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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

2015.01.08

올해로 시리아 분쟁이 5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쟁의 양상도 복잡해지고, 피해 주민들이 구호 혜택을 받기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 알레포 현장 책임자 아이터 자발고게아즈코아(Aitor Zabalgogeazkoa)가 스페인 언론을 통해 내놓은 아래 글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리아의 어두운 현실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Yuri Kozyrev/Noor

2013년, 시리아 전망은 암울했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것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리아 분쟁이 4년째로 접어들던 2014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사망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했고, 100만 명이 부상을 입고 300만 명이 국경을 넘어 피신했으며, 700여 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최근 벌어진 최악의 분쟁이 얼마나 무참한 결과를 낳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절반 이상의 시리아 국민에게 인도주의적 구호의 손길이 필요했는데 그중 5백만 명이 아동이었다. 분쟁의 양상도 더 복잡해졌을 뿐더러 피해 주민들이 구호 혜택을 받기도 더 어려워졌다. 주민들에게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구호 체계는 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2014년, 시리아 여러 지역에서 무차별 폭격이 계속되었고, 알레포 같은 몇몇 도시에서는 이전보다 더 심한 폭격이 일어났다. 배럴 폭탄(폭발물과 인화물질 등을 기름통에 채워 만든 폭탄)이 터진 곳은 사실상 도시 전체가 황폐해져 버렸다. 반군 점령 지역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부근 지역들은 제2차 세계대전, 혹은 1990년대 2차례 분리독립 전쟁을 겪은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나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어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 지역에 쏟아진 배럴 폭탄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폭격이 훨씬 덜 일어나는 터키 혹은 이슬람국가(IS) 점령 지역으로 떠나야만 했다. 심지어 상당 수의 주민들이 시리아 내에서 유일하게 통행이 가능한 지점을 통해 정부군 점령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한 달에만 알레포 소재 병원 최소 6곳이 폭탄에 맞거나 폭격의 영향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잘 알려진 다르 알 쉬파(Dar al-Shifa) 병원을 포함한 몇몇 곳은 네 번이나 폭격을 맞았다. 알레포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던 병원 중 한 곳인 사쿠르(Sakhur) 병원도 세 번이나 폭격을 맞았다. 알레포 서부에 위치한 알 후다(Al Huda) 병원은 8월 2일 공습으로 의사 및 간호사 6명이 사망하고 환자를 포함해 총 15명이 부상을 입었고, 병원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영국 재단 SKT에서 세운 이 병원은 시리아 북부에서 신경외과 진료만 제공하던 곳이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갖추고 알레포 부근에서 운영하던 의료센터는 최근 몇 개월 동안 3 번이나 피해를 입었다.

현지 보건 체계도 와해되었다. 홍역, 소아마비가 유행하면서 시리아 아동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는 공공 보건 체계가 악화될 때 일어나는 증상이다. 분쟁이 길게 이어지면서 의료 지원의 우선순위도 변하고 있다. 부상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보건, 경제, 사회 체계와 가정이 무너지면서 그 영향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중기에 접어들면서 분쟁은 줄어들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더 많아졌고 시리아 전역의 의료 상황은 전보다 더 심각하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인도주의 단체들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 분쟁의 영향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감염성 질환 및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다. 만성 질환으로 소리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도 있고, 여성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출산하며, 시리아 국민들의 정신 건강도 큰 영향을 입었다.

난민을 수용하는 지역사회에서는 난민들이 전례 없는 사회적, 경제적 압박이 되고 있고, 국가 보건 체계와 사회 복지, 고용 시장 등 여러 면이 영향을 받고 있다. 약 1800만 명 인구가 살고 있는 이스탄불과 같이 넓게 뻗어 있는 도시조차도 대규모 시리아 이주민들이 몰려오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 요르단, 레바논 상황은 더 심각하다. 1인당 난민 비율을 따졌을 때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난민이 이 두 나라에 머물고 있다. 이라크로 피신한 난민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라크 분쟁의 피해도 입게 되면서 더 큰 불운에 처했다.

이제 상황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 공공연하게 거론되지는 않으나 ‘그 어느 쪽도 승리할 수 없을 것이며, 바람직한 결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남은 것은 절망과 수치뿐이다. 국제 연합군이 주도한 폭격으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아무도 행동하지 않자 절박한 주민들은 최소한 무차별 배럴 폭탄 공격이라도 멈추길 바라고 있다. 분쟁 기간 3년 동안 유럽이 수용한 난민 수는 레바논, 요르단, 터키 3국가가 하룻동안 받아들인 수보다도 적다. ‘해상 구조 서비스는 절박한 이주민들 몇백 명씩 위태로운 배에 올라타는 모험을 감행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시리아인들은 지중해를 건너갈 시도를 그만둘 것이라고 믿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럽다. 화학전 종식에 대한 합의, 이라크 북부 지역의 석유 채굴권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볼 때, 자국 이익이 영향을 받을 때에만 반응하는 국제사회의 모습도 부끄럽다. 인도주의적 지원 책임은 구호 단체들에만 넘긴 채 뒷짐 지고 있는 국제사회를 보면, 그들에게 시리아 민간인들은 아주 작은 형식 치레를 베풀 만큼의 가치도 없는 모양이다.

* 본 기고문은 2015년 1월 2일자 스페인 언론매체 'Vocento Group'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