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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나이지리아: 영양실조 아동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레시피

2024.07.30

2024년 4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나이지리아 북서부 및 북동부 소재 의료시설에서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아동 환자 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아동 환자들에게 구명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사회 주도의 대응 활동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령 케비(Kebbi)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팀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톰 브라운(Tom Brown)” 조리법을 전파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북부의 다른 모든 주와 마찬가지로 케비주에서도 올해 영양실조 사례가 엄청나게 급증했다. 지난 5월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마련한 마이야마 병원(Maiyama Hospital) 입원 치료식 센터(ITFC)에 1,000여 명의 아동이 중증 영양실조로 입원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추세는 6~7월에도 계속되었고, 7월 둘째 주에는 260명이 넘는 환자들이 입원했다. 해당 시설에는 병상이 210개가 있는데, 환자 수가 너무 많아 병상을 공유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집중 치료 시설 외에도 7월 중순에는 케비주 소재 소규모 보건센터 5곳에서 11,000명이 넘는 아동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외래 영양실조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되었다.

이런 수준의 위기 사태에는 예방 활동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보건증진 활동을 전개하여 아이들이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부모들을 돕고 있습니다.”_마리암 무함마드(Maryam Muhammad) / 국경없는의사회 케비 지역 보건증진팀 책임자

케비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팀 책임자 마리암 무함마드. 2024년 1월. ©Georg Gassauer/MSF

지역 기반 영양실조 해결법

마리암은 보건증진팀과 함께 주 4일 케비 지역에서 장거리 이동하며 여러 지역사회를 방문한다. 그들의 차량에는 테이블, 소스팬, 냄비, 숟가락, 그리고 콩과 수수, 모링가 잎, 팜유, 땅콩으로 채워진 재활용 음료수병이 가득 차 있다.

마리암은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40km 떨어진 마이샤이카(Maishaika) 마을로 이동하면서 보건증진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 

이것만 있으면 ‘톰 브라운’ 레시피를 시연할 수 있어요. 이 재료들이랑 레시피가 사람들 머릿속에 남을 수 있도록 기억하기 쉬운 노래 몇 가지만 있으면 되죠.”_마리암 무함마드

톰 브라운은 ‘크와시 팝(Kwash pap)’으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전통 요리에서 유래한 각종 밀가루를 혼합하여 만든 달콤한 죽으로,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재배되어 현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다. 해당 레시피는 수년에 걸쳐 영양학자들에 의해 개선되어 중등도 영양실조를 예방 및 치료하는 데 유용하고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2022~2023년 나이지리아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급성 영양실조(MAM)를 앓는 아동 사이에서 톰 브라운 레시피 사용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또한 톰 브라운 레시피는 땅콩 페이스트와 같은 영양실조 치료식을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아동에게 도달할 수 있다.

톰 브라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는 모습. 2024년 2월. ©Georg Gassauer/MSF

부모들을 위한 레시피 시연

35분 동안 달린 끝에 지프차 한 대가 마이샤이카에 도착한다. 마리암을 포함한 보건증진팀 직원들은 마을 장로에게 가서 인사하고 오늘 레시피 시연을 하기 위한 허락을 받는다.

몇 분 후, 직원들이 레시피 시연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테이블, 의자, 요리 재료 등 장비들을 꺼내서 세팅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집집이 방문하여 마을 사람들을 불러온다. 순식간에 작은 마을 광장에는 시장 가판대가 세워지고, 형형색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 백여 명이 빠르게 모여들어 의자나 바닥에 앉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구경한다.

15년 넘게 보건증진 교육가로 활동한 마리암은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유지하는 데 능숙하다. 그는 손에 숟가락을 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급성 영양실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영양실조에 대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활기차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마리암은 레시피 시연을 위해 청중 중 한 여성에게 급성 영양실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톰 브라운을 만들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케비 지역에서는 수수·기장과 콩, 땅콩을 간단하게 6:3:1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재료들은 먼저 불리고, 세척하고, 굽는 정밀한 과정을 거친 이후에 혼합되어 분말로 분쇄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말을 깨끗한 물과 섞어서 끓는 물에 부은 다음 몇 분 동안 끓이면 죽이 완성된다.

마리암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톰 브라운 레시피 시연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2월. ©Georg Gassauer/MSF

재료 수급이나 선호도, 가구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아이들이 에너지와 영양을 더 많이 보충할 수 있도록 팜유나 모링가 잎, 우유, 고기 등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30년 만에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지난 몇 달 동안 식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재료를 추가하는 것은 대부분의 케비 주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레시피를 노래하며 반복해서 읊고, 컵을 건네받은 아이들은 만들어진 톰 브라운 요리를 맛본다. 여성들은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마을 장로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한다. 마을에서 레시피 시연을 보고 있는 남자는 마을 장로 한 명뿐이다.

남성들을 위한 세션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화적 배경 때문에 세션을 따로 진행해야 하지만, 남성들도 가정에 식량을 제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일부 남성들이 여성 대상 세션에서 어떤 내용이 전해지는지 우려해서 아내들이 세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남성들을 위한 세션을 별도로 마련해서 우리가 이러한 세션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얘기를 하는지 보여줬습니다. 이런 별도 세션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이제 남성들도 세션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_마리암 무함마드

남성들을 위한 레시피 시연 세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4년 2월. ©Georg Gassauer/MSF

생명을 살리는 레시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시간짜리 시연을 마친 마리암을 포함한 보건증진팀 직원들은 짐을 정리하고 모든 여성들에게 팔뚝 굵기를 측정해 영양 상태를 빠르게 진단하는 도구인 뮤악(MUAC) 밴드를 사용해 자녀들이 급성 영양실조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자리에 남아달라고 요청한다. 이날 검사받은 아동 28명 중 3분의 1 이상이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치료 프로그램에 이송되었다.

마리암은 활동을 마치고 지프차에 다시 올라타기 전에 요리 시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이런 요리 시연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녀들을 치료 시설로 데려가기 전에 중증 영양실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방은 항상 치료보다 낫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여기에 평생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중증 영양실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오늘 세션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은 레시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겠죠.”_마리암 무함마드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팀 직원들이 레시피 시연 세션을 진행하기 위해 지프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4년 1월. ©Georg Gassauer/MSF

2024년 1~5월 사이, 마리암을 포함한 보건증진팀은 케비 인근에서 레시피 시연을 554차례 진행했으며, 남성 1,461명을 포함하여 13,300명 이상이 이러한 시연 세션에 참여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케비주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북부에 위치한 다른 모든 지역의 수요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당국과 협력 단체들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및 식량 안보 강화와 더불어 적절한 영아 수유를 장려하는 것은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나이지리아 북동부 및 북서부 지역에서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5세 미만 아동이 약 44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