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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폐허가 된 잘링게이, 지원 없이 생존해야 하는 실향민들

2024.05.21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단 잘링게이 수련 병원(Zalingei Teaching Hospital)에서 치료를 제공하면서 현지 보건부를 지원하고 재활 치료와 더불어 보건부 직원들에게 교육 및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4월에는 응급실, 산부인과, 입원 치료식 센터, 소아과 운영을 재개했다.


2023년 4월, 수단에서 신속지원군(RSF)과 수단군(SAF) 간의 전투가 시작되면서 중앙 다르푸르(Central Darfur)의 주도 잘링게이에 있는 알하사히사(Al-Hasahisa) 캠프 내 실향민들이 교전에 휘말리게 되었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에 따르면, 해당 캠프가 11월까지 수개월 동안 신속지원군에 포위된 탓에 부상자들은 캠프 밖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물과 식량 공급이 차단되어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다.

잘링게이 수련 병원의 응급실 내부 모습.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하사히사 캠프는 한때 약 50,000명(이 중 대부분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실향을 겪은 상태)을 수용했지만, 사람들이 끊임없는 폭격을 피해 피난을 떠나면서 결국 텅 비었고 파괴된 벽돌집과 스산한 거리만 남게 되었다.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은 현재 약탈당하고 버려진 학교, 은행, 소방서, 도시 전역의 다른 캠프에서 수개월간 머물고 있다.

광범위한 실향 사태와 지원 없이 생존해야 하는 사람들

11월 2일 밤, 아이사(Aissa)와 그녀의 가족은 당나귀 수레를 타고 하사히사 캠프에서 탈출했다. 아이사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소지품은 도난당했고 매트리스 하나만 남았는데 그마저도 나중에 도로에서 분실되었다. 아이사는 자신의 모친과 자녀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우리는 쫓겨서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몇몇 남자들은 살해되었고 일부는 구금되었습니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것들을 빼앗긴 뒤 도난당했죠. 우리는 떠나는 도중에 [무장한 남성들에게] 가로막혀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그들은 [사람들을] 묶어 두고 남자아이들을 구타했습니다.”_아이사 / 하사히사 캠프를 탈출한 50세 여성

아이사와 그녀의 가족은 폐허가 된 잘링게이 소방서의 한 화물 컨테이너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다. 수단의 다른 650만 명의 실향민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인도적 지원에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많은 곳에서 이러한 지원은 여전히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해 생계를 유지하는 아이사와 그녀의 가족은 물, 식량, 보건의료를 포함한 필수 서비스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다.

폐허가 된 잘링게이 소방서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사와 그녀의 가족.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우린 무작정 밖으로 나가 도시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누군가 빨래를 대신 해 줄 사람을 찾으면 빨래를 해 준 뒤 돈을 조금 받으려고 하죠.”_아이사

소방서 건너편에 있는 나즈와(Najwa, 30세)와 그녀의 세 자녀는 하사히사 캠프에서 온 다른 30명의 실향민들과 함께 도시 내 약탈당한 은행에서 피신하고 있다. 옷장으로 쓰이는 은행 금고, 한때 햇빛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벽돌로 막아둔 창문, 지금은 너덜너덜해진 가방 몇 개와 시든 화초가 놓인 창턱 등이 그녀에겐 언뜻 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방서 건너편 약탈당한 은행에서 가족 및 다른 실향민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나즈와.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나즈와는 로비 위에 걸쳐있는 찢어진 시트지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우리는 지붕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비누 한 개는커녕 어떤 지원도 받은 적이 없죠. 곧 우기가 다가오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_나즈와

보건의료 및 의약품 접근성 차단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잘링게이 대학교(University of Zalingei)는 한때 의학, 농업, 기술 분야 학생들을 위한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황량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강당에는 당나귀를 먹일 건초 더미가 보관되어 있고, 캠퍼스 건물들은 빨