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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고통과 두려움에 맞서 살아가는 여성들

2024.04.29

나이지리아 북중부에서 발생한 폭력 충돌로 최근 몇 년간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베누에(Benue)주의 주도인 마쿠르디(Makurdi) 주변 캠프에 정착했다. 캠프에서의 거주 조건은 열악하고 일상은 특히 여성들에게 투쟁의 연속이다. 캠프 내 여성과 여아들이 겪는 성폭력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받은 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생존자들에게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몇몇 생존자들이 전해온 사연을 공유한다.


여섯 아이의 모친인 아이유아(Iyua, 가명)는 마쿠르디에서 북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음바와(Mbawa) 캠프에 거주하고 있다. 아이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했던 그녀는 지인이었던 한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제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캠프 밖에 있는 집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자기와 성관계를 해야만 도와주겠다고 말하더군요. 거절했더니 힘으로 저를 제압했죠.”_아이유아

아이유아는 성폭행을 당한 후 캠프에서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베누에주는 나이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로 베누에강(Benue River)이 가로지르는 나이지리아 북중부 소재 농업 지역으로, 흔히 나이지리아의 ‘식량 바구니’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나이지리아 북부의 불안정한 치안과 기후 변화 및 환경 파괴로 비옥한 토지의 가용 면적이 감소한 탓에 많은 목축업자들이 북중부 지역으로 남하해야 했다. 2017년, 자연방목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베누에주에서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목축업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목축업자와 농부들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로 말미암은 폭력 사태 때문에 약 400,000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란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베누에주 전역 캠프에 정착했다.

마쿠르디 마을에서 한 목축업자의 소가 도축을 위해 끌려가고 있다. 2023년 12월. ©Kasia Strek/MSF


캠프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거주 환경은 불안정하고 비위생적이며, 보건의료를 포함해 식량•식수•기본적인 서비스 등이 매우 부족하다. 또한 빈곤, 여성과 남성 간의 권력 불균형, 제한적인 생계 수단, 보다 광범위한 폭력 사태로 인해 성폭력 사례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 대다수가 생존자들과 친밀한 관계였으며 성폭력 사례는 민간인과 비민간인을 비롯해 생존자들의 지인 혹은 낯선 사람에 의해서도 발생했다. 가족 중 유일한 부양자인 여성들 다수가 종종 식량과 연료로 쓸 장작을 구하기 위해 캠프를 떠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다.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두시마(Dooshima, 가명)는 어느 날 농장에서 일하다가 모친과 자매의 강요로 모르는 남성들과 오토바이를 타야 했다.

마을에 다다를 때쯤, 사람들이 큰 소리로 노래하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결혼식 축가였죠.”_두시마

그 순간 두시마는 자신이 가족에 의해 매매혼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너무 절망스러웠던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쓸 물건이 있나 고민하던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30살 연상의 남성과 결혼식을 올린 후, 두시마는 좁은 집 안에 감금되었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다시 붙잡혀 구타를 당했다. 집에 갇힌 지 3일이 지난 후, 그녀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그녀를 강간했다. 두시마는 또다시 탈출을 감행했고 이번에는 붙잡히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두시마는 가족들에게 외면당했다.

어머니는 저를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제 교복과 책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가져가 불에 태워버렸죠.”_두시마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치료를 받은 후, 두시마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고 임신 중절을 받기로 결심했다.

