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적의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마리아 호세가 아브스에서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기셀라 발레스(Gisela Vallès)는 예멘 북부 아브스 지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의료팀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교전이 늘어나면서 이 지역에 또 다시 피난물결이 나타나고 있다. 아브스의 피난민과 지역민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기셀라에게 들어 보았다.
Q. 분쟁은 아브스 지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국경없는의사회 아브스 병원에는 매일 전쟁 부상자가 들어옵니다. 8월, 9월 두 달간 부상자 362명을 치료했는데 올해 들어 치료한 부상자의 40%가 넘는 수입니다. 많은 환자가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피하지 못한 민간인입니다. 아브스에서 북쪽으로 약 50킬로 지점에 있는 베니 하산 지역—사우디아라비아 국경에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심해지는 바람에 대규모 피난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8월 이후로 약 2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들이 정착한 곳은 전투 때문에 먼저 피난을 떠나 온 수천 명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공식 실향민 캠프가 없어서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광대한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직접 구매했거나 기증받은) 아주 기본적인 비닐 시트를 쳐 놓고 그 안에서 지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현지 주민과 함께 살아갑니다. 어느 경우든 생활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Q. 피난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구할 수는 있는 상황인가요?
대다수는 의료 서비스를 구하지 못합니다. 수년간 이어진 분쟁 끝에, 이제 아브스에서 문을 연 보건소가 거의 없으니까요. 더 이상 운영되지 않거나, 간호사 1명 혹은 소수 직원이 하루 몇 시간만 운영하는 보건소가 많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2년 넘게 봉급을 받지 못한 채 적절한 의료 물품도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실향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고, 우리 또한 피난민을 수용한 지역사회에서 의료 활동이 상당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9월에 우리 이동 진료팀은 날마다 나갈 준비가 돼 있었지만, 아브스 주변 지역으로 7번밖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몇 주간 예멘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바람에 연료와 대중교통 가격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니 아브스 병원까지 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현장에서 보건부를 지원하는 의료 단체들에게 더 많은 접근성을 허락해야 합니다. 그래야 취약한 피난민들에게 들어가서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Q. 이런 상황이 초래하는 결과는 무엇인가요?
놀랍게도 병원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임산부와 아동 환자 중에는 병원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우리가 생명을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산전 진료를 받는 여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브스 시내가 아니면 그런 서비스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효과적이지 않으니까요. 자간증, 자간전증 같은 병에 걸려 찾아오는 임산부들이 있는데요. 사실 이 병들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산전 진료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환경을 마련한다면 산모, 신생아의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Q. 환자들을 제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치안 상황이 양호하고 당국의 허가가 있는 곳에서는 지역사회 보건단원 네트워크를 통해 중증 환자를 이송합니다. 지금은 아무래도 새 실향민 정착지들—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제공되지 않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9월 한 달간 153명의 환자가 타 지역에서 아브스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이는 8월 대비 50%나 많은 수였습니다. 더 앞서 7월에는 상황이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전투가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이송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Q. 상황이 더 나빠질까요?
2015년 3월에 시작된 분쟁은 지금도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비정부기구(NGO)들이 구호품, 식수위생 서비스, 식량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리알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데다 물품 수입까지 제한되어, 지역민 영양 상태에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디프테리아처럼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병원에 오는 사람이 지금도 많습니다. 의료 시스템이 무너져 가는 와중에 전쟁까지 계속되고 있어 예방접종을 하는 것조차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활동하는 의료 단체로, 예멘 내 여러 교전선에서 활동하며 분쟁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곳곳에서 병원 • 보건소 13곳을 운영하고 있고, 예멘 내 12개 주—아덴, 암란, 하자, 호데이다, 이브, 라흐즈, 사다, 사나, 샤브와, 타이즈— 전역에서 병원 • 보건소 20여 곳을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