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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홍역 환자 위험한 수준으로 급증

2023.08.25

지난 3년간 예멘에서 홍역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하는 아동 환자 수가 상당히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의료시설을 찾은 홍역 환자는 2022년 전체 보다 거의 3배나 많은 4천 명이다. 약 9년째 이어지는 분쟁의 영향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한 국가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른 질병까지 악화시키는 아동 영양실조가 예멘에서 급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영양실조는 면역체계를 약화하며 특히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의 경우 홍역은 치명적이 된다.

2023년 6월 홍역 감염 후 예멘 알 타라(Al Thawrah) 병원 격리병동에서 치료받는 15개월 유아 ©MAJD ALJUNAID/MSF

홍역과 영양실조는 모두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필 의료서비스가 부족하고 경제적 상황이 열악한 예멘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아이샤(Aisha)와 그녀의 3살 된 아들 압둘라(Abdulla)를 비롯한 예멘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아이샤는 아들을 하자(Hajjah) 지역의 아브스(Abs) 병원에 데려갔을 때를 떠올렸다.

압둘라는 인후통, 고열에 시달렸고 눈이 충혈됐어요. 나중에는 붉은 반점이 몸에 나타났습니다. 아들을 진료소에 데려갔을 때, 의사는 압둘라가 합병증을 동반한 홍역에 걸렸다며 입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압둘라는 예방접종을 일부 받긴 했지만, 일부는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이동 비용이 너무 비싸서 진료소에 계속 가기 어려워 필요한 예방접종을 다 받진 못했어요._아이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아동 환자의 보호자

홍역은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사회에서 쉽게 퍼질 수 있다. 대부분 5세 미만 어린이에게 발생하고, 기저질환 또는 합병증을 앓는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홍역은 잠재적으로 치명적이지만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폭력적인 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외곽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녀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한 연료비 및 교통비를 마련하는 것을 극도로 어려워하고 있다. 더군다나 예방접종 캠페인 및 저렴하고 가동 중인 종합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필수 치료를 받기 위해 멀리 이동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병원을 찾아오는 많은 환자가 후기 단계 홍역같이 예방접종 및 시의적절한 치료 등 예방치료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합병증을 안고 병원에 도착한다.

예멘에서 홍역을 비롯한 예방 가능한 질병 문제를 악화하는 모든 요인을 정량화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미흡한 예방접종 및 기본 의료시설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이 큰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홍역 유행이 많이 증가하여 우려가 커졌다.

2020년에는 우리 진료소에 입원한 홍역 환자 수가 2019년 731명에서 77명으로 줄었습니다. 2019년에 실시한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의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몇 년간 예방접종 활동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문제가 겹치면서 환자 수는 다시 증가했고, 2021년에는 762명의 홍역 환자를 받았습니다. 올해 급증한 환자 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환자 수가 거의 3배 증가한 4천 명에 도달해 이미 과부하에 시달리는 의료시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명입니다.” _아이작 알칼데(Isacc Alcalde) /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안타깝게도 이러한 홍역 환자의 급증 추세는 단발성 문제가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암란(Amran) 및 사다(Sa’ada), 하자(Hajjah), 이브(Ibb), 호데이다(Hodeida), 타이즈(Taiz), 마리브(Marib), 샤브와(Shabwa) 지역에서도 홍역 환자 증가추세와 파괴적인 영향을 목격했다.

유엔 기관들 또한 2022년에 161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2만 2천 명 이상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사례가 증가하는 예멘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이미 16,1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디프테리아(diphtheria) 및 백일해(pertussis) 환자 수와 각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일부 보건센터에서는 수요 증가에 맞춰 활동을 조정했다. 예로, 알 바이다(Al Bayda) 지역에서 홍역 대응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2023년 2월 중순에서 6월 사이에 총 1,784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9세 라니아(Rania)가 알 바이다에 소재한 알 타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MAJD ALJUNAID/MSF

환자의 약 52%가 합병증을 앓고, 겨우 12%만이 입원하기 전에 예방접종을 받은 상태였는데, 이러한 수치는 예방접종 수준이 낮은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낮은 예방접종률은 인도주의적 물품 유입 제한을 비롯한 물류 장벽, 예방접종을 제공하는 의료시설 부족, 홍역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의 중요한 역할을 충분히 알리기 위해 필요한 보건교육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많아진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아브스 병원의 홍역 격리 병동을 확장했다. 알 후데이다(Al Hudayda)에 위치한 알카나위스(Al Qanawis) 모자병동이 2023년 5월에 개원하고 며칠동안 입원한 소아병동 환자의 절반 이상이 홍역 환자였다.

비슷한 사례로 타이즈(Taiz)의 모카(Mocha) 지역에서도 홍역 환자가 많이 증가하면서 2023년 4월에 홍역 전용 격리 병동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다. 카메르(Khamer)와 헤이단(Haydan) 지역의 경우, 각 소아병동 입원 환자의 35% 및 41%가 홍역 환자였다. 지역은 다르지만 높은 발병률과 동시에 심각하게 낮은 예방접종률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역은 전염성이 강하고 많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홍역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격리 등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홍역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많은 예멘 지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가 홍역 증상을 보이면 진료소에 찾아온다. 그들은 자녀와 이웃 아이들까지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얄(Layal)과 후세인(Hussein)의 모친은 아이들을 알 바이다 지역의 라다 병원(Ra’ada Hospital)으로 데려갔을 때를 회상한다.

라얄이 먼저 친척을 만나고 고열이나 반점 같은 홍역 증상으로 보여서 후세인을 격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후세인도 이미 전염됐고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을 제때 병원에 데려갔고, 아이들은 잘 회복했습니다. 홍역이 빠르게 퍼져서 이웃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처음에 걱정이 컸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예멘 아이들을 홍역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방 조치 및 지역사회의 참여, 환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관련 당국은 예멘의 인도주의적 및 보건 활동가와 함께 협력하여 의료 시설의 백신 가용성 보장, 종합의료시설의 접근성 및 수용력 강화, 환자 이송 수단 개선, 지역사회의 건강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6년에 예멘에서 활동을 개시했으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구호활동을 지속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3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11개의 병원에서 활동하고 그 외 16개의 보건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입원 치료는 10만 8천 건, 외래진료는 7만 1천 건, 외과시술은 3만 6천 건, 분만 지원은 3만 5천 건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