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에서 이미 심각한 영양실조 상황이 올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양실조로 인한 불필요한 죽음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제적 공여 당사자들, 국제연합(UN), 수단 전쟁 당사자들과 그 동맹 단체들의 조치가 시급하다.
최신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IPC)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 인구의 절반(2,460만 명)이 높은 수준의 극심한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그중 850만 명은 응급 또는 기근 유사 수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새로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구호품을 공급하기 위한 인도적, 외교적 노력은 지원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한 주민들에게 매달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서만 매달 2,500대의 구호트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8월에서 12월 사이에 다르푸르(Darfur)에 진입한 트럭은 약 1,150대에 불과합니다.”_스테판 도욘(Stephane Doyon) / 국경없는의사회 운영 책임자
2024년 12월 국경없는의사회가 남다르푸르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를 찾은 2개월 아기와 그 엄마 ©Abdoalsalam Abdallah/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작년 식량 부족기와 더 최근인 2024년 12월에 수단 여러 지역에서 기록된 끔찍한 영양실조율을 공개했다. 분쟁이 촉발한 영양실조 위기는 수단 분쟁 당사자들의 계속되는 구호활동 방해와 국제연합 및 다르푸르 내 빈약한 구호 체계의 방치로 인해 악화하고 있다. 5월 계절성 곤궁기(hunger gap, 작물이 미쳐 여물지 않아 식량난이 극심해지는 기간)가 다가오는 가운데 결단력 있는 행동이 시급하다.
수단 일부 지역에서 활동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가능은 하며, 이것이 인도주의 단체들과 국제연합이 해야 할 입니다. 북다르푸르(North Darfur)처럼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지역 뿐 아니라 접근이 비교적 쉬운 지역에서도 항공로처럼 아직 시도되지 않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선택적인 결정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_마르셀라 크라이(Marcella Kraay) / 국경없는의사회 남다르푸르(South Darfur) 니알라(Nyala)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이러한 영양실조 위기는 꽤 오랫동안 알려져있었다. 지난 10월 국제연합은 “역사상 오늘날 수단에서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기근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경고했다.
곧 우기와 식량 부족 시기가 오면 비포장도로가 침수되어 이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구호품을 옮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가용 재원과 물류 역량을 대폭 확대하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확보하고, 차드(Chad)와 인근 국가에 식량 재고를 미리 비축하는 등 대규모 인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연합 기관, 국제기구, 공여국, 그리고 영향력이 있는 정부들이 항공로 활용을 포함해 도로 접근성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을 촉구한다.
전쟁 당사자들이 관료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로 인해 국제기구가 주민들에게 도달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이 오랫동안 저해받았다. 전쟁 당사자들에 의해 대응에 필요한 허가가 지연되거나 완전히 거부되면서 시의적절한 긴급 지원 수요가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남다르푸르(South Darfur)에서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 구호트럭은 차드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신속지원군(RSF)과 관련 당국의 이동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최근에는 여행 허가 거부로 인해 남다르푸르에 대한 식량 배급도 지연되었다.
전쟁 당사자들은 인도주의 단체들의 방해받지 않는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접근성은 구명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 단편적이면서 미비한 조치를 환영하는 발표들이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전쟁 당사자들과 그들의 동맹단체들,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죽음과 고통을 초래하는 장애물을 없앨 것을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북다르푸르에서는 주도 엘 파시르(El Fasher)가 신속지원군에 의해 포위되면서 주민들이 굶주리고 구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24년 12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타윌라(Tawila) 지역에서 치료식을 배급하면서 5세 미만 아동 9,500명을 대상으로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포괄적 급성 영양실조율(GAM)이 무려 35.5%로 추정되고, 검사를 받은 아동의 7%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SAM)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잠잠(Zamzam) 캠프에서 예방접종 캠페인을 하면서 검사한 아동 29,300명의 34%가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다. 12월 초부터 반복되는 포격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더 이상 캠프에서 평가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으며 영양실조 수준도 악화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피난민들이 머물고 있거나 분쟁과 더 가까운 다르푸르 외의 지역에서도 우려스러운 수준의 영양실조가 기록되고 있다. 2024년 10월 수단 정부군(SAF)의 통제를 받는 분쟁 지역인 카르툼(Khartoum)주 옴두르만(Omdurman)에서 예방접종 캠페인을 지원하면서 아동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한 결과, 7.1%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데이터를 살펴보면 최전선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남다르푸르의 주도 니알라(Nyala)와 같이 보다 안정된 도시에서도 영양실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0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니알라 소재 시설과 인근 지역에서 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23%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시설 2곳에서는 임신부 및 수유모 환자의 26%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였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배급이 부족한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2024년 12월에 남다르푸르에서 식량 배급 활동을 전개하여 30,000여 명에게 두 달 치 식량을 제공했다.
2024년 12월 남다르푸르에서 식량 바우처를 지원 중인 국경없는의사회팀 ©Abdoalsalam Abdallah/MSF
니알라시 외곽의 알 살람(Al Salam) 실향민 캠프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자흐라 압둘라흐(Zahra Abdullah, 25세)는 자신과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배급받았다.
이번 전쟁이 제가 경험한 첫 번째 전쟁은 아니지만 확실히 제 인생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어요. 이곳의 생활 환경은 가혹하고, 하루하루가 투쟁이에요. 구호 식량을 받으면서 상황이 다소 나아졌어요. 적어도 이제 아침에 식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그래도 고통은 절대 끝나지 않아요.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충분히 구하려는 것으로 이어져서 잠잘 곳을 찾는 것으로 끝나요. 가끔 혼자 앉아서 생각해요. 나는 영영 이렇게 살게 되나?”_자흐라 압둘라흐(Zahra Abdullah)
식량 배급을 받은 자흐라가 아이와 부엌에 서 있다 ©Abdoalsalam Abdallah/MSF
자흐라와 같은 수 백만 명에게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지 않도록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지원 수요는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더 많은 죽음과 기아를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대응이 시급하다. 시의적절한 대응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지 정치적 편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