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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화재와 로힝야 난민의 열악한 생활 환경

2021.03.25


3월 22일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로힝야 난민 캠프 구역에서 난민들이 불에 탄 거처와 소지품을 찾고 있다. ©Pau Miranda / MSF

3월 22일, 약 9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 난민 캠프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이 화재로 약 15명이 사망하고 56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최대 1만 가구(4만5000명 이상)가 집을 잃었다. 아직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 발루칼리(Balukhali) 진료소 또한 화재로 전소되었다. 다행히 불길이 거세지기 전에 모든 환자와 직원이 대피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쿠투팔롱(Kutupalong) 병원과 언덕 위에 위치한 다른 병원에서 화재로 부상을 입은 환자 11명을 치료했다.   

 

 

3월 22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국경없는의사회 발루칼리 진료소. ©Pau Miranda / MSF 

지난 몇 달 동안 캠프에서는 여러 번의 화재가 발생하며 캠프에 살고 있는 많은 로힝야 난민의 삶을 황폐화시켰다. 난민들의 임시 거처는 약한 재질로 지어졌기 때문에 과밀집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는 화재가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최근 난민 캠프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이 감소하고 폭력이 증가하며, 기본적인 생활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밤새 불길이 타오르며 난민 캠프 내 화재 피해 규모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난민들의 거처와 의료 시설 및 기타 인도주의적 기반 시설에 미친 피해는 아직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화재로 로힝야 난민의 의료 및 기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저하되면서 난민 캠프 내 생활 환경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아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에 있는 본거주지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동 제한이 내려지고, 방글라데시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근로 기회가 박탈되면서 이들은 전적으로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화재 이후 난민 캠프 여러 지역에서 난민의 필요를 조사하고 있다. ©Pau Miranda / MSF 

국경없는의사회가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활동은 26개 난민 캠프의 대규모 집합체인 이른바 '메가캠프(mega camp)'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메가 캠프 주변으로는 철조망이 세워졌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는 대책으로 난민들의 생활 여건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콕스바자르 현장 책임자 버나드 와이즈먼(Bernard Wiseman)이 인터뷰를 통해 현재 로힝야 난민이 마주하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했다.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의 생활 환경은 어떤가?  

지난 12개월 사이 난민 캠프의 생활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 경찰과 군대가 늘었고, 동시에 무장 단체가 캠프 내에서 권력 기반을 넓혀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납치와 폭력, 강탈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난민들에게는 이동 제한이 내려졌고, 국제 인도주의 단체는 난민 캠프에 접근하는 데 큰 차질이 생겼다. 2020년, 난민 캠프에서 제공되던 서비스가 기초적인 수준으로 축소되었고, 일부 단체는 난민 캠프 내 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했다. 코로나19 초기 확산 몇 달간 우리 팀 또한 캠프 접근이 제한되었고, 그로 인해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양과 범위가 축소되었다. 

 

현재 로힝야 난민은 최악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캠프 내 생활 여건이 계속 악화하며 난민들은 점점 절박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했고, 위험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캠프를 탈출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인신매매 선박에 올라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또는 바샨차르(Bhasan Char)로의 이주를 신청하기도 하는데, 이 곳에서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바산차르 섬은 어떤 곳인가? 

바산차르 섬은 벵골만 중앙에 있는 사주(해안의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지형)이다. 2006년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한 번도 사람이 거주한 적 없는 곳이다. 2017년 난민 위기 이후 방글라데시 당국은 미얀마에서 유입된 100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 중 일부를 이주시키는 장소로 바산차르를 지정했다. 

 

2020년 12월 이후 약 1만 4천여 명의 난민이 바샨차르로 이주했고, 정부는 총 10만여 명을 이주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섬의 거주 적합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바샨차르는 본토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본토로 가는 교통수단은 방글라데시 군이 관리하는 정기 왕복 선박 뿐이다. 

 

현재 바샨차르 섬에는 이전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환자 약 20명이 이주해 있고, 우리는 이들과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섬의 생활 환경에 대한 첫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철재 지붕이 있는 콘크리트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들이 지난 3년간 살아온 진흙과 대나무로 지어진 좁은 거처 보다는 개선된 환경이었다.  

 

바샨차르 이주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우리는 바샨차르 섬에서 매우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만이 현지 비영리단체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 2차 의료 및 전문 의료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바샨차르 섬이 본토에서 배로 3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응급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어떻게 섬에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바샨차르 섬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대해서는 로힝야 난민이나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내 의료 제공자와 논의된 내용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이전에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치료받던 환자 중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의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하기 위해 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아 바샨차르 이주를 둘러싼 상황은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의 생활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로힝야족이 수십 년간 직면해온 많은 시련 중 하나일 뿐이며, 이들은 그간 국가에 의한 폭력, 박해, 차별, 기본권 거부 등을 겪어왔다. 

 

바샨차르 이주는 국제사회가 장기화된 난민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로힝야 난민을 제한∙억류하고, 이들이 겪고 있는 ‘일시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상황을 연장하는 정책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