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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로힝야 사태 3년 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

2020.08.26

25세의 수알레하 모하메드 아유비우(Sualeha Mohamed Ayubiu)는 미얀마 브후시동 시 마누파라에서 살다가 2017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로 왔다. 사진에서 아유비우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에 있는 고얄마라 여성아동병원에 있다. ©Hasnat Sohan/MSF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장소가 협소하고, 아이들이 뛰어 놀 공간도 없어요. 미얀마에 있는 집이 불타 사라져 떠나오게 되었어요. 그곳에서는 보이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했고, 여성들을 괴롭혔어요. 매우 위험했습니다.” _아부 시딕(Abu Siddik) / 로힝야 난민

아부 시딕은 26 km 크기의 땅에 약 86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밀집되어 있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의 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아부 시딕은 미얀마의 라카인 주 출신으로 현재는 방글라세시 콕스바자르의 난민 캠프에서 아내와 다섯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사진 속 시딕은 부상에서 회복 중인 5살 아들 라시드 울라(Rashid Ullah)와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에 있다. © Hasnat Sohan/MSF

시딕이 말하는 사건은 2017년 8월 미얀마 보안군이 시행한 ‘소탕(掃蕩) 작전’이다. 이들은 라카인 주에 있던 로힝야족 70만 명을 국경 밖 방글라데시로 쫓아냈다. 이전에 있었던 폭력 사태로 이미 난민이 된 사람들이 20만 명이었다. 
수 많은 이들이 피난 이전 끔찍한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다. 친구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집은 파괴되었다. 

 

보이지 않는 희망

3년이 지난 현재, 로힝야족에게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희망이 없으며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요원하다. 로힝야족은 여전히 플라스틱과 대나무로 만든 엉성하고 혼잡한 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로힝야족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해졌다. 미얀마에서 겪은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열악한 생활 환경, 정규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 접근 부족 및 부재로 고통받고 있다. 환자 중 일부는 조울증 및 조현병을 비롯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콕스바자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보이는 난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열악한 생활 환경이 야기하는 질병

 “우리가 치료하는 소아와 성인 환자 절반 이상이 호흡기 감염 및 설사병, 피부 감염이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대부분 열악한 생활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_타리쿨 이슬람(Tarikul Islam) /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발루칼리 난민캠프 의료팀 책임자

쿠투팔롱-발루칼리 난민캠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난민 캠프이다. 현재는 도로가 개선되고 화장실 및 식수대가 확대되는 등 초기 응급 상황이었을 때보다 환경이 갖추어지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이곳의 삶은 매우 불안정하다. 매년 우기가 되면 홍수 및 토사 유출로 소유를 모두 잃을 위험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잠톨리 난민 캠프 중심가의 도로 © Hasnat Sohan/MSF

경제적인 문제도 큰 고민거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뒤늦게 의료 서비스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결국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는 이미 질병이 심각한 상태가 된 이후 뒤늦게 진료소를 찾습니다. 환자가 일찍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미 상태가 복잡해져 질환이 체내 다른 장기를 손상시키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더 주의가 필요하고 우리도 치료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_페르디올리 포르셀 (Ferdyoli Porcel) / 소아과 전문의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도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았다. 이에 따른 여파로 캠프 내에서도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를 불편하게 느끼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산전 관리와 분만에 관련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여성에게 합병증이 생기거나 아기가 합병증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병원에서 분만하면 이러한 합병증에 대처할 수 있고 아기에게 문제가 있을 시 호흡을 도와줄 수 있으며, 산모가 출혈이 많은 경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_페르디올리 포르셀(Ferdyoli Porcel) / 소아과 전문의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고얄마라 여성아동병원 입원실.  ⓒ Hasnat Sohan /MSF

콕스바자르 고얄마라 여성아동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와 간호사가 신생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Hasnat Sohan/MSF

 

코로나19로 배가된 고통 

올해에는 코로나19로 난민 캠프의 어려움이 배가되었다. 캠프 내 로힝야 난민 중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5월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또 다시 약화되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잘못된 소문과 정보가 무성하고, 이로 인한 두려움으로 코로나19 외 필수 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진료소를 방문하지 않고 있다. 