현재 두시마는 어머니가 불태운 옷을 새 옷으로 바꾸기 위해 오렌지를 팔아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있다. 그녀는 바느질을 배워 책을 사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저는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생명을 살리고 싶어요.”_두시마

성폭력 생존자인 두시마가 ‘Beauty’라고 적힌 귀걸이를 하고 있다.  2023년 12월. ©Kasia Strek/MSF

시아나(Shiana, 가명)는 5년 전 언니와 함께 음바와 캠프로 이동했다. 그녀는 두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둘 다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

어느 날 밤, 자고 있는데 누군가 텐트 문을 두들겼어요. 그리곤 한 남성이 제게 먹을 것을 주겠다고 말한 뒤 문고리가 고장 난 텐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성관계를 강요했죠. 저는 거부하고 그를 밀어냈지만, 그는 제 팔을 꽉 누른 채 저를 강간했어요.”_시아나

시아나는 그녀의 신체적 장애를 약점 삼아 강제로 텐트에 들어온 남성들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어젯밤에도 한 남성이 다가와 텐트로 들어오려던 순간, 저는 빠르게 일어나 안쪽에서 문을 막아두었어요. 여기 캠프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_시아나

시아나는 돈을 벌 수단이 없지만, 때때로 근처 시장으로 가 땅에 떨어진 곡물 낟알을 모아 판매한다.

시아나의 텐트 문에 달린 문고리가 고장난 모습. 2023년 12월. ©Kasia Strek/MSF

시아나의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심버(Seember, 가명)가 살고 있다. 농부였던 심버의 남편은 야간에 발생한 공격으로 사망했다.

남편은 집 밖으로 도망치려다 붙잡혀 총에 맞았어요. 남편이 죽은 채로 땅에 누워 있었는데, 다른 남자가 오더니 마체테로 남편의 목을 잘랐습니다.”_심버

심버는 아이 두 명과 함께 달아나 음바와 캠프로 피신했다. 2023년 4월, 심버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농장에서 작물을 수확하고 있던 와중에 다섯 명의 남성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세 명은 칼을, 두 명은 마체테를 가지고 있었다. 해당 남성들은 이들을 살해할지 의논하다가 강간하기로 했다.

그 남자들이 농작지에 도착한 것을 봤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죽은 남편이 떠오르면서 이제 내가 이 세상을 뜰 차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맞서 싸우면서까지 저를 보호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야 살아남아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니까요.”_심버

강간 이후, 심버는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친척이 그녀를 음바와 캠프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데려왔고, 그곳에서 심버는 치료와 정신건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심버는 남편이 없어 매우 외롭고 혼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면 괴로운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십 대 청소년인 심버의 아들 파난(Fanan, 가명)은 그녀를 위로하고 웃게 하거나 머리를 땋아주며 괴로운 기억에 함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심버의 아들 파난이 모친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다. 2023년 12월. ©Kasia Strek/MSF

아이유아, 두시마, 시아나, 심버는 베누에 소재 캠프들에 거주하며 성폭력으로부터 생존한 수천 명의 여성과 여아 중 네 명에 불과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 조치 없이는 여성들이 겪을 위험이 계속해서 심화할 것이라 경고한다.

사회적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향민, 특히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 부족합니다. 여성들을 위한 보호 및 예방 조치도 거의 없고요.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베누에주와 나이지리아 전역에 있는 성폭력 생존자들은 양질의 무상 치료와 정신건강 지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과 여아들은 안전한 거주지•비상 피난처•법률 지원•생계 및 재정 지원 등을 비롯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예방의 핵심은 사람들의 인도적 지원 수요에 대응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캠프 내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죠. 현지 및 국제 인도주의와 개발 단체들은 나이지리아 당국과 협력해 베누에주의 성폭력 생존자들이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더 나아가 실향민 지역사회들이 존엄성과 삶의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_레시트 엘신(Resit Elcin)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음바와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성폭력 생존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쓰는 의약품들. 2023년 12월. ©Kasia Strek/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베누에주에서 실향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대응을 전개하며 성•생식 보건과 성폭력 생존자 대상 종합적 치료를 포함한 의료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3년, 베누에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성폭력 생존자 1,700명 이상을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전개를 통해 주로 실향민 농경 지역사회와 국내 실향민 캠프 주변 실향민 수용 지역사회들을 지원해 왔다. 목축 지역사회의 인도적 보건 수요와 폭력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