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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분쟁, 보건 위기에 관한 공동성명서

2022.11.10

기후위기는 분쟁지역이나 의료사각지대에서 생활하는 취약 인구에게 더욱 심각한 상황을 야기한다. 이에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하여 기후위기, 분쟁, 의료위기의 여파를 겪은 국가에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 홀로 극심한 위기에 맞서는 것은 역부족이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각국 정상, 금융 및 정치 기관이 협력하여 위기에 노출된 국가에 충분한 지원을 보장하길 촉구하며, 다음의 공동성명서를 작성했다. 


남수단 유니티주 벤티우 마을이 홍수로 침식되자 안전한 곳으로 피난하는 주민 ©Peter Caton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전 세계의 취약 계층이 기후변화로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필수 의료서비스 접근이 차단된 분쟁 지역 거주민에게 현실은 더욱 가혹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 적십자·적신월 운동은 긴밀히 공조하여 기후변화, 무력 분쟁, 보건 위기 삼중고에 시달리는 각국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가창 취약하고, 적응 수준이 가장 낮은 25개국 중 대다수가 분쟁 국가입니다. 해당 지역민들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뿐더러 기후변화로 식량, 식수, 경제 자원 등이 부족해지면서 생계와 건강, 삶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소말리아는 전례 없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며 큰 타격을 입었고,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기존의 인도적 위기 또한 악화하였습니다. 극심한 자연재해가 잇따라 덮치며 기후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는 홍수 피해를 본 남수단과 사헬 지역, 사이클론이 강타한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면서 기후 변화로 더욱 극심해진 보건 및 인도적 위기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피해와 어두운 미래 전망을 고려한다면 경각심을 더더욱 늦출 수 없습니다. 가뭄과 홍수, 전염병이 발생하고 강우 패턴이 변하면서 식량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생계가 어려워졌습니다. 사이클론 등 이상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증가하며 주요 보건 시설이 파괴되었습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 등 치사율이 높은 질병의 패턴도 달라져 전염병 대응이 어려워졌고, 분쟁과 폭력으로 긴급 구호 활동의 필요가 증가하면서 보건 시설이 과부하 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 온도 대비 1.2도 상승만으로 이토록 가혹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기후 변화의 책임이 큰 부국 대신 가장 취약한 국가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온도 상승이 초래할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고, 나날이 증가하는 ‘기후 위험(climate risk)’에 적응할 수 있도록 취약한 국가를 지원해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은 넘쳐나는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연대의 위기가 이제는 도덕성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촉발한 비극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됩니다.”_ 스티븐 코니시(Stephen Cornish)/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센터 사무총장

필요한 곳에 충분한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파리 협약은 기후위기의 타격을 입은 저개발국의 지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해당 의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을 뿐더러 피해국 대부분이 무력 분쟁에 시달린다는 점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회원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취약 국가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말리, 예멘 등 분쟁 지역에서 기후 위험이 높아지며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해당 지역민들이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구호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복잡다단한 도전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이 신속한 재정 및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취약국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_로버트 마디니(Robert Mardini) /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사무총장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국제사회가 파리 협약과 2030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이행하고 취약국과 취약 계층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해결책을 찾고 필요한 곳에 기후 재원을 조달해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그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