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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모성보건 활동을 통한 난민 여성 지원

2023.04.24

말레이시아의 난민 지역사회 임신부들이 충분한 모성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산전후 관리, 응급 산과 치료, 가족계획 서비스 및 전문 조산사 등의 서비스 접근성 차단은 난민 지역사회에서의 높은 모성 사망비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난민의 모성 사망비는 출생아 10만 명당 약 62명으로, 이는 말레이시아 평균인 출생아 10만 명당 36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난민 지역사회의 모성 사망비가 높은 주요 원인은 분만 후 출혈 및 고혈압으로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2019년 이후 자료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는데, 국경없는의사회가 환자를 치료하며 확인한 바로는 해당 집단의 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할 만한 지표가 없다. 

임신부를 포함한 로힝야 여성들이 페낭 버터워스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방문했다. ©Kit Chan

법적 지위의 부재로 인한 의료 접근성 차단 

말레이시아는 1951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체약국이 아니며, 난민을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국내법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에서는 난민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어 의료서비스, 일자리, 교육 접근성이 차단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의 유엔난민기구에 등록된 난민은 외국인이 내는 비용에서 50% 할인된 비용으로 공공 의료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간 의료시설에서 산전 또는 산후 검사를 받으려면 100~500링깃(한화 약 3~15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데, 출산이나 응급 산과 치료를 받는 데는 공공 의료시설이나 민간 시설에서 모두 수천 링깃이 든다. 

현재 둘째 출산이 임박한 익명의 로힝야 난민 여성은 비용 문제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 모성 의료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남편의 벌이로는 집세나 생활비를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사설 진료소에서 산전 검사를 받으려면 600링깃(한화 약 18만 원) 정도를 써야 합니다.”_로힝야족 임신부 

로힝야족 임신부를 대상으로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Kit Chan

또 다른 장애물, 체포와 구금의 위협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2001년 공포한 시행규칙 제10호(Circular 10/2001)는 모든 의료종사자가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 등 미등록 이주민을 발견할 시 경찰 또는 이민국에 신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시행규칙으로 인해 유엔난민기구가 발행한 서류를 미비한 난민이 공공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체포 및 구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치료비를 납부하지 못할 시 위험은 더 커진다. 그리고 이는 공공 의료시설 의료 종사자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난민 임신부가 보건인식의 부족과 언어적 제약으로 인해 임신 말기까지 의료서비스를 받지 않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레이시아의 난민 및 망명 신청자를 지원하기 위해 페낭(Penang)의 버터워스(Butterworth) 지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며 무상으로 1차 의료서비스 및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민국의 구금센터에서도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난민 지원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며 2, 3차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송 지원에 더해, 성·젠더 기반 폭력 생존자, 인신매매 생존자 등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말레이시아팀은 페낭에 설치한 진료소에서 산전후 관리, 가족계획 서비스 등 총 4,081건의 성·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지원이나 안전한 보호가 매우 절실한 미등록 난민 환자의 등록 절차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들을 유엔난민기구로 인계하여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확대되게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제공한 성생식 보건 서비스 횟수는 2022년 초 월 평균 200건에서 연말쯤 월 평균 50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성생식 보건 서비스에 대한 난민 여성들의 인식이 제고됐다는 지표일 수도 있지만, 모성보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_더크 반 데르 탁(Dirk van der Tak) / 국경없는의사회 말레이시아 현장 책임자 

임신 6개월 차 로힝야 여성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환자 중증도 분류 간호사에게 첫 산전 검사를 받고 있다. ©Kit Chan

난민 포용적인 의료서비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는 임신 후기의 여성이 많이 찾아옵니다. 2023년 1~3월 사이 진료소를 찾은 환자 중 15% 정도가 청소년 임신부였는데, 청소년 임신은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자간증(eclampsia), 빈혈, 조산, 사산 등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더욱 높아 우려스럽습니다. 진료소를 찾아온 이들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 임신부 중 극히 일부일 것이라 예상합니다.”_더크 반 데르 탁 / 국경없는의사회 말레이시아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의 산전 진료 건수가 증가하긴 했어도, 난민 지역사회 인구 전체의 생식보건 수요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2023년 1월 말 기준 말레이시아 유엔난민기구에 등록돼 있는 난민 및 망명신청자는 183,790명인데, 이 중 34%는 여성이다. 하지만 등록된 난민 외에도 더 많은 난민 지역사회 인구가 필수 의료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민을 위한 안전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모성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충분히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및 망명신청자를 위한 1차 의료서비스,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 및 성·젠더 기반 폭력 대응 활동을 전개했다.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버터워스 지역에 진료소를 개소하여 현재 매달 약 900~1,00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