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로,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던 결핵의 발병 원인인 결핵균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이후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결핵 퇴치를 향한 행보에 큰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많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중 하나이다. 특히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내성 결핵(DR-TB)’은 치료 기간이 길고 성공률이 낮아 많은 환자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
내성 결핵은 약 복용을 조기에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하는 경우 결핵균의 약제 내성을 유발해 발생한다. 따라서 결핵 치료는 정해진 치료 과정을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한데, 정기적인 의료 시설 방문이 어렵고 치료제를 구하기도 힘든 지역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0년 이상 전 세계 의료 소외 지역에서 결핵 치료를 이어 왔는데, 최근 치료 기간이 짧아진 새로운 내성 결핵 치료법으로 향상된 결과를 보고 있다. 소말릴란드의 결핵 프로그램이 한 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소말릴란드 서부와 소말리아 푼틀란드(Puntland) 주에 있는 의료 시설과 협력해 내성 결핵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 있다. 치료 기간이 짧아진 최신 경구 치료법을 사용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서다.
"결핵은 이 지역의 오랜 건강 문제입니다. 특히 내성 결핵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내성 결핵은 환자에게도, 의료 시스템 차원에서도 관리가 더욱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_조슬린 마드릴린 (Jocelyne Madrilene) / 소말릴란드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프로그램 책임자
소말릴란드는 결핵에 대한 부담이 높은 지역이다. 열악한 보건 환경과 생활 여건으로 취약해진 주민들에게 결핵이 더욱 쉽게 퍼지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분쟁과 가뭄을 피해 피난한 지역주민들은 매우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한 가구 내에서 결핵 전염의 위험이 매우 크다.
약제에 내성이 있는 형태의 결핵은 치료가 더욱 어렵고, 결핵 퇴치를 향한 진전을 위협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소말리아와 소말릴란드는 연간 인구 10만명당 26명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새롭게 발생한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부터 소말릴란드 보건개발부(MoHD)의 내성 결핵 진단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하르게이사(Hargeisa)의 결핵 병원과 보라마(Borama), 베르베라(Berbera), 부르코(Burco)의 지역 결핵 센터 세 곳에서 의료 및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96명의 내성 결핵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치료받았고, 이 중 39명이 치료를 마쳤다.
하르게이사 결핵 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제와 함께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소말릴란드 서부에서 내성 결핵 대응의 일환으로 각 병원에 의료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Abdalle Mumin/MSF
국경없는의사회의 내성 결핵 프로그램
소말리아 하르게이사는 분쟁과 가뭄으로 피난한 약 10만 명의 실향민을 수용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개발부를 지원해 내성 결핵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 있다. © Abdalle Mumin/MSF
"약제 내성이 있는 결핵을 포함해 모든 결핵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합니다. 결핵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를 받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_조슬린 마드릴린 (Jocelyne Madrilene) / 소말릴란드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프로그램 책임자
2020년, 국경없는의사회와 소말릴란드 보건개발부는 최신 치료법에 적합한 내성 결핵 환자를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신규 치료법은 환자가 치료를 완료하는 것이 보다 용이하다. 경구 치료제를 9개월간 복용하게 되는데, 이것은 기존의 표준 치료 과정인 20개월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신규 치료법에는 베다퀼린이 포함된다. 베다퀼린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된 단 세 가지 결핵 치료제 중 하나이다.
푼틀란드 지역은?
국경없는의사회는 갈카요 노스(Galkayo North)에서 소말리아 푼틀란드 주와 무두그(Mudug) 지역의 주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핵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부터 베다퀼린이 포함된 9개월 경구 치료법으로 내성 결핵 환자 51명의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총 37명의 환자가 치료를 마쳤고, 14명은 아직 치료 중에 있다.
주사제에서 경구 치료제로 전환하면서 내성 결핵 환자들은 예전처럼 매일 주사를 맞기 위해 의료 시설을 찾지 않아도 되고, 가정에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환자들은 훈련을 받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가정에서 경구 치료제를 복용한다. 또한 경구 치료법은 검사를 필요로 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이 낮아서 환자가 의료 시설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가 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뿐 아니라 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식량 및 상담, 심리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사회적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결핵 환자 사디크 이브라힘 모하메드의 이야기
하르게이사에서 내성 결핵을 위한 9개월 경구 치료를 받은 모하메드는 다른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 MSF
하르게이사에서 내성 결핵을 위한 9개월 경구 치료법을 시작한 모하메드는 다른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무 살인 사디크 이브라힘 모하메드는 지부티(Djibouti)에서 하르게이사로 이동해 3년째 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0년 중순 결핵에 걸려 하르게이사의 민간 의료 시설을 방문했고, 검사 후 내성 결핵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모하메드를 하르게이사 결핵 병원으로 보냈다.
“검사를 받은 후 의사는 제가 내성 결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확진을 위해 혈액과 가래 검사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새로운 경구용 내성 결핵 치료제(베다퀼린)가 필요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결핵에 걸리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기침과 피로, 고열이 지속됐고, 특히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진 이후 건강 상태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결핵보다 더 위험한 병이 아닐지 걱정했어요.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고, 제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모하메드는 치료를 시작하고 첫 3개월 동안 하르게이사 결핵 병원에 입원해 지속적으로 면밀한 검사를 받았다.
“병원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가족과 친척들이 찾아오면 우리는 서로 보호하기 위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필요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처음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있기도 했죠. 가족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다른 예방수단을 활용해 스스로 보호하면서 저를 간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훈련을 받았습니다.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저는 그 시간 동안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모하메드는 소말릴란드에는 아직 약제 내성이 있는 결핵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건강에 영향을 줄 때까지 상태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제가 직접 겪기 전까지 저도 결핵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와서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을 보니, 점점 결핵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핵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진단을 받으러 가지 않으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죠. 증상을 무시하고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반면에 감염이 의심되는 즉시 검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처음에 결핵을 치료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됐는데, 새로운 치료법은 치료 기간이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결핵에 걸린 건 코로나19 가 확산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코로나19를 의심했죠. 저도 걱정이 되었고, 사람들은 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줄 알고 저를 피하곤 했어요.”
환자들은 퇴원한 후 외래 진료를 통해 내성 결핵 치료를 계속한다. 모하메드가 상세한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우리는 병원을 매일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한두 달 분의 약을 처방받습니다. 저의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약을 받으러 가고, 갈 때마다 검사도 받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사의 처방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복용하기 위해 매일 아침 식사 후에 따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꾸준한 약 복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따랐습니다. 일하거나 다른 바쁜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어려울 수 있고, 그러면서 약 복용을 잊어버리기도 하죠.
병원에 가면 의사가 치료를 잘 해주고,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덕분에 아무런 대가 없이, 양질의 치료제로 결핵 치료를 받았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결핵 진단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