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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이티: 폭력 사태가 주민들의 건강과 의료보건 종사자들에 미치는 영향

2024.04.17

저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닥터 프리실 큐피돈(Dr. Priscille Cupidon)입니다. 무장 단체들과 경찰이 우리 도시를 장악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어 지금도 총격이 들려옵니다.

포르토프랭스의 벨 에어(Bel Air) 지역에서 무장 남성들이 경찰과 총격을 벌이고 있다. 2024년 3월. ©Corentin Fohlen/Divergence

이런 종류의 전투는 몇 년 전 시작되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전쟁처럼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월 28일, 선거가 2025년 8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무장 민간 단체들은 정부에 대항하여 경찰서, 행정 시설, 은행, 항만 및 공항 시설, 기타 정부 기관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죠. 결국 공항이 폐쇄되어 총리는 아이티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이런 폭력 사태는 이제 마치 전염병처럼 곳곳에 퍼져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역의 많은 사람들이 집이 불에 탔거나 동네를 공격한 단체들에 약탈당해 피란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분쟁이 계속되면서 도시 내 점점 더 많은 지역들이 비어가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학교, 교회, 운동장 등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보다 취약한 처지에 놓이는 부적합한 거주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포르토프랭스 시내가 대규모 전투로 파괴된 모습. 2024년 3월. ©Corentin Fohlen/Divergence

다른 사람들은 총격과 약탈에 노출되어 거주할 수 없게 된 집에 남아있습니다. 최근의 폭력 사태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급수차가 식수를 재공급할 수 없어 식수 접근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포르토프랭스 상황은 인도적 위기입니다. 특히 보건의료와 식수위생을 포함한 필수적 수요에 긴급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도시 내 만성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를 관리합니다. 우리는 폭력이 환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마주합니다. 가령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을 관리하기 어려운 성인과 고열 및 설사병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종종 정신적 트라우마나 고혈압을 유발하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위생 관리에 필요한 물이 부족한 탓에 피부 감염에 시달립니다.

포르토프랭스 소재 시테 솔레이(Cité Soleil)에서 벌어진 무장 단체와 경찰 간의 충돌로 인해 총상을 입은 환자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함께 물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3월. ©Réginald Louissaint Junior

3월 19일, 우리 팀은 2월 29일부터 접근이 불가능했던 시내 중심가 인근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의료 수요는 매우 높고 현재 보건의료가 너무 제한적인 상황이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령 결핵을 앓는 환자들이 지역 간 분쟁 및 긴장으로 인해 치료를 받으러 해당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죠. 이후 도시 전역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전투가 지속되면서 이동진료소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환자들은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무장 단체와 경찰 간의 전투로 폐허가 되어버린 델마스(Delmas) 18 구역. 2024년 3월. ©Corentin Fohlen/Divergence

우리가 최근 몇 달간 이동진료소에서 만난 여성들은 강간을 비롯한 성폭력의 생존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사이자 여성으로서, 저는 많은 이들이 지역사회에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 때문에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하기 두려워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 또한 생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을 망설이게 합니다. 가족이나 이웃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가능한 한 생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이미 임신을 했거나 성매개 감염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존자들을 주로 성폭력 치료를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데려갑니다.

 

수년간, 아이티 내 의료 전문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했습니다. 국가 내 정치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의료시설에는 자원이 거의 남지 않았죠. 아이티의 보건의료 체계는 붕괴되고 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보건 종사자들 또한 상황이 악화되면서 개별적으로 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 떠났고, 친구와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남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시테 솔레이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실 전경. 2024년 3월. ©Réginald Louissaint Junior

게다가 이러한 폭력 사태는 환자와 직원들이 매일 의료시설로 향하는 것을 매일같이 방해하고 막고 있습니다. 아이티 공립대학 병원과 같은 일부 병원들은 현재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죠. 또 다른 대학 병원인 생프랑수아 드 살(Saint-François de Sales)은 완전히 파괴되어 젊은 의사들이 그곳에서 더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요. 아직 운영 중인 유일한 공립대학 병원 라뻬(La Paix)는 과부하에 걸리고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안타깝게도 더 많은 고위험 임신부들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죠.

 

아이티의 주요 항구와 공항은 현재 폐쇄된 상태이며,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 제한을 강화했습니다. 최근 몇 주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려할 때, 여행이 다시 가능해지면 의사 및 기타 의료 종사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아이티 이탈이 보다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아이티에 남아 있는 이들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수많은 폭력과 잔인한 사태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정신건강 지원을 비롯한 치료가 우리에게도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타바레(Tabarre)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총상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4년 3월. ©Réginald Louissaint Junior

최소한 몇 년 전의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일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살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티 형제자매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우리 본연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잃어버린 권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