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시리아 북서부 진디레스(Jindires)는 한때 위용 있는 도시였지만 계속되는 전쟁과 최근 지진으로 인해 이제 폐허만 남았다.
또한 최근 지진으로 인해 시리아 북서부 난민 캠프에 유입된 신규 실향민 중 열에 아홉은 이전에 최소 1회 이상 전쟁으로 인해 피란한 경험이 있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의 한 캠프 전경, 2023년 5월. ©MSF
진디레스 지역 캠프 안에 새로이 자리잡은 사람들 대다수는 이제 생존을 위한 안정이나 필수품이 없는 현실에 눈을 뜨고 있다. 지진은 12년간 전쟁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도시내 상·하수 및 위생 시설에 다시 영향을 끼쳤다.
진디레스에 최근 세워진 알-에만 캠프에는 2,130명이 살고 있다. 다섯 아이의 모친인 엠 하싼(Emm Hassan)은 집이 무너져서 실향민이 된 경우다. 이전에 이미 전쟁 때문에 알레포 서부로부터 피란을 온 경험이 있다.
정상적인 삶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었어요. 캠프에서의 삶은 아주 힘듭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돼 있고, 기타 위생 시설들이 부족해 내 아이들은 콜레라, 옴, 리슈만편모충증 같은 질병에 걸리고 있습니다. 다섯 아이 전부가 리슈만편모충증에 걸려 수년간 회복이 안될 상처가 얼굴에 생겼습니다.” – 엠 하싼, 진디레스 거주중인 실향민
캠프에 도착한 실향민들은 일단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루 동안 각자가 사용 가능한 물은 9리터로, 국제 기준인 20리터에 못 미친다. 변소 시설도 부족해 변소 하나당 90인이 사용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에 적합한 하수 시설 역시 구축돼 있지 않다.
이들리브 한 캠프에서 직접 물을 길어 나르는 실향민 ©MSF
실향민이 새로이 유입된 캠프들에는 물이나 위생 관련 인프라가 지극히 제한적인 상태입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오염된 수원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콜레라나 간염같은 수인성 질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부적합하고 부족한 변소 시설은 위생과 사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옴 같은 전염병 위험 역시 증가시킵니다.” – 할림 부바커 (Halim Boubaker),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의료책임자
난민 캠프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옴벌레가 야기하는 전염성 피부 질환 위험을 높인다. 국경없는의사회 및 협업 파트너들은 이동진료소와 지역 보건 활동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에서 5월간 심각한 옴 발생 증가율을 관찰했다.
약 13,000명이 거주하는 아프린 지역 10개 캠프에서 조사를 진행한 파트너 단체 알-아민(Al-Ameen)의 경우 3,600건의 옴 사례를 발견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10세 이하 아동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 질병의 확산 원인은 해당 캠프내 야외에 노출된 하수 처리 시설과 물 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물과 위생시설은 약 100개 실향민 캠프 지역에서 질병 확산을 방지하려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 활동 중점사항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금까지 8,000 큐빅미터의 깨끗한 물을 배급하고 1,000개 이상 물탱크와 130개 이동 변소를 설치했으며, 620개 변소와 90개 샤워시설의 유지보수를 관리했다. 위생키트, 부엌키트 및 여성 생리대키트를 포함한 111,000개 구호품도 지원했다.
이들리브 실향민 캠프 내 아동들이 물로 손을 씻는 모습 ©MSF
지속되는 곤경
지진과 전쟁이 물 및 위생 인프라에 미친 영향이 아니더라도 시리아는 점점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인도주의적 구호단체의 물 공급 트럭과 파이프로 구축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중인데, 후자의 경우 불안정한 전력공급 및 높은 연료 가격이 문제가 된다.
2023년 5월중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약 60,000명 실향민이 거주하는 시리아 북서부 48개 실향민 캠프와 2개 마을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이중 70%의 캠프가 유일한 식수 공급원으로 물 트럭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캠프에 변소가 설치돼 있긴 했으나 그중 절반은 유지보수가 필요했고, 70%의 캠프에는 샤워시설이 부족했다. 캠프의 85%에는 제대로 기능하는 하수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았다.
우리가 이 캠프에 5년 전에 도착했을 때도 화장실은 충분하지 않았죠. 바위가 많은 곳이라 땅을 파기가 어렵고, 제대로 된 화장실을 만들 수가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기초적 도구를 사용해 땅을 파서 만드는 임시 하수용 구덩이 대부분은 부적합합니다. 이렇게 부적합한 위생시설 때문에 옴이나 이같은 것들이 옮기는 질병이 흔해지죠. 가족들은 열흘에 한번 정도 샤워할 수 있을 뿐입니다.” - 만할 프레지(Manhal El-Freij), 이들리브의 실향민 캠프 매니저
수요조사 일환으로 야외 설치된 임시 변소시설을 살펴보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SF
이렇게 심각하게 증대한 지원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물 및 위생관리 분야는 2023년의 경우 필요 자금의 8퍼센트 정도를 확보했을 뿐이다. 자금부족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실행력의 부재로 인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과 위생시설 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보건 위협 요소들을 제거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쟁과 지진의 영향을 받은 시리아 사람들이 건강과 품위를 지킬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관심과 자금, 그리고 지속적이고 공정하게 펼쳐지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구호가 필요합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의료책임자 할림 부바커 (Halim Boub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