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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 우리 어머니는….도망치지 못했어요.

2012.06.08

동부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무력분쟁의 여파

북키부에 거주하던 이 여성은 분쟁으로 인해 6명의 아이를 잃어버렸다.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동부의 키부(Kivu) 주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사회적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보건 시설도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4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무장세력 간 충돌에서 부상당한 200여 명을 치료하였다. 총상 또는 마체티에 의한 자상을 입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수 만으로는 이 무력 충돌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친 광범위한 영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달 우리 부모님의 마을이 공격 당했습니다. 부모님들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몸이 좋질 않아 피난을 가질 못했어요. 마을을 공격한 사람들이 어머니를 마체티(가지치기용 날이 넓은 큰 칼 – 역자 주)로 베어 죽였습니다. 아버지는 도망치다 총을 맞고 돌아가셨구요. 마체티로 베어 죽인 마을 사람을 11명까지 세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불에 타 죽었습니다. 공격한 사람들은 더 이상 시체 수를 세지도 않았습니다.”

- 여성(30), 북키부(North Kivu)의 마을에 살던 다섯 아이를 둔 어머니로 2012년 5월 공격을 피해 도망쳤으나, 남편과 아이 한 명은 현재 실종 상태

도망쳐야만 하는 사람들

지난 몇 달간 많은 가족들은 야간에 집에서 공격 당하는 것이 두려워 난민 캠프와 임시 거처 센터로 피난을 가야만 했다. 적막해진 마을을 떠나 매트리스를 이고 도로를 따라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활기차던 마을에는 이제 바닥에 떨어진 곡식을 쪼는 닭도 없고,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아이들도 없다. 노변에서 튀긴 고구마와 삶은 옥수수를 팔던 여인들도 보이질 않는다.

피난해 온 수 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리와 식량을 내어주는 낯선 사람들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숲 속에 숨어있다. 플라스틱 조각을 이어 붙인 후 먼 곳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나뭇잎을 덮어 붙인 가림막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난민 시설에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일주일 전 일요일 마을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날 우리 마을에 습격자들이 들이닥쳤거든요. 금속 지붕이 있는 집에는 석유를 뿌리고 태웠습니다. 풀이나 나뭇잎으로 된 집에는 그대로 집에 불을 붙여 안에 있는 사람들을 태워죽였습니다.

저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 집을 태울 때 아이들과 함께 수풀 속에 숨었습니다. 제 동서와 남편 형제들, 시어머니가 집에서 산채로 타 죽었습니다.”

- 여성(30), 네 아이의 어머니, 2012년 5월 남키부에 있는 마을이 공격 당할 때 피난

의료시설에 가는 것 조차 무서워

국경없는의사회의가 운영하는 의료 시설에는 이동 중 폭력이나 약탈의 위협 때문에 진료를 연기하면서 심각한 상태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밤 늦게 난산이 시작된 여성이 있었습니다. 출혈이 심했지요. 하지만 군대와 무장세력이 도로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밤에 이동하기는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몇 시간을 걸어 우리 병원으로 왔습니다. 산모가 도착했을 때는 정오였습니다. 그때까지 산모는 피를 너무나 많이 흘렸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산모는 병원에 도착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북키부 음웨소(Mweso) 병원 간호사, 2012년 4월

“전투가 시작될 때 가족을 데리고 마을을 빠져 나왔습니다. 식량이 없어 수요일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야채를 수확하러 제 밭으로 돌아갔습니다. 발포 소리를 들었고, 총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총알 하나가 제 왼팔에 와서 박혔습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 돌아갔고, 친구들이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들것에 저를 싣고 주 도로로 나왔습니다. 거기서 옆 마을로 가는 오토바이를 만났습니다. 밤에 이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기다렸다가 병원으로 왔습니다.”

- 남성(28), 자녀 3명, 북키부, 2012년 5월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던 한 여성이 일군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강간당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어머니가 아이보다 더 위급한 상태에 있었다.

전투가 벌어진 지역에서는 한 보건센터에서만 환자의 수가 40% 넘게 크게 늘어난 경우가 있다. 반면 사람들이 피난 가거나 숨어들어간 지역에서는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

비옥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두려워서 수확을 하거나 시장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약한 사람은 영양실조에 쉽게 걸린다.

 “중증 영양실조를 알고 있는 딸아이를 데리고 오늘 병원에 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걸어서 세 시간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상황이 불안정하여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밭이나 수풀에 숨어 자야 했습니다. 밤 중에는 도적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낮에는 무력 충돌이 있습니다. 총알이 날아다녀 밭에 가질 못하기 때문에 식량을 구하기가 힘이 듭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북키부 영양치료센터의 4살 환자의 어머니 , 2012년 4월

폭력의 희생자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투원으로 오인되어 총이나 칼로 공격받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은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보급품과 약탈품 운반을 강요당한 친척들 이야기를 전한다.

현재 심각한 상태에 이른 북키부와 남키부의 불안정 상태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계속되고 있는 주기적인 폭력사태의 일부분이다. 그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의 보건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북키부와 남키부의 10개의 후송병원, 31개 보건센터, 9개 보건소, 주간 이동 진료소, 다수의 콜레라 치료 센터, 필요시 응급대응 활동을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