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방글라데시: 재배치와 지원 축소로 한계점에 다다른 로힝야 난민

2021.01.28

2020년 11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쿠투팔롱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책임자가 정신건강 지원 세션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MSF/Farah Tanjee

파루크(Faruk)*는 로힝야 난민으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다. 콕스바자르에는 거의 100만명에 가까운 로힝야 난민이 살고 있다. 

"난민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의 삶은 쉽지 않아요. 우리는 문이 없는 감옥에 살고 있습니다. 난민의 삶은 지옥 같고, 매일이 똑같습니다. 허가가 없이는 캠프 외부로 나갈 수 없는데, 허가는 치료나 응급상황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부여되죠. 저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지 보려고 스스로 깨물어 보기도 하고, 목숨을 끊으려고 한 적도 있어요.” _파루크 / 로힝야 난민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은 지난 3년간 어떠한 법적 신분도 없이 과밀집된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고, 이것은 이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들의 삶에 더 많은 제약을 가져오며 스트레스를 더했다. 난민 캠프에서의 생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과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난민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 속 ‘외딴 섬'으로 재배치되는 로힝야 난민


방글라데시 본토에서 30㎞ 떨어진 곳에 퇴적토가 쌓이며 생산된 바샨차르(Bhasan Char) 섬으로 로힝야 난민을 재배치한다는 소문은 2015년부터 들려왔고, 2020년 12월 현실이 되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해상에서 구조된 로힝야 난민 300여 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 섬으로 옮겨져 격리 조치됐다. 이들은 이후 섬을 떠나지 않았고, 이들이 억류된 동안 어떤 환경에 머물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2월 초,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1,600명 이상이 이곳으로 이동했다. 현재까지 약 3,000명 이상이 바샨차르로 재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곧 더 많은 로힝야 난민이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 섬이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을 비롯해 독립적인 인도주의 단체들은 아직 이 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이 곳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루크는 콕스바자르 나야파라 난민 캠프 등록 난민이다. 파루크는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평생 나야파라 등록 난민 캠프 안에서 살았다. 지난 7~8년간 아내와 자녀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파루크는 나야파라 캠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을 만나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MSF/Farah Tanjee

서비스 축소로 인한 불안과 긴장 고조

최근에는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중 나야파라(Nayapara) 등록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해 3,500여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50여 개의 거처가 파괴됐다. 사망자는 없었고 경상을 입은 사람이 소수 있었으나, 이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컸다.

이에 앞서, 주로 인도주의 단체에 의해 난민 캠프에 제공되던 의료 지원, 식량 및 식수 배급 등의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80% 가까이 감소되었다.

인도적 지원이 몇 달간 감소되면서 지역사회가 더욱 억제되고 제한되며, 인도적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면서 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이들은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운 일상을 마주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가중시키고 그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런 스트레스는 최근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

 

폭력으로 번지는 불안과 스트레스 -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Kutupalong) 병원에 도착한 아시야(Asiya)*는 초조해 보였다. 아시야는 지난 10월 난민 캠프에서 12일 동안 두 로힝야 집단간 일어난 충돌 가운데 자신이 겪은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했다.

"공격을 피해 아이들과 부엌에 숨어 있었어요. 캠프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리 집에는 남자가 아무도 없었어요. 총성이 들렸고 우리는 모든 문을 닫고 조용히 있었어요. 두렵고 충격적인 순간이었어요."_아시야 / 로힝야 난민

폭력사태 이후 많은 난민과 친척들이 거처를 떠나 폭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난민 캠프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정신적 외상으로 병원이나 보건소, 보건지소를 방문해 기본 의료 서비스를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인 캐티 로스토스(Kathy Lostos)는 “최근 캠프 내 폭력이 심화되었지만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캠프에 살고 있는 난민을 위한 상황과 난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고 전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제력이나 자율성을 갖는 것은 안전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의사 결정 과정에 지역사회를 포함시키거나 개인의 미래에 대한 자율성과 통제력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것은 정신적 외상의 장기적인 영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한 집단이 사회로 통합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한 사람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 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것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_ 캐티 로스토스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좌절감


쿠투팔롱 병원 자원봉사자 라이주(Laiju)*는 가족과 함께 학교에 머물다 폭력사태를 겪었다.

"우리는 집을 떠나 난민 캠프 안에 있는 학교로 대피했고 지금 거의 20일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어요.” _라이주 / 로힝야 난민

라이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손에 든 종이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담당자는 라이주가 눈을 거의 마주치지 않고 있고, 계속 종이를 만지작거리는 행동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이주는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의 자원봉사자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인도적 지원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MSF/Farah Tanjee

"저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긴장되고, 좌절하게 돼요.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저 여기 갇혀 있을 뿐이고, 이동이 제한되고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서 삶은 더 힘들어 지고 있어요." _라이주 / 로힝야 난민

난민 캠프 안에는 이렇듯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저에게는 많은 꿈이 있어요. 여기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라칸(미안먀 라카인 주)에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정의와 권리가 보장되는 한 말입니다.” _파루크 / 로힝야 난민

 

*개인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

 

국경없는의사회는 2009년부터 콕스바자르의 난민 캠프 내에서 정신건강 관련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 정신건강 전문가는 대처 메커니즘과 회복력 구축에 중점을 둔 개인 및 가정 그룹상담 세션을 통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콕스바자르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증가했다는 것은 로힝야 난민이 겪고 있는 정신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치에 따르면 전년 대비 정신건강 서비스를 찾는 환자의 수가 61% 증가했다. 2020년 그룹 상담의 경우 74%, 개별 상담의 경우 51% 증가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룹 상담 36,027회, 개별 상담 32,336건을 제공했다. 2019년에는 1년간 그룹 상담 20,724 회, 개별 상담 21,297회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