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서부 일부 지역의 영양실조 수준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산하 역학 및 의료 연구기관인 에피센터(Epicentre)와 카치나(Katsina)주 보건부와 협력하여 카치나주 지방정부 지역 3곳에서 2,066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영양실조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이미 심각하다고 여겨졌던 지난해 이후로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 수준이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은 수요를 충족하기 부족했고, 현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5년에 더 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즉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난 7월 카치나, 지비아(Jibia), 마시(Mashi) 내 지방정부 지역에서 실시된 해당 조사는 심각한 영양실조 위기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부 지역에서는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비율이 30%를 웃도며 가장 위험한 형태인 중증 급성 영양실조율은 6.8%~14.4% 수준이다. 급성 영양실조 관련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조사가 실시된 이후로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해당 조사는 2022년부터 매년 같은 기간, 같은 지역, 같은 방법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6개월~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급성 영양실조율을 추정하고 있다. 첫 조사에서는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율이 22%를 기록했다. 6~59개월 아동의 영양실조 상태 평가는 상완 둘레(MUAC), 양쪽 다리 부종, 체중-키 비율(WHZ)을 측정하는 세 가지 방식을 조합하여 이루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치료식 센터에서 한 아동의 체중을 측정하고 있다. 2024년 10월. ©Abba Adamu Musa/MSF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정말이지 끔찍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치가 꾸준히 증가했고, 이제 그 수준이 심각에서 매우 심각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시 지방정부 지역에서는 조사 대상 아동의 14%가 중증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는데, 이는 재앙적인 수치입니다. 단체들이 조치를 확대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록적인 수준으로 아이들이 사망할 겁니다.”_닥터 라파엘 카난가(Dr. Raphael Kananga)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카치나주에서 아동 환자들을 위한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 4곳을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더 많은 아동에게 치료를 제공했다. 또한 환자들의 영양실조 중증도도 더 심각하고 입원 환자들도 더 많았다. 1월부터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100,000명 이상의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입원 환자 수는 2022년 및 2023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2024년 1~9월 사이 카치나주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상태가 너무 심각하여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한 아동 환자 수는 800명 이상이다.
가까운 미래에 식량 불안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나이지리아 물가는 매우 높고, 자국 화폐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올해 농산물 수확량은 다시 크게 감소했다. 생활비는 증가하고 있으며, 다수의 지역에서 치안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고, 이상 기후가 계속되어 가축과 작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추가적인 지원 없이는 2025년에 더 치명적인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율이 크게 증가(가령 조사 지역인 지비아에서는 75% 이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치나주는 여전히 기타 북서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국제연합(UN)의 나이지리아 인도적 대응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국경없는의사회가 잠파라(Zamfara)주 내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한 결과 27%의 아동이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북부에 소재한 모든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지원 시설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올해 1~9월 사이 나이지리아 북부 7개 주에서 총 294,000명의 영양실조 아동 환자들을 치료했으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43% 높은 수치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영양실조 관련 교육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2024년 10월. ©Abba Adamu Musa/MSF
그러나 전 세계적인 재원 삭감으로 인해 단체들이 이에 대응하고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치료식이 부족해 문제가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 잠파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3월 이후로 치료식이 제한적으로 공급되었다. 12개국에서 약 200만 명의 아동이 이러한 식량 부족으로 사망 위험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최근 유니세프(UNICEF)는 전 세계에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영양실조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경종을 울려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악화했습니다. 올해 케비(Kebbi), 잠파라, 카치나, 마이두구리(Maiduguri) 등지에서 활동하는 의료팀은 긴급 치료가 필요한 영양실조 아동 환자들이 전례 없이 많이 유입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도착하는 많은 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의료용 텐트부터 여분의 매트리스까지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했습니다. 유의미하고 즉각적인 행동 없이는 내년에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보건복지부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재원을 늘리고 안정적인 치료식 공급을 보장하면 내년에 많은 아동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_닥터 심바 티리마(Dr. Simba Tirima) /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내 보르노(Borno), 바우치(Bauchi), 카치나, 카노(Kano), 소코토(Sokoto), 잠파라, 케비 등 7개 주에서 영양실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이두구리와 카치나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10개의 입원 치료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중등도 및 중증 영양실조 아동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외래 치료식 센터도 3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