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온두라스: 뎅기열 퇴치를 위한 혁신적 기술과 지역사회 참여

2023.09.01

테구시갈파(Tegucigalpa)의 가장 인구 밀집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에서는 뎅기열 대처 방식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뎅기열 예방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기술과 지역사회 참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현지 주민인 빅토리아(Victoria)는 모기에 한 번 물렸다가 병원에서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처음엔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관절도 너무 아파져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어요. 피가 나기 시작했을 때는 죽는 건가 싶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살아서 제 딸을 계속 돌볼 수 있기만을 바랐습니다.”_빅토리아

빅토리아는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내 가장 과밀한 지역 중 한 군데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콘크리트, 목재, 판금으로 지어진 집들이 가파른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근방에 숲과 계곡이 있지만, 해당 지역사회는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이용 가능한 정체수는 뎅기열과 지카(zika) 및 치쿤구니야(chikungunya)같은 기타 아르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모기의 번식지가 된다.

현지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현재까지 온두라스 수도 내 보고된 뎅기열은 9,200건이 넘는다. 해당 도시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유독 이 지역의 뎅기열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서 해당 지역사회 주민들은 뎅기열의 여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뎅기열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온두라스 수도는 경계 상태이며 보건부는 뎅기열 확산을 막고자 매주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테구시갈파 주민인 산드라(Sandra)의 가족 또한 여러 차례 뎅기열에 시달렸는데, 그 중 몇 번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손자는 뎅기열에 걸려 입원까지 하게 됐는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최악의 상황까지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회복했죠.”_산드라

이렇듯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뒤, 빅토리아와 산드라는 해당 지역 내 뎅기열 퇴치를 위해 모인 지역사회 리더들의 단체에 가입했다. 현재 이 둘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뎅기열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뎅기열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기술과 지역사회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볼바키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MARTÍN CÁLIX/MSF

새로운 뎅기열 예방법

수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지역에서 뎅기열 발병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 방역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당장 급한대로 뎅기열 건수를 줄이긴 했지만, 살충 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제 기존 방식으로는 뎅기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이 필요한 것이죠.”_에드가 보퀸(Edgar Boquin)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새로운 뎅기열 예방법은 뎅기열 혹은 지카나 치쿤구니야와 같은 기타 질병의 전파를 막는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를 지닌 모기를 활용한다. 몇몇 모기, 초파리, 나방, 잠자리, 나비와 같은 곤충의 50%가 해당 박테리아를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아르보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매개체 중 하나인 황열모기(Aedes aegypti)는 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세계 모기 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 WMP)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연구실에 있는 모기알에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주입한 뒤, 향후 모기알이 부화해 성충이 되면 조치 대상 지역에 방사해 이러한 질병의 확산을 줄이고 현지 모기와의 짝짓기를 통해 다음 세대로 증식될 수 있도록 한다. WMP 볼바키아는 호주,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같은 국가에서 활용되어 1천 1백만명 이상이 이러한 모기 매개 질병 예방법으로 꾸준히 도움을 받고 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가 주입된 모기알이 통에 보관되어 있다. ©MARTÍN CÁLIX/MSF

방역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사회의 볼바키아 인식 제고 및 수용 독려에 초점을 맞춘 첫번째 절차가 끝나면, 해당 박테리아를 지닌 모기를 방사해 현지 모기와의 교미 단계가 시작된다.

최대 26주(약 6개월)간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지닌 모기를 방사하고 나면, 볼바키아 박테리아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파되어 나중에 방역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내 모기의 상당 비율이 해당 박테리아를 지니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_에드가 보퀸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해당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모니터링은 온두라스 국립자치대 미생물학 연구소(Microbiology Research Institute of the Autonomous University of Honduras, IIM-UNAH)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적시에 표본 수집 절차를 모니터링하고 수집된 표본을 분석한 뒤, 분석 결과를 출판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대상 지역에서 이러한 연구의 효과성을 보건부, 지역사회와 사회 전체에 입증할만한 과학적 증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_데니스 에스코바(Denis Escobar) / 온두라스 국립자치대 미생물학 연구소 소속 연구원

지역사회의 프로젝트 수용

처음엔 이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 대해 의구심이 들긴 했어요. 작년에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뎅기열 긴급 대응을 위해 모기 방제 작업을 했었으니 단체에 대해 잘 알고 있긴 했죠. 그런데 이번엔 방제가 아닌 모기 방사를 하자고 찾아왔을 때 정말 놀랐어요! 처음엔 그 말을 듣고 겁부터 났어요. 이제 막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 있던 차라, 또 다른 전염병이 퍼지는 걸 원하지 않았거든요.”_산드라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팀과 지역사회 워크숍 및 프로젝트 정보 회의를 수차례 가진 후, 산드라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해당 프로젝트를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기 시작했다.

볼바키아 방식을 이웃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게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이 기술이 우리 지역사회 주민들, 특히 뎅기열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고 취약한 청소년 및 아동들에게 뎅기열 피해를 줄여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_산드라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산드라와 빅토리아 같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 곤충 사육장에서 도착한 볼바키아 주입 모기알이 든 통을 집에 두고 관리하는 것도 그들의 우선 임무기 때문이다. 산드라와 빅토리아는 모기알의 성장 및 방사를 모니터링한다.

우리는 또한 홍보 활동 및 현지 옹호 캠페인을 계획해서 지역사회 리더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 대변인으로서 주민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_후안 베르날레스(Juan Bernales) /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활동 책임자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볼바키아 프로젝트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ARTÍN CÁLIX/MSF

지난 7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사회 주민 4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도를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7%가 지역 내 뎅기열 피해 감소를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에 동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뎅기열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상태였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 뎅기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_산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