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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9 여성 인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과 어떤 상관이 있나요?

2023.06.30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잊혀진 위기’?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두 나라,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예멘 사다(Saada) 구시가지 파괴된 건물 잔해 앞을 지나가는 남성, 2019년. ©Agnes Varraine-Leca/MSF

2022년 6월 지진 발생 대응활동 당시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카주 국경없는의사회 임시 진료소 ©MSF

한국 사람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실은 이 두 나라가 2023년 6월 현재까지 모두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응해온 국경없는의사회에게, 이들은 '잊혀진 위기'가 아닙니다.

두 나라 모두 국경없는의사회가 대규모로 활동을 전개하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2년 기준, 예멘은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장 큰 프로그램 지원국으로, 국경없는의사회의 예멘 프로그램 연간 지출액은 1억 1천 5백만 유로에 달합니다(2021년 9천만 유로에서 증가).

►예멘 인도적 위기 및 국경없는의사회 대응 내용 더 자세히 읽어보기 : 1. 급증하는 의료적 필요로 병원 과부하   2. 급성 영양실조가 치솟는 5가지 이유

예멘 호데이다(Hodeidah) 지역 보건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에게 진료받는 아동과 보호자, 2022년 10월. ©MSF/Majd Aljunaid

아프가니스탄 역시 우크라이나와 함께 2022년 기준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 지출액 8위 국가로, 총 4천 8백만 유로가 집행된 곳입니다(2021년 3천 9백만 유로에서 증가).

►더 자세히 읽어보기 - 아프가니스탄: 빈곤과 억압, 의료 공백으로 인도적 위기 악화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외상센터 입구, 2022년 11월. ©Nava Jamshidi

예멘에서 내전이 격화한 것은 2014년이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시작은 2001년. 

이처럼 분쟁과 혼란이 장기화된 곳은 비교적 최근 분쟁이 발발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곳에 비해서 국제적인 관심을 꾸준히 받기가 보통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두 곳에서는 2022년에 국제사회와 인도주의적 단체들의 큰 지탄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 역시 공통점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바로 가시적으로 나타난 여성 인권 제약 조치들입니다.

사실 두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여성인권 관련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성별 격차 국가별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고, 예멘이 통계에서 제외된 2023년 해당 순위 최하위는 다름 아닌 아프가니스탄이 차지했습니다(*출처: WEF).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멘의 넓은 지역을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2022년 4월, 마흐람(Mahram)이라고 불리는 남성 ‘보호자’ 혹은 그의 확실한 허가 증명 없이는 여성 이동이 자유롭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단히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당장 의료지원이 필요한 환자가 남성 ‘보호자’ 없이는 병원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환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에서 낸 조달 책임자 채용공고에 적격인 여성이 지원했는데, 실제적인 구매와 운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여성 인력 근무가 어렵다면 채용 담당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교육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장래 의료 인력이 될 수 있는 경로가 남아있을까요? 여성 대상 의료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예멘 호데이다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의료활동 매니저 메르팟 모사이드(Dr. Merfat Mossaid), 2022년. ©Majd Aljunaid/MSF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현장책임자 에릭 우아네스(Eric Ouannes)는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브리핑 포커스(FOCUS)에서 이러한 실제적 고민을 공유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인도주의 위기 대응 브리핑 포커스(FOCUS) 다시 보기:

우리는 여성 차별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며 해당 지역에서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가?

이러한 차별이 존재하는 곳에서의 활동이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하면 여성이 실제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가?”

우아네스는 자원과 주변국들의 영향으로 내전이 지속되는 예멘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주의적 구호단체들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추후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 의식과 딜레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상황과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하다"고도 말하는데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IEA)는 2021년 카불에 입성했습니다.

2022년초에 여성의 대학교육을 금지했고, 12월에는 여성이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2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 국경없는의사회 영양급식센터 대기 구역에 앉아있는 여성들 ©Tasal Khogyani/MSF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현장책임자 필리페 리베이로는 말했습니다.

우리 직원 51% 이상이 여성입니다. 의사 약 900여명, 간호사와 다른 전문인력들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매일같이 노력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이들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2023년 4월 IEA가 다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국내 및 국제 비정부기구 취업 금지 조치를 확대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음과 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 당국의 이러한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구성원 절반을 체계적으로 차별하는 국가는 결코 번성할 수 없으며, 규모와 상관없이 그 어떤 인도주의 단체도 여성 인력 없이 제대로 된 구호 활동을 펼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공적인 삶의 모든 측면에서 조직적으로 여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이미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필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팀은 의료지원이 필요한 모두에게 의료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며,  팀은 현재 구성원들로 유지될 것이다."

2020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역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한 아기를 진찰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의 ©Andrew Quilty

2023년 발간된 국경없는의사회 최신 보고서(►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보고서 (영어) 읽어보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의료인력 부족과 여성의 이동성 제한 현황은 심각합니다.

여성은 남성 친인척의 허가가 있어야 의료시설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의 가치와 권리가 적습니다. 한번은 한 여성이 제게 자기 아이를 팔고 싶다면서 '여자애로 뭘 하겠어요?'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애는 자라서 일을 할 수 있죠 ...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희망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성 상황이 개선돼 적어도 제 딸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때로 다음 아이는 남자애가 되기를 기도하지만요." -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경없는의사회 여성 직원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성별 격차로 인해 보장받지 못하고, 이것이 나아가 의료보건이라는 기간 인프라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 사태는

과연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실제적인 해결책이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의료 구호가 보다 평등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현장에 임하는 구호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2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소아과 병동을 찾아온 26세 부친 압둘라와 3살 딸 비비. 비비는 결핵과 빈혈 환자다. ©Oriane Ze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