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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존슨앤존슨 결핵 치료제 가격 인하 촉구 캠페인 개시

2019.10.10

 

특허법 개정 연합 (Fix the Patent Laws Coalition)과 전세계 유대단체들은 10일, 약제 내성 결핵 (Drug Resistant TB) 치료 규모를 늘리고 사망자수를 줄이기 위해 제약회사 존슨앤존슨 (Johnson & Johnson)에 항결핵제 베다퀼린 (bedaquiline)의 가격을 1일1달러로 인하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개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해 약품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공동의 노력을 감안하면 약품의 가격을 인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미국, 남아공, 브라질, 벨기에, 우크라이나, 스페인의 존슨앤존슨 사무실 앞에서 약제 내성을 가진 결핵환자들이 약품 하루 복용치를 1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으며, 많은 결핵 활동가 및 시민단체의 지지와 참여가 잇따랐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이하 ‘액세스 캠페인’)의 HIV/결핵 정책 고문 샤로난 린치(Sharonann Lynch)는 “베다퀼린은 납세자들과 전세계 결핵 관련 기관의 자금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베다퀼린 개발에 기여한 이들의 의견도 약값 책정에 반영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우리는 존슨앤존슨에게 모든 약제 내성 결핵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루 복용 가격을 1달러 미만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베다퀼린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다퀼린은 상당한 납세자 및 비영리 기관, 기부자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약품의 사용법을 알리고 그리고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중요한 역할은 대부분 결핵 연구 기관, 각국 보건부,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치료 제공 기관이 담당했으며, 납세자 및 기타 후원자의 재정적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국제적인 공동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특허는 많은 국가에서 존슨앤존슨이 독점하고 있으며, 어느 국가에서 판매될지 결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존슨앤존슨은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으로부터 자사 다른 약품들의 판매 승인을 앞당길 수 있는 우선심사권을 획득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거둔바 있다. 

존슨앤존슨은 현재 베다퀼린 가격을 국경없는의사회가 요구하는 가격의 두 배로 책정한 상태다. 존슨앤존슨은 유엔 연계 결핵 약품 및 진단기기 조달 기관인 글로벌약품조달기구(Global Drug Facility, 이하 “GDF”)를 통해 베다퀼린 구매가 가능한 국가에서 6개월 치료과정분을 400달러(한화 약 47만원)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리버풀 대학 (University of Liverpool) 연구진에 따르면, 베다퀼린은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도 충분히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 연 108,000개 치료세트가 판매된다고 가정 시 1일치가 무려 25센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 1일치를 1달러에 판매할 경우, 대부분 약제 내성 결핵 환자에게 필요한 20개월 치료분은 미화 600 달러(한화 약 72만원) 선에서 해결 가능하다. 반면 현재 존슨앤존슨이 GDF를 통해 약품 구매가 가능한 국가에 책정한 20개월 치료분의 최저가는 약 1,200 달러(한화 약 143만원), 하루 2달러이며, 그 외 국가에는 더 높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과도한 가격은 약제 내성 결핵 유행으로 시달리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약품이 보급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 특히 베다퀼린은 결핵 치료요법에 필요한 다양한 약품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남아공 칼리쳐(Khayelitsha)에서 다중약물내성 결핵 치료를 받고 2019년 초 완치된 놀루드웨 마반드렐라 (Noludwe Mabandlela)는 “베다퀼린 덕분에 살 수 있었다”며, “이전에 주사약을 사용해 치료 받을 땐 많은 부작용을 겼었으나 베다퀼린으로 바꾼 후에는 빠르게 건강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존슨앤존슨 같은 제약회사들이 약제 내성 결핵 환자의 생명줄 같은 이 약의 가격 인상을 중단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다퀼린은 지난 50여년간 개발된 신종 결핵 치료제 세 개 중 하나다(다른 두 개는 델라마니드(delamanid)와 프레토마니드 (pretomanid)이다). 신약 이전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된 약제내성 결핵 치료요법은 환자들이 하루에 많게는 알약 20개씩을 2년간 복용하고 매일 고통스러운 주사를 맞아야 했으며, 정신증 혹은 지속적인 메스꺼움, 청각소실까지 극심한 부작용을 수반했다. 이러한 차선의 치료요법을 통한 치료율은 다중약제내성 결핵 환자는 55%,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환자는 34%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베다퀼린을 처방 받은 환자의 치료 결과가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통계를 바탕으로 베다퀼린을 주사 약품 대신 모든 전 경구 치료요법에 중점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베다퀼린 사용은 이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치료 성공률이 떨어지는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다제내성결핵(pre-XDR-TB) 환자,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환자에게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 베다퀼린을 처방 받은 244명의 환자(이중 96%는 다제내성결핵 또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환자였다) 중 87%가 치료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의료 고문 필라르 우스테로(Pilar Ustero)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주사약 외에는 대안이 없어 청각을 잃거나, 직업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것을 봤다”고 언급하며, “베다퀼린은 이 상황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베다퀼린에 접근성을 가진 약제내성 결핵환자들은 부작용을 겪지 않아도 되며 완치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베다퀼린은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결핵 프로그램에 따르면, 작년 세계보건기구가 다중약제내성결핵 치료의 핵심약품으로 베다퀼린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 이후 약 1만2천명만이 베다퀼린을 포함하는 치료요법을 받았다. 이는 매년 약제내성 결핵에 걸리는 55만8천명(2018년 세계결핵보고서)의 80%가 베다퀼린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미미한 숫자다. 베다퀼린이 포함되어 더욱 내성이 강한 치료법이 신속히 확산되려면 다른 결핵 제약회사들이 복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 존슨앤존슨이 모든 사람이 적절한 가격에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최대 비정부 결핵 치료 공급 기관이며, 30년 넘게 국가 보건 기관과 협력해 장기분쟁지역, 도시 빈민촌, 감옥, 난민 캠프, 그리고 기타 소외지역에서 결핵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9월 기준, 14개국에 걸쳐 2천여명 이상이 신종 치료제를 처방 받았으며 그 중 633명은 근 40년만에 개발된 다른 신종 결핵 치료제 중 하나인 델라마니드, 1,530명은 베다퀼린, 그리고 227명은 두 약품의 조합을 처방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장기적으로 베다퀼린을 적절한 가격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특허 장벽을 허물고 보다 많은 생산자들의 시장진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2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존슨&존슨이 인도에서 출원한 특허에 대한 약제내성 결핵 생존자 두 명의 이의제기를 지지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약제내성 결핵이 긴급한 보건 위기임을 감안해, 인도 정부가 특허 출원을 기각하고 자체 결핵 약품 생산자들에 강제실시권을 발부해 인도 국가 결핵 프로그램에 베다퀼린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추후 중요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특허 장벽들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한편, 다른 국가 또한 높은 가격을 근거로 강제실시권을 발부할 수 있는 선례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심사권 (Priority Review Voucher)

소외 질병 우선심사권 프로그램 하에 미국 식품의약국 적격 소외 질병 의약품(약품이나 백신)을 승인할 시, 신약개발업체에 우선심사권이 수여된다. 이 심사권은 해당 신약개발업체의 모든 약품이나 백신에 대한 식품의약국 검토를 가속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개발업체는 심사권을 다른 기관에 양도할 수도 있으며, 앞서 미화 3백50만 달러에 양도된 선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