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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요르단: 국경 폐쇄 후 ‘동면’ 상태인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2016.09.12

전쟁으로 부상을 입고 국경에 도착했지만 국경을 넘을 수는 없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불과 몇 km만 오면 그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병원이 있는데도 부상자들이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하디크 비야스,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사

6월 21일 요르단-시리아 국경이 폐쇄된 이후,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시리아인들이 요르단 북서부 국경을 통해 요르단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요르단으로 넘어오면 국경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람사 병원이 있다. 이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되는 시리아 분쟁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긴급 외상 수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람사 외과 프로젝트에서 ‘토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외과의사 하디크 비야스(Hardik Vyas)가 현지 소식을 전해 왔다.

국경을 폐쇄하기 전에는

6월 21일 전까지 람사 병원은 정말 분주했습니다. 전쟁 부상 환자들로 병원은 몹시 붐볐고, 국경이 개방돼 있었기 때문에 중상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우리 프로그램으로 대피해 왔습니다.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보다 보면 갖가지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이웃나라 시리아에서 계속되는 분쟁으로 사람들이 지금도 이렇게 해를 입는 것 같아 슬퍼지다가도, 이렇게 적은 수라도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마음이 놓이곤 했습니다.

우리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을 받았습니다. 다발골절, 복부 부상, 흉부 손상, 각종 외상에 더해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매우 심각한 환자들까지 다양했습니다. 요르단으로 이송되는 모든 환자들은 상황이 복잡합니다. 어떤 환자들은 전에 치료를 받긴 했지만 시리아 남부의 의료 기반시설과 병원 역량이 부족해 요르단으로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지원을 하고자 수술을 전면 다시 해야 할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지만, 전체 병실의 절반 정도는 비어 있고 응급실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람사 병원에서 단 5km 거리에 있는 국경 저 너머에서는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과 폭격 소리가 들립니다.

 동면’ 상태인 람사

의사, 외과의사, 간호사 모두 환자들을 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동면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마비라도 된 듯 이렇게 있다가도, 국경 저쪽에서 폭격 소리가 날 때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떨립니다.

날마다 폭격 소리를 듣고, 발 아래 땅이 진동하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 상황이 이러한데 국경 넘어 시리아 상황은 얼마나 끔찍할까 생각해 보면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근처에서 폭격 소리가 날 때마다 무기력한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가 없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크지만 우리는 지금 그럴 수 없습니다. 전쟁으로 부상을 입고 국경에 도착했지만 국경을 넘을 수는 없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불과 몇 km만 오면 그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병원이 있는데도 부상자들이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요르단으로 넘어올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할 때면, 그 사람들이 시리아 안에서 받는 치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요르단으로 들어오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뎌낼까?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병원들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 이 끔찍한 상황 때문에 과연 얼마나 많은 생명이 스러져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시리아 남부에 있는 야전 병원들은 아마 무척이나 버겁게 운영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날은 불과 1시간 안에 부상자 50명가량이 몰려와 환자 10명을 즉시 처치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살리려고 다들 신속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 병원들이 수많은 부상자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절망이 있습니다.

날마다 스러지는 목숨들

약 2개월 전에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요르단 국경까지 왔던 열 살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경에서 거절 당한 이 어린 부상자의 가족은 아이를 데리고 다마스쿠스에 있는 의료 시설로 찾아갔습니다. 시리아 남부 병원들은 복잡한 외상 환자를 치료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소년이 우리의 외상 수술 병원으로 올 수만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계속 ‘그럴 수만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우리는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이 무차별적인 전쟁의 한가운데 환자들이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의료 대피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요르단이 다시 국경을 열어 의료 대피가 재개된다면, 최소한 환자들은 생명을 지킬 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