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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파괴의 고리에 갇힌 가자지구 

2022.08.26

 

사카르(Sakhar)는 자다가 집이 폭격당했을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공습은 의식을 잃기 전,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심지어 자신과 가족의 생사를 깨닫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습이 있었던 날로부터 5일 후, 휴전이 선언된 지 이틀 뒤였던 8월 10일, 사카르는 가자지구(Gaza) 진료소에 앉아 이웃이 보내준 핸드폰 속 사진을 응시했다. 사진에는 사카르와 형제의 얼굴이 피와 시멘트 가루 범벅이 되어 의식을 잃은 채 땅을 뒹굴고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모두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사카르 뿐만 아니라 4명의 자녀를 둔 34세 남성도 이번 공습에서 살아남았다. 과거 2014년 있었던 가자지구 공습에서 생존한 그는 당시 크게 부상을 입어 등에 피부 이식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개방 수술이 끝나 새살로 덮여있다. 두 아들과 함께 병원에 왔는데, 심한 골절과 찰과상을 입어 드레싱 교환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난 15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총 다섯 번의 전쟁으로 수천 명이 부상을 입거나 장애를 입었으며 이번 전쟁으로 350여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유엔(UN)에 따르면 49명의 주민이 사망했고 그중에 17명은 어린 아동이었다. 사카르의 두 동생은 파괴의 현장을 피해 끊임없이 거주지를 옮겨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트라우마와 밀접하게 형성된 본인의 삶을 기억했다.  

 

과거 교전들로 유년시절 친구들을 잃었던 마하무드(22세)는 가족의 아파트가 폭격을 당한 2022년 8월 초 자신도 부상을 당했다. ©MSF

2008년 교전 당시 저는 4학년이었습니다. 거리에서 폭발음을 듣고 시체를 목격했던 걸 기억해요. 2012년에도 역시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보게 되었고, 그중엔 제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우리 집이 폭격받았죠. 그동안 여러 끔찍한 현장을 봐왔지만 이런 건 처음이에요." _ 마하무드(Mahmoud), 22세  

반복되는 전쟁의 악순환이 사카르와 동생을 비롯해 가자 지구 주민에게 복합적인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의료진에게는 반복되는 응급실 현장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마취과 전문의 오사마 타우피그 하마드(Osama Tawfig Hamad)는 공습이 시작된 금요일 야간에 근무 중이었다. 2019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며 두 번의 전쟁에서 환자를 치료했고, 응급 시에 15명 이상의 환자가 얼마나 빠르게 몰려와 알 아우다(Al-Awda) 병원 응급실을 메우는지 설명했다. 당시 두 명의 어린 아동을 치료했는데 한 명은 두개골에 파편이 박혀 있었고 한 명은 흉부에 혈종이 발견되어 긴급 수술이 필요했다.  

 

공습 후 물자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MSF  

 

 

지난 15년간 가자지구에서 다섯 번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습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환자가 한 번에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50명의 환자가 한 번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 복합적인 감정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냉정하고 집중해야 합니다”_오사마 타우피그 하마드 / 국경없는의사회 마취과 전문의 

환자는 앞으로도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외상에 따른 후속 수술, 물리치료를 받는 동시에 정신적 트라우마 상담이 진행되며, 이는 환자의 일상이 된다고 마취과의 오사마는 말했다. 알-아우다 병원 물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샤디 알-나하르(Shadi Al Najjar)는 교전이 있을 때마다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에 익숙하다.  

아직도 2021년 5월에 있었던 전쟁 환자의 재활 및 물리치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리치료 부서에는 ‘위대한 귀환 행진(the Great March of Return)’ 부상 환자를 치료하며 동시에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본 입원 및 외래 환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_ 샤디 알-나하르 / 국경없는의사회 물리치료사 

주말의 악몽을 뒤로한 채, 샤디는 환자 치료를 위해 업무에 복귀했다. 폭격 둘째 날 옆집이 포격을 받았고 샤디의 집도 무너지면서 가족은 피신할 새도 없었다. 9개월 된 아들 방이 무너졌지만 유리와 파편으로 뒤덮인 아기침대에서 다행히 다친 데 없이 발견되었다.  

사카르는 아이를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전쟁 후유증임을 강조했다.  

제 큰아이가 다섯 살입니다. 포격을 겪고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밤마다 소리를 지릅니다. 그 뿐 아니라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어도 악몽으로 놀라서 깨고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도와야 할지 모르겠어요.”_사카르 / 가자지구 공습 생존자 

가자지구의 반복된 폭력 사태는 아동과 부모의 정신건강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가자지구의 청소년의 82%가 양호하지 못하거나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상태임이 보고되었다. 유엔의 2022 인도적 수요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3%의 가자지구 아동은 아동보호와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로 가자지구의 13만 7천 명의 보호자 역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13세 청소년 웨일은 자신의 집이 포격당하면서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MSF 

교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환자는 일상을 빈번하게 침습하는 전쟁 환경 속에서 성장했거나 자라날 가자지구의 아이와 청소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카르와 마하무드의 남동생인 13세 청소년 웨일(Wael)은 드레싱을 교체하고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소원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다.  

 

미래에는 전쟁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폭격의 두려움 없이 편안하고 조용한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_웨일 / 가자지구 청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