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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가자지구: 외과의가 목격한 전쟁

2024.01.24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닥터 알도 로드리게스(Dr. Aldo Rodriguez)가 가자지구에서 폭력 사태로 가족을 잃은 아동을 포함한 폭격 피해자들에게 응급 치료를 제공하며 직접 목격한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알도 로드리게스는 가자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주로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매일 20~25건의 수술을 집도하며, 가자지구 남부 나세르(Nasser) 병원과 중부(Middle Area) 알 아크사(Al-Aqsa) 병원을 포함한 붕괴 직전 상황의 병원에서 일했다.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알도 로드리게스가 그가 목격한 참상과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활동한 외과의로서도 녹록치 않았던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전한다.


알 아크사 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알도 로드리게스의 모습. 2023년 12월. ©MSF

11월 14일, 저는 국경없는의사회 전문의 팀의 일원으로 가자지구에 갔습니다. 우리는 끔찍하게 절망적인 장면을 접했습니다. 민간인들은 발이 묶여 있었고, 연료•식량•물•구급차도 없었어요. 병원을 향한 공격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절망에 빠지고 있었어요.

 

가자지구에 도착한 이후, 첫 몇 시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감시하기 위해 사용한 드론이 윙윙 날아다니는 소리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참기 힘든 큰 소음이 하루 종일, 심지어는 밤에도 쉬지 않고 계속됩니다. 땅이 무너지는 것과 붕괴된 건물도 봤습니다. 가자지구의 심각한 상태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잔해를 파헤치고 빵 몇 조각을 얻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여전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부서진 건물이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어요.

 

우리 팀은 최대한 많은 의료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시 나세르 병원은 북부 지역의 가자시(Gaza City) 소재 알시파(Al-Shifa) 병원에 무자비한 공격이 가해진 이후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이 되었어요. 하지만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두 배나 많은 환자가 있었고,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공습과 포격을 피해 텐트를 세우고 있었어요. 집이 파괴돼서 퇴원 후에 갈 곳이 없는 환자들도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꼼짝 못 하게 되었는데, 병원은 적어도 따뜻하고 식수가 있는 곳이었죠.

알도 로드리게스가 나세르 병원에서 동료와 함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2023년 11월. ©MSF

셋째 날에는 병원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난민 캠프에 미사일이 떨어졌어요. 건물이 흔들리고 창문이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죠. 10분도 안 지나서 구급차가 도착하기 시작했고, 한 시간도 안 되어서 130명의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어요. 가장 슬펐던 것은, 도착한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그날 약 30명의 아이들이 죽었어요. 우리가 본 건 놀거나 낮잠을 자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절단 수술을 받아 장기적으로 집중 물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주일 후,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뒤에 우리 팀은 마찬가지로 거센 폭격이 발생한 가자지구 중부 지역 소재 알 아크사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들것 200개를 수용할 정도의 규모였는데, 환자 수가 많아서 병상을 650개나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팀은 건강 상태 심각성에 따라 환자들을 식별하는 중증도 분류 작업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진료 및 수술, 부상 치료를 제공하고, 전쟁 관련 외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물리치료 및 정신건강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1월 6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직원들을 알 아크사 병원에서 대피시켜야 했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점점 병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면서 드론과 저격수로 인해 직원들이 부상을 입고, 총알이 집중치료실을 깊이 관통하고, 직원들의 병원 접근성이 저해되고, 해당 지역 대상 이스라엘군 대피령이 발령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군에게 아직 병원 안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과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1월 7일, 드론이 병원 행정건물과 병원 마당에 있는 환자들을 공격했어요. 1월 10일, 알 아크사 병원 입구에 위치한 건물들이 공습당해 40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알 아크사 병원은 가자지구 중부에서 부분적으로 기능하는 유일한 병원으로 남아있으며, 여러 난민 캠프를 포함하여 데이르 알 발라(Deir Al-Balah) 내 대규모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내에서 이동은 물론 통근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부 지역으로 이동한 날 아침에는 이스라엘 탱크 두 대가 주요 경로를 끊어서 가자지구 남부가 둘로 갈라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나 근무지에 고립되고 반대편에 있는 식량을 비롯한 물품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어요.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변 옆에 있는 도로 하나뿐이었는데, 차량과 휘발유가 없어서 사람들은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통신도 자주 끊겨서 우리 모두 어려움을 겪었어요.

 

중부 지역에는 하루종일 드론과 폭격이 계속됐어요. 매일 하루에 두세 번씩 폭탄이 멀지 않은 곳에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이미 환자로 가득 찬 병원에 부상자나 사망자들이 순식간에 유입되었죠. 매우 강력한 공격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의식을 잃고, 다리나 팔이 하나 없는 채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고통에 더해 가까운 친척이나 집을 잃었다는 아픔을 겪고 있었어요.

 

가자지구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매일 20~25건씩 수술을 집도할 때였습니다. 환자 중에는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혼자 병원에 도착한 아주 어린 아이들이 있었어요. 폭격의 피해로 사타구니 쪽까지 다리가 절단되는 외상을 입은 한두 살짜리 아이들을 치료하기도 했어요. 가족 없이 혼자서 병원에 도착하는 아동 수가 많아서 우리는 ‘생존 가족이 없는 부상 아동’이라는 뜻의 약어 WCNSF(Wounded Child, No Surviving Family)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이 혼자서 절망에 빠져있는 모습을 매일 봤어요. 일부 아이들은 놀고 있다가 공격당했다고 말했어요. 아이들은 절단 후 우울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단순히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후에 일어날 모든 일들 때문이죠. 아이들은 퇴원해도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갈 곳이 없어서 병원에 머무르곤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나아질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무너지는 겁니다.

 

가자지구를 떠나기 전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가 거기서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세상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들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원합니다. 저는 3개월간 이어진 끔찍한 전쟁의 가슴 아픈 결과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매일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고 사람들의 절망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봉쇄 조치와 이에 따른 무차별적 폭력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수단 카르툼에서 의료팀과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알도 로드리게스. 2023년 8월. ©MSF


알도 로드리게스는 멕시코 출신이며 2018년부터 외과의로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11월에 가자지구로 가기 전에는 2023년 4월부터 격한 전투로 인해 수백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수단 카르툼(Khartoum)에서 임무를 마쳤으며, 그 외에도 콩고민주공화국 및 부룬디, 예멘 등 극심한 폭력과 잊힌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활동했다.


▶가자지구: 외과의가 전하는 메시지


한국시간 1월 24일 업데이트: 

1월 23일 오전(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나세르 병원이 위치한 구역을 포함한 칸 유니스 내 여러 구역에서 군대가 행동을 개시하기 전 예루살렘 시각 오후 5시 30분까지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나세르 병원 근처에서 폭탄과 격렬한 총격 소리를 들었다. 현재 병원 건물로 오가는 도로가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850명의 환자를 포함한 병원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대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폭격과 전투가 계속되고 나세르 병원 인근 지역에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부상당한 민간인들은 즉각 응급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없을 것이다. 나세르 병원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아직 중상 환자 치료가 가능한 두 개 병원 중 하나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세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의 안위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보호받아야 하며, 원한다면 떠날 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