 “일부 환자는 차별이 두려워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숨기려고 합니다.” _타리쿨 이슬람 /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발루칼리 난민캠프 의료팀 책임자

로힝야 난민 조바이다(Jobaida)는 몇 주 전 국경없는의사회 고얄마라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조바이다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아기와 함께 6주를 보냈다. 이곳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 양성이 나왔고, 저는 아기와 함께 격리실로 이동해야 했어요. 거기에서 12일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죽는다는 소문을 들어서 두려웠어요. 의사와 간호사는 정말 친절했습니다. 매일 친절하게 저를 도와주고 상태를 확인해주었습니다. 제가 코로나19가 있는데도 가까이 와서 치료해주었고, 덕분에 차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_ 조바이다 / 로힝야 난민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고얄마라 여성아동병원의 중증도 분류 구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과 대화를 하고 있다.  ⓒ Hasnat Sohan /MSF

 

지역사회와의 협력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사회 내 인식을 제고하는 것은 국경없는의사회의의 코로나19 대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최근 난민캠프 내외에서 이동통신 네트워크 접속이 제한되면서 따라 소셜미디어나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 활동이 어려워졌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참여 팀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난민캠프 및 인근 방글라데시 지역사회에서 각 가정을 방문해 모든 가족 구성원과 개별적으로 소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일부 의료 제공자는 활동을 축소해야 했는데,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직원 파견 및 자원 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것은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캠프 내 이동 제한 또한 강화되었다. 이것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저해했고, 정신 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 등 ‘보이지 않는’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의료 시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콕스바자르 잠톨리 난민 캠프를 찾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탄빈 무프타(Tanbin Muftah). © Hasnat Sohan/MSF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에서 의료시설 방문시에 로힝야 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의료진과 의료시설에 대한 신뢰가 없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 증진’ 활동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보건증진팀은 가정 방문을 통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콜레라나 홍역 등 전염병 증상을 확인하고 정기적인 전수 조사를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예방법, 마스크 활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건증진팀에는 15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로힝야 사람들로써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언어 뿐만 아니라 로힝야족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가 소통하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힝야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저는 이들을 보면서 강인한 삶의 의지를 느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_유한나 / 국경없는의사회 건강증진교육가

 

불투명한 미래 

8월 25일은 로힝야족에게 폭력과 탄압, 차별, 기본권을 거부당한 채 인내해야 했던 수십 년의 시간을 상기시켜주는 날이 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글라데시 뿐 아니라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등 활동 지역에 있는 로힝야 지역사회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거주하며 겪는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 

라카인 주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은 계속해 차별을 받고 고립되어 있으며, 특히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이동 제한 아래 있다. 미얀마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로힝야족이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출입국 당국에 신고 당해 억류되는 것이 두려워 건강 상태가 매우 악화될 때까지 최대한 의료 시설 방문을 미루거나 아예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해도 고용 장벽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최근 동남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 로부터 탈출한 난민 수백 명이 탄 선박의 하선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난민들은 식량이나 식수가 부족한 상태로 몇 주간 표류하고, 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로힝야 난민의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법적 지위가 없고, 장기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계획이 보류되며 생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는데, 사실 이런 삶은 로힝야족에게는 여러 세대에 걸쳐 겪어 온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_알란 페레이라(Alan Pereira) /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콕스바자르 (Cox’s Bazar)에서 병원 및 1차 진료소 10곳을 운영하고 있다.응급 및 집중치료, 소아과, 산부인과, 성·생식 건강, 성폭력 생존자 치료, 비전염성 질환 치료를 비롯해 폭넓은 입원 및 외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국경없는의사회는 외래 및 응급 진료 약 173,000 건, 입원 환자 9,100명, 산전 진료 22,600 여 건, 2,000 분만, 정신건강 개인 상담 14,250 여 건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교육하기 위해 보건증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전방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 교육을 진행하며, 모든 의료 시설 및 전담 치료 센터에 격리 병동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