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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 의료지원 수요 솟구치는데 재원은 부족

2023.08.25

로힝야 사람들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전례 없는 대규모 탈출을 감행한지 6년이 지난 현재, 이들이 머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캠프 내 의료지원 수요는 여전히 막대한데 이에 대한 지원은 점점 부족해지는 수준이다. 다수의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무국적 상태에 놓인 백만 명 로힝야 사람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국제적 재원은 매년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법적 지위가 없는 탓에 본인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합법적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인도적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캠프 내 가장 큰 의료서비스 제공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에서 활동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 치솟는 의료지원 수요 앞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유입되는 환자 수용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방으로 로힝야 사람들의 고향 미얀마 산이 보이는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 일부 전경 ©Victor Caringal/MSF

대탈출 후 6년: “일시적” 위기의 장기화


2017년 8월 몇 주 동안에 70만명 이상의 남성, 여성, 아동이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Rakhine) 주에서 미얀마 군부대가 저지른 대규모 폭력사태에 쫓겨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 언덕으로 피란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주민들은 이전에 그랬듯 그들의 이웃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끔찍한 폭력사태를 벗어난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주고자 했던 임시적 방안이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장기적 위기로 변모했다.
긴급 상황이 정점을 찍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캠프 내 더 많은 도로와 화장실 및 식수가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밀한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며 영구적 건축물 건설은 금지되어 있다. 화재로 수백개의 임시 거처가 파괴되는 등 예방 가능한 위협이 캠프 거주민들에게 상존한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해당 지역 내 임시 거처는 대나무와 플라스틱 시트로 지어져 강풍, 폭우, 산사태로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렇듯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환경임에도 캠프를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5월, 사이클론 모카(Cyclone Mocha)가 방글라데시를 강타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이틀간 문을 닫아야 했다. 반쯤만 영구적인 건축물 구조가 붕괴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시 거처를 짓기 위해 필요한 대나무를 옮기는 모습, 2023년 6월. ©Victor Caringal/MSF

세계 최대 난민 캠프에 도달할 재원이 점점 부족해진다

로힝야 난민의 미얀마 귀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시민권 및 소속 땅 귀환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멈춰 있는 듯하고, 캠프에서의 삶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캠프는 울타리와 가시돋힌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로힝야 사람들에게는 노동이나 캠프 이탈이 허락되지 않는다. 무국적 상태에 놓인 백만 명의 난민들이 식량, 식수, 의료서비스 접근에 있어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제기구들의 구호 재원 마련은 점점 역부족이다. 지난 2년간, 유엔 회원국들의 인도적 재원 약정액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21년에는 약 70퍼센트였으나, 2022년에는 60퍼센트, 2023년 현재까지는 약 30퍼센트로 줄었다. 지난 3월,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배급 규모는 일인당 한달에 미화12달러 수준에서 10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6월에는 8달러 수준으로 재차 감소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인력, 의약품, 후속 치료 제공을 이들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단체들이 운영 중인 보건시설들에 닥친 어려움을 목도하고 있다. 또한, 식수위생 시설의 정기적 보수가 어려워지면서 다수 캠프 내 위생 환경 및 식수 접근성이 열악해지고 있다.

캠프 내 비위생적 환경은 여러 보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Victor Caringal/MSF

솟구치는 수요로 의료 과부하

비위생적인 거주 환경은 보건 상황을 악화해 다양한 보건 문제를 낳는다. 지난 해, 뎅기열 환자 수는 그 이전해보다 10배 증가했고, 2023년 초 콜레라 환자 수는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5월 캠프내 보건부문 합동팀으로부터 제공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캠프 거주민 40퍼센트가 옴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대규모 옴 약물 치료 개시를 권고하는 기준이 10퍼센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년간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서비스 제공 활동에 큰 압박을 가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6년 전 로힝야 민족의 대규모 유입 이후 열악한 거주 환경으로 야기되는 전염병, 호흡기, 장, 피부 감염 질환을 치료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얀마 내 로힝야 민족이 겪는 의료서비스 부재로 인해 당뇨, 고혈압, C형 간염 등과 같은 만성적 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가 캠프 중간에 지은 “언덕 위 병원”의 외래진료실에 유입되는 환자 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50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1년 동안 해당 지역 내 다수의 보건소가 자금 부족 및 만연하는 옴 유행으로 문을 닫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해당 병원과 국경없는의사회가 고얄마라(Goyalmara)에서 운영하는 모자병원에서도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유입된 소아 질환 환자 수가 전년동기 대비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간 의료 수요 성수기가 막 시작되던 7월, 소아병동은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

로힝야 난민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언덕 위 병원”, 2021년. ©Paul Miranda/MSF

환자들이 마주하는 한계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기구들의 재원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계속해서 증가하는 의료적 수요는 국경없는의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진료 건수가 늘어나면서 인적 자원, 병상, 의약품 마련에 지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두 가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각각 한계점이 있다. 가령 비전염성 질환이나 옴 같은 특정 질환의 경우, 솟구치는 의료적 수요로 모든 환자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년 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섹션별로 구분되어 있는 캠프에서 질병의 중증도 혹은 환자의 출신 지역에 따라 보다 엄격한 환자 분류를 시행해야 했다. 질병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환자는 다른 보건소로 보내야 하는데, 그들도 필요한 의약품 부재로 인해 비전염성 질환이나 옴 환자를 치료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소아 질환의 경우, 의료적 수요 성수기를 앞두고 고얄마라 병원 소아 입원실에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임시 병상을 추가 설치했다. 지난 해부터 더 많은 수의 소아 질환 환자가 “언덕 위 병원”으로 유입되었는데, 이곳은 원래 소아 환자를 위한 병원은 아니다. 이로 인해 해당 병원에는 병상 추가 설치가 필요하게 되었고, 다른 환자들의 입원병동에 부담이 더해졌다. 장기적 해결책도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도 의료적 수요 성수기가 시작되었음을 고려하면 추가 설치 병상도 솟구치는 의료적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 사람들이 캠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 이들에게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이 추가적으로 야기되는 것을 예방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들이 재정적 기여를 크게 확대해야만 한다.

► 로힝야 사람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