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발생한 남수단 올드판각(Old Fangak) 왕초트(Wangchot) 마을에서 카누를 타고 다니는 한 여성의 모습. 2020년 7월에 발생한 홍수는 약 80만 명의 삶에 극심한 영향을 미쳤는데, 수많은 집이 침수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 식수, 거처 없이 생활하고 있다. ©Tetiana Gaviuk/MSF
지난 10월 3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의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회의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가 열리고 있다. COP26에는 세계 정상들이 범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고,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COP26에 공식 참관 단체로 참여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의료적·인도적 위기에 대응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은 대부분 기후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기후위기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인구를 지원한다. 기후위기가 이미 건강에 취약한 사람들을 더욱 위험하게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번 COP26에 참여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소외인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들이 외면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50년간 이어온 증언활동의 일환이며, 이번 회의 또한 이 사명을 실천할 계기라고 판단했다. COP26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사회의 우려스러운 현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 기후위기에 맞춤화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더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인도적·의료적 대응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COP26에 참석했다. COP26에는 기후와 환경 문제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가진 다양한 기관, 단체, 개인이 참석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다가올 의료적 필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2021년 4월, 최근 몇 년 만에 마다가스카르 동남 지역에 극심한 식량 및 영양실조 위기가 발생했다. “비가 오지 않아 아무것도 자라지 않아요. 땅 위에선 물을 구할 수 없어 땅을 파서 물을 찾아야 해요.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비타소아(Vitasoa) / 마다가스카르 암보아사리(Amboasary) 구역 라노비(Ranobe) 마을 주민 ©iAko M. Randrianarivelo/Mira Photo
3.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탄소 배출에 대한 과학계의 경고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궤도에 올라야 한다는 필요성도 체감하고 있다. 전 세계 보건 위기 대응활동에는 탄소배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의 전면 탄소중립화는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데 전념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COP26 참석을 계기로 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고, 전 세계 모든 취약인구와 환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인도적·의료적 지원 방법을 함께 고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기후위기는 취약인구가 처한 기존의 인도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 예컨대 니제르에서는 강우패턴이 바뀌어 식량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말라리아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인구압(demographic pressure)*과 토지사용과 밀접히 연관되어 폭력이나 실향을 초래하고, 전염병이나 식량안보 위기의 반복적인 발생을 야기한다. 특히 말라리아와 영양실조의 동시 발생은 5세 미만 아동에게 치명적이다.
*인구압은 일정 지역 안에 인구가 지나치게 많아 생활 공간이 좁아지고 생활 수준이 낮아지게 되어 느끼는 압박감이다. 인구 이동의 원인이 된다.
2019년 남아프리카를 강타한 사이클론 이다이(Idai)의 피해자 마리아 페드로(Maria Pedro)가 건물 잔해 위에 서있다. ©Giuseppe La Ros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활동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야기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여러 활동 지역에서 강수 패턴이나 기온 양상이 일정치 않아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와 같은 감염병 환자가 늘고, 환경적 압력(environmental pressure)으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 또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이클론이나 허리케인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포착되며, 영양실조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촉발하는 기근도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는데, 이미 기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제한적이거나 완전히 차단된 사람들의 건강에 특히 더 극심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주의 구호단체는 위기가 발생한 원인에 상관없이 모든 위기에 대응한다. 하지만 세계 정상들이 위기 발생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응 노력은 효과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하여 인도적 재난을 방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