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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긴 전쟁 속에서 신생아는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2021.11.04

모니카 코스테라(Mónica Costeira) /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의

예멘 북서부 알-카나위스(Al-Qanawis)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숙소에서 매일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곤 합니다. 우리 모두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별을 바라보지만,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갈 테지요. 제가 있는 이곳은 풍부한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지금은 길고 긴 내전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쟁 부상이라고 하면 외상을 입는 경우, 즉 폭격이나 총격, 포격으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이런 물리적인 부상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처와 고통 또한 야기합니다. 예멘 호데이다(Hodeidah) 행정구역에 위치한 알-카나위스와 그 주변 지역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죠.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카나위스 모자보건 병원에는 매주 열 명이 훌쩍 넘는 신생아들이 입원합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아이들은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아이들입니다. 호데이다 행정구역은 6년간의 내전 동안 분쟁이 가장 활발하게 발생했던 지역이지만, 이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 대부분은 분쟁 일선이 아닌 외곽 지역에서 옵니다. 총격이나 공습, 포격 소리를 자주 듣진 않지만, 이들에겐 매일이 전쟁입니다. 

이곳에 오는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식량, 식수, 안전한 거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거의 차단되어 있습니다. 전문 인력이나 의약품이 갖춰진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 치료나 예방이 가능했던 질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아동이나 임산부, 고령자, 만성질환자와 같이 가장 취약한 인구가 가장 극심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쟁은 제일 먼저 한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키는데, 예멘 내전은 이미 취약했던 예멘의 의료시스템을 더욱 옥죄었습니다.  

 

산모 자이마 후세인(Zaima Hussain)이 갓 출산한 아이샤(Aiesha)와 함께 알-카나위스 병원의 수술 후 입원병동에 누워 있다. 2021년 8월. ©NASIR GHAFOOR/MSF

의료시설을 찾아가는 힘겨운 여정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랍니다. 예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수중에 있는 모든 걸 팔아 자식만이라도 해외에 보내는 부모가 많습니다. 

병원에 가는 간단한 일은 예멘에서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오히려 힘겨운 여정입니다. 이 병원에서 만난 라티파(Latifa)의 부모님과 같이,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병원에 데려온 부모님들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라티파는 태어난 직후부터 살려고 하는 의지가 강한 아이였습니다. 라티파의 가족은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된 한 작은 외곽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전쟁 발발 후 붕괴되거나, 의료인력이 떠나거나, 의약품과 의료기기 부족으로 운영이 힘들어 폐쇄된 보건소가 많습니다. 

근처 보건소들이 폐쇄되어 라티파의 엄마 파티마(Fatima)는 임신하고 나서도 의료시설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팠지만 병원에 갈 교통수단을 마련할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죠. 그러다 어느 날, 예정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진통이 시작됐습니다. 파티마는 아이가 잘못될까 우려했죠. 조산이라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 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결국 집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났습니다. 

“산모들이 고통 섞인 비명을 지르고 신생아가 사망하는 이유는 이들이 필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_모니카 코스테라 /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의 

파티마는 병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아이는 결국 사망했습니다. 슬픔에 겨운 사이, 파티마는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산전 관리를 못했기 때문에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없었죠. 

이내 파티마는 기운을 차리고 필요한 것을 준비해 모자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알-카나위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가깝다고 해도 몇 시간이 걸리는 곳이었죠. 다행히, 병원에 제때 도착하여 둘째 라티파를 무사히 출산했습니다.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난 라티파는 병원에서 지낸 2개월 동안 의료진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라티파가 퇴원하는 날, 라티파가 무척이나 대견했으며 저희 의료팀의 헌신과 사랑에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라티파가 가족에게, 마을 전체에, 또 전쟁으로 고통받는 예멘에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라티파가 의료진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예멘 호데이다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카나위스 모자보건 병원 내 수술 후 입원병동에서 마키아(Makkia)가 여동생을 안고 있다. 산모 파티마(Fatima)는 제왕절개 수술 후 이 병동에 입원했다. 2021년 8월 예멘. © NASIR GHAFOOR/MSF

예멘 호데이다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카나위스 모자보건 병원에서 아기가 이모 마키아(Makkia)의 품에 안겨 자고 있다. 2021년 8월 예멘 © NASIR GHAFOOR/MSF

필수 의료서비스 부족이 야기하는 문제들 

알-카나위스에서 신생아 사망의 주 원인은 조산으로 인한 합병증입니다.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은 다양한 위험요소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양질의 산전관리로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 위험요소로는 산모 연령(17세 이하 또는 35세 이상), 짧은 임신 간격, 모성 영양실조, 다태임신, 태아 기형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자간전증(pre-eclampsia; 임신중독증), 자간증(eclampsia), 감염과 같은 모성 보건 문제가 있습니다. 알-카나위스에서는 이러한 위험증세를 보이는 임산부가 많지만 기본적인 신생아 관리로 신생아 사망률을 현격히 낮추고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날 옥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생명을 구하는 일에 일조한다는 데 보람을 느꼈지만 동시에 병원까지 오지 못한 사람들이 걱정됐습니다. 산모들이 고통 섞인 비명을 지르고 신생아가 사망하는 이유는 이들이 필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목격하고 전쟁이 취약인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 나니, 예멘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국제사회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생명을 구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의 모니카 코스테라가 예멘 알-카나위스 병원 신생아 병동에서 한 신생아를 안고 있다. 2021년 8월. ©NASIR GHAFOOR/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