(Guillemette Thomas)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다리에 골절을 입은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3년 12월. ©MSF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대부분이 텐트 혹은 대피소로 바뀐 공공건물에서 지내는데, 거주 환경이 열악한 탓에 부상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높은 감염 위험은 라파 내 부상 환자들이 마주하는 주된 문제 중 하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감염 부위가 몸 전체로 번지면서 뼈까지 전이되어 엄청난 고통을 야기하고, 계속 치료 없이 방치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2023년 12월 중순부터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술 후 치료, 입원 및 외래 부서를 지원하며 상처 드레싱과 물리 치료를 제공하고 소수술을 집도한다. 여태까지 5,800건 이상의 진료를 제공하고 2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다. 외래 부서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환자의 60%는 외상성 부상 환자이고 나머지 40%는 전쟁 관련 화상 환자이다. 외래 부서 환자의 40% 이상은 아동이다.

가자지구에서 전개되는 의료 대응은 사람들의 막대한 의료 수요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지 보건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후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의 70,000여 명에 달한다.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 입원실에 환자들이 가득 차 있다. 2023년 12월. ©MSF

라파 내 격화되는 공격으로 인도적 위기 임박

지난 일주일간, 이스라엘 당국은 라파 내 주민 대상 대피령과 지상군 투입을 공식 선언했다. 공격이 심화되면서 가자지구 남단에 머물던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외상성 부상이나 화상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또 다른 강제 이주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 혹은 죽음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우리는 가자지구 내 다른 병원들에서 대피가 이루어질 때 환자들이 맨발로, 혹은 휠체어나 병상에 누운 채로 병원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환자들에게 극도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령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은 환자가 걷기 시작하면 이동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저해되고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_기예메트 토마스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 입구 밖에서 두 환자가 목발을 짚고 이동하고 있다. 2023년 12월. ©MSF

전쟁이 시작된 이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과 환자들은 탱크•대포•전투기•저격수•지상군의 공격이나 대피령을 받고 가자지구 소재 9개 의료시설에서 대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체포, 학대, 살해를 당했다.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의 폭격 및 포격, 격렬한 전투 때문에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구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재 부상자, 환자, 고령자,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포함해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라파에서 격화되는 폭력 사태와 곧 닥쳐올 대피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 사랑하는 사람, 필수품, 안전을 비롯한 모든 것을요. 이제 이들은 가진 것 하나 없이 진흙으로 뒤덮인 플라스틱 텐트나 병원 및 학교 바닥에서 지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습니다.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에 더 큰 규모의 인도적 대응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_리사 매샤이너(Lisa Macheiner)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라파 소재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지내는 한 가자지구 실향민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 2023년 12월. ©MSF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라파 소재 병원 4개, 진료소 1개, 보건지소 2개, 그리고 중부 지역 소재 병원 한 곳에서 계속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폭격과 강제 이주가 끝나지 않는 이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휴전만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적 재앙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