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회원국 16개국 대표들이 인도네시아 탕게랑(Tangerang)에서 오늘부터 회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의료 단체들은 다시 한번, 해로운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들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이 조항들은 제약회사들의 시장 독점을 확장시키고, 적정 가격의 복제약에 접근하는 것을 지연 혹은 차단하게 될 것이다.
논쟁의 여지가 많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비준 및 실시가 매우 불확실해진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RCEP 무역 협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협정에는 TPP만큼이나 의약품 접근성에 해로운 조항들이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아시아 국제치료준비연합(International Treatment Preparedness Coalition South Asia) 코디네이터 룬 강테(Loon Gangte)는 이렇게 말했다.
“TPP 무역 협정이 위태로운 전망 속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 RCEP은 ‘의약품 접근성에 관한 역대 최악의 무역 협정’의 새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화된 지적재산권 조항들이 RCEP에 포함된다면, 적정 가격의 구명 의약품 제공을 위해 인도에서 벌어지는 복제약 경쟁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치료 제공 단체들, 환자 그룹,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가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의약품 독점을 확장하는 조항들이 RCEP 협정에 포함되도록 일본·한국 등의 국가들이 앞으로 더 압력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여기서 제시된 조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권하는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요건을 훨씬 더 넘어서는 것으로, 제약회사들의 특허 기간을 연장하고 임상시험(데이터 독점)을 근거로 추가적인 시장 독점을 제안하는 것을 담고 있다. 이러한 해로운 조항들은 복제약 경쟁을 제한하고, 환자들이 적정 가격의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축소시킬지도 모른다. 이 무역 협정에서 해로운 지적재산권 조항들에 합의하라며 인도에 가해지는 압박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특히나 우려된다. 지금까지 인도의 복제약 제조회사들 사이에 일어나는 경쟁은 2001년 이후로 생명을 살리는 HIV/AIDS 의약품 가격을 99% 가까이 떨어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인도주의 프로그램 아시아 지역 고문 마리아 구에바라(Maria Guevara) 박사는 이렇게 전했다.
“HIV 감염인들은 결핵, C형 간염 등에 동시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더 높아집니다. 문제는, 특허 독점 때문에 이 병들을 치료할 신약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신약 가격이 턱없이 높거나 규제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엔은 공공보건에 끼치는 영향을 놓고 모든 무역 협상을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각국에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거나 혹은 공중보건 의무를 이행해야 할 각국의 역할을 손상시키는 모든 조항을 RCEP 협상국 모두가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9월, 유엔 사무총장이 주관하는 의약품 접근성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서는 무역 협상들이 안고 있는 보건 위기를 해결할 보건 기술 혁신 및 접근성 강화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지한 이 보고서는, 각국이 모든 무역 협상의 영향을 평가하여 “높아진 무역 및 경제적 유익이 인권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저해하지 않고, 각국의 공중보건 의무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보고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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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CEP에 관한 4쪽 분량의 요약자료
- RCEP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에 관한 기술적 분석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