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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팔레스타인: 마음에 깊은 상흔이 남은 사람들

2022.05.04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 주민은 반복되는 정신적 외상에 시달려왔다. 이곳은 만연한 실업과 경기 침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도적 필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서안지구에서 거주지 철거, 강제 이주, 폭력 등 조직적 탄압과 차별을 계속해서 자행하고 있다. 폭력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과거에 겪었던 폭력과 탄압, 봉쇄로 인한 트라우마와 결합하면 더 오래 지속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경증 혹은 중증의 심리적 문제 및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남성과 여성, 아동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서안지구에서 있었던 폭력이 야기한 정신건강 문제도 지원하고 있다.  사진작가 알프레도 칼리즈(Alfredo Cáliz)는 서안지구 전역에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1. 라그다(RAGHDA)의 이야기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라그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치료를 받았다. 2013년,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도시 헤브론(Hebron)의 H2 구역에 집을 지었는데,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불법 건축물 혐의로 철거 명령을 받았다. 항소했지만 철거 명령은 철회되지 않았다. 1년 후 그녀의 아들은 이스라엘 정착민과의 실랑이로 체포되었고 2주를 감옥에서 보냈다. 아들이 수감되어 있는 동안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 아들은 보석으로 풀려났고 정착민이나 이스라엘군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녀는 아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밖에 나가지 않도록 했다. 그러다 2019년 라그다는 본인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팔레스타인 어머니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을 겪고 더 강해졌어요. 하지만 때로는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신 건강은 우리가 주변에 있는 이들을 위해 더 강해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_라그다/팔레스타인 주민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국경없는의사회 통역사 야스민 자바리(Yasmeen Jabari)가 헤브론의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진료소 환자였던 라그다를 안아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에서 경증 혹은 중증의 정신건강 문제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남녀노소에게 정신건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일어난 특정 폭력의 영향으로 생긴 발병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도 한다.

2. 하룬(HAROON)의 이야기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2021년 1월 1일, 하룬 아부 아람(Haroon Abu Aram)은 목에 총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이 쏜 총알은 하룬의 척수를 손상시켰고 그 결과 사지가 마비되었다. 하룬의 가족은 헤브론 남부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지역에 살고 있다. 이곳은 1993년 오슬로 협정 하에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서안지구 C지역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베두인(Bedouin) 사막의 일부인데, 이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강제 퇴거 위기에 처한 상태다. 하룬은 헤브론에서 치료받다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Tel Aviv)로 이송되었다. 이스라엘의 농업 공동체 단체 키부츠(Kibbutz)가 치료비를 지원했다. 현재 하룬의 어머니 파리사(Farisah)는 국경없는의사회 헤브론 진료소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다.

“제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제가 무너지면 가족 전체가 무너져요. 하룬을 돌보는 것은 제 의무입니다.”_파리사/하룬의 어머니

3. 네즈메(NEJMEH)의 이야기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이스라엘 인권 단체 벳첼렘(B'Tselem)에 따르면 2021년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주민 집 199채를 강제 철거했다. 네즈메 나와자(Nejmeh Nawajaa)는 철거된 집에서 살고 있던 주민 중 한 명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네즈메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했다.

“참담하지만 이겨내는 중입니다. 모든 걸 빼앗기고 제 몸을 덮을 우산 하나만 남아 있더라도 이곳에 있을 거예요.”_네즈메 나와자(Nejmeh Nawajaa)

4. 샤디(SHADI)의 이야기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샤디는 수감 중 고문을 당했다. 우울감과 분노에 찼던 그는 2019년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지원을 받았다. 

“이 땅에서 사랑할 대상을 찾는 건 그 무엇보다 어렵지만 증오할 대상은 매우 많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겉도는 느낌이었고 늘 불안했습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저를 괴롭히는 기억을 마음 한구석에 몰아넣었습니다.”_샤디(Shadi)

18개월 동안 심리적 지원을 받은 샤디의 정신건강은 현재 개선되었으며 최근에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4. 란다(RANDA)의 이야기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란다 아부 시판(Randa Abu Sifan)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의 H2 구역에서 살고 있다. 란다는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에 반복적으로 시달려왔다. 란다의 자녀 중 한 명은 불안증세로 국경없는의사회 치료를 받고 있다.

“매 순간 공포에 떨며 살아가야 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크나큰 충격을 주었습니다.”_란다 아부 시판(Randa Abu Sifan)

© Alfredo Cáliz/El País Semanal
이스라엘군에 의해 점령된 H2 구역의 헤브론 구시가지에 위치한 통로와 아치 길이다. H2 구역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폭력과 야간 감시, 괴롭힘, 검문소에서의 과도하게 긴 검문 과정 등을 겪으며 치욕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자동차나 도보를 이용한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다수 주민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인이나 장애인,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H2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약 34,0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