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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생존을 위해 수단 분쟁으로부터 피신 후 직면한 또다른 위기 

2023.06.28

수단내 분쟁에서 벗어나 남수단으로 건너간 수천명의 귀환민들이 어퍼나일(Upper Nile)주와 북바르엘가잘(Northern Bahr El Ghazal)주에 위치한 경유센터에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4월 수단내 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수단에 살고 있던 남수단 국적자들이며, 여성과 아동이 많다. 국경을 따라 위치한 경유 캠프와 그 근방에 거주중인 귀환민들에게는 거주시설, 식량 및 식수, 적절한 위생 시설이 부족하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및 인도주의 관련 기관들이 늘어나는 귀환민들의 수요에 대한 조직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국경을 건너 남수단으로 피란한 귀환민들이 임시거처 밖에 서 있다. ©Nasir Ghafoor/MSF

특히 어퍼나일과 북바르엘가잘주에 엄청난 수의 귀환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현재 인도적 대응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입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충격 받았을 피란민들은 식량, 임시거처, 위생 및 기타 필수 물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계 당국은 남수단의 피란민들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임시거처 마련을 포함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하루 빨리 남수단내 다른 지역으로 적합한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거주 환경이 좀 더 나았더라면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만약 캠프 거주 환경 개선에 필요한 물자 및 서비스가 신속히 충족되지 못한 채로 다가오는 우기를 맞이하게 된다면, 또 다른 질병이 퍼져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수천명의 목숨을 위협하게 될 수 있습니다.”_조슬린 야피(Jocelyn Yapi)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4월 중순부터 수단내 분쟁으로 인한 수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 중 127,000명 이상이 대부분 남수단 어퍼나일주에 위치한 렝크(Renk)로 피란했다. 현재 8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이들이 매일같이 당나귀 수레로 렝크로 진입하고 있는데, 보통 국경에 닿기 전까지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카르툼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무장 강도를 만나 돈과 소지품을 빼앗겼죠. 핸드폰까지 말입니다.” - 아웰 쇼울(Awel Shoul), 카르툼 출신 피란민

쇼울은 아픈 형제와 함께 안전한 곳을 찾아 고국으로 돌아온 수많은 귀환민 중 하나다. 쇼울의 형제는 수단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카르툼(Khartoum)에 분쟁이 발생하자 치료를 마치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15일간의 여정 중 무장 강도 남성들을 만난 것이다. 

남수단으로 국경을 건너는 대부분의 귀환민들은 또 다른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렝크에 위치한 주 경유센터에는 현재 12,000명의 귀환민들이 머물고 있는데, 센터의 수용 역량과 구호물자는 이들을 전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수백명의 가족 단위 피란민들이 경유센터 밖에 임시 캠프를 설치하고 급한대로 발견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 햇빛을 가리며 지내고 있다.

렝크 근방에서 머무는 귀환민들이 빨래를 말리기 위해 마른 풀 위에 옷가지를 걸어 놓은 모습 ©Nasir Ghafoor/MSF
약 한 달 전에는 해당 경유센터에서 부족간 충돌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몇몇 지역사회 주민들은 센터를 떠나기도 했다. 경유센터내 거주 중인 이들은 일부 구호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센터 외부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필요한 대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식량이 부족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구호물자도 구할 수 없고요. 강에서 뱀과 전갈이 올라오고 있고, 깨끗한 식수 또한 부족해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 입고 있던 옷을 팔아 벌거벗어서라도 이동 경비를 마련하려고 하죠.” - 아니르 마톡 뎅(Anyr Mathok Deng), 40년간 수단에 거주하다가 귀향해 렝크 근방 강가 창고에서 머무르고 있는 귀환민 

어퍼나일주 렝크 정수처리시설에서 일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Nasir Ghafoor/MSF

현지 트럭 운전사들은 25,000 남수단파운드(미화 약 25달러)를 받고 귀환민들을 렝크에서 150km 떨어진 팔로이치(Paloich)로 운송해주고 있다. 그렇게 팔로이치에 도착한 이들은 다른 바르엘가잘 주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이동비를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록 고국이 남수단이라 해도 이것은 진정한 귀향이라고 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수단에 살았던 귀환민들은 생존을 위해 보건의료, 식량, 임시거처와 같은 필수 서비스 지원을 필요로 한다. 렝크 당국은 이미 피란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말라칼(Malakal) 소재 2차 경유센터로 귀환민들을 운송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월중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말라칼 캠프내 부족간 폭력 사태로 인해 렝크와 말라칼간 모든 교통수단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북바르엘가잘주에 위치한 아웨일(Aweil)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단인들은 난민 경유센터에 머물고 있는 반면, 다수의 남수단 귀환민들은 여전히 식량이나 식수, 적합한 위생시설도 없이 나무 아래서 지내고 있다. 북바르엘가잘주에는 최근 발생한 분쟁 이전에 이미 인도적 필요가 절실했지만 자금 감소로 인해 보건 서비스도 부실해졌다. 

귀환민과 피란민이 북바르엘가잘주에 몰려들어 인도적 위기가 더 커질 겁니다. 이미 영양실조 환자가 늘어나는 걸 목격 중입니다. 최근 수년간 보건시설 관련 인도주의적 구호를 위한 재원이 삭감되면서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한 현재 시스템으로는 추가적인 필요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 마고 그렐릿(Margot Grelet) / 국경없는의사회 아웨일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렝크와 아웨일에 각각 이동 진료소 세 곳과 한 곳을 운영하며 어퍼나일과 북바르엘가잘주에서 긴급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렝크에서 활동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식수위생팀은 강물을 위생 처리해 피란민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료팀은 아동을 대상으로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하고 홍역 치료를 위한 격리 병동을 설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문 의료 서비스와 정신건강 지원 및 보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속성 말라리아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Nasir Ghafoor/MSF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급성 설사, 말라리아, 호흡기 및 눈 감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실외 배변 문제도 만연한 실정입니다. 창고와 임시거처는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요. 비라도 쏟아지면 콜레라 같은 질병이 발생할 여지가 다분합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사람들에게 임시거처, 깨끗한 식수 및 위생 시설을 제공해야 합니다.”- 다와이 아파이(Dawai Apayi) / 국경없는의사회 렝크 응급실 간호사

수단내 분쟁 종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남수단으로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피란민들의 이동 과정이 어서 빨리 원활해지지 않으면 아웨일과 렝크 거주민들의 급증하는 수요가 충족되지 않아 심각한 보건위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