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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부상자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모얄레 부상자 지원

2018.12.28

국경없는의사회는 12월 14일 폭력사태가 일어난 에티오피아 모얄레에서 오는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케냐 쪽 국경에 긴급 지원팀을 파견했다. 이 팀은 만데라 카운티에 있는 타카바 지역병원의 의료 활동을 돕고 있는데, 12월 14일에서 16일까지 사흘간 100여 명의 부상자가 병원에 도착했다. 긴급 현장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코디네이터 아부바카르 모하메드(Abubakar Mohamed)에게 현지 소식을 들어 보았다.

케냐 타카바에서 활동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코디네이터 아부바카르 모하메드(Abubakar Mohamed) ⓒBrendan Bannon

“저는 12월 15일 토요일에 타카바에 도착했습니다. 어마어마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사흘도 채 안 됐는데 병상이 30개 있는 병원에 환자가 100명도 넘게 온 겁니다. 이렇게 부상자가 많을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어요. 주민들은 국경 쪽에 있는 환자들을 트럭에 싣고 왔습니다. 일단 ‘에레스티노’라는 작은 마을로 데려가 최대한 안정을 시킨 뒤 타카바로 데려왔죠.

환자 대부분이 중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타카바 병원은 금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폭력사태 바로 다음날, 우리 팀은 가장 시급한 의료 물자를 싣고 타카바에 도착했습니다. 의약품이며 수술 장비를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죠. 얼른 중증도 분류를 실시해 위급한 환자들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복부, 흉부 부상이 심한 환자도 있었고 팔다리가 부러진 환자도 있었습니다. 다 총에 맞아 생긴 부상이었죠.

이곳 타카바에서 우리는 폭력사태 때문에 어떤 의료적 여파가 일어나는지 목격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에티오피아 모얄레 시에서 큰 충돌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7월에 일어난 이 충돌은 몇 달간 잠잠하다가 10월에 한 번, 지난주에 또 한 번 터졌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앞서 일어난 두 차례 충돌보다 더 상황이 나쁜 것 같습니다.

환자들은 타카바 병원까지 먼 길을 와야 합니다. 거의 40도까지 오르는 날씨 속에 중상 환자가 트럭을 타고 장장 80km를 온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며칠 전에는 모얄레에서 아침 9시쯤 부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에 들어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 반이 넘었죠. 그렇게 먼 거리입니다. 부상이 심했던 환자 몇 명은 오는 길에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들은 상태가 위독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 환자는 손이 부러져서 왔는데 으스러진 뼈가 겉으로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환자는 볼이 찢어진 채로 들어와서 곧장 수술실로 옮겼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보니 아까 그 사람이 맞나 싶었습니다.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다행히 환자들은 이 병원에서 훌륭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첫 부상자가 들어온 순간부터 병원의 모든 활동은 긴급 대응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두 분은 여기 도착한 날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수술을 돕고 있습니다. 인근 의료 시설에서 일하는 많은 의료진도 일손을 보태려고 타카바에 와 주었습니다. 당국의 지원도 있었습니다. 병원에 병상을 더 놓는 등 많은 자원을 보내 주었죠. 지역사회에서는 매트리스를 비롯해 부상자를 위한 음식, 물, 비누, 모기장까지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헌혈에 참여한 덕분에 여러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타카바 병원에서는 부상자 65명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술을 마친 환자들로 많은 돌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 외 환자 50명은 ‘치료 마을’에 있습니다. 우리는 위중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시내에 치료 마을을 따로 마련해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그곳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제 병원은 정돈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의료진도 현재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폭력사태가 멈춘다면 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 겁니다. 부상자들이 더 들어오면 병원이 몹시 혼잡해질 테니까요. 더 이상 새 환자를 받을 공간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그 사이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 5명이 더 합류했고 외과 물품, 항생제, 진통제 등 의료 물자를 실은 트럭도 도착했습니다. 이 물자는 타카바와 국경 사이 중간지점에 있는 단두(Dandu) 시에 보건지소를 세우는 데 쓸 예정입니다. 모얄레 부상자들은 우선 이 보건지소에 옮겨서 상태를 안정시킬 계획입니다. 환자들의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국경 쪽 가까이 가려고 합니다. 물론 그럴 일이 없어야 되겠죠. 부디 상황이 진정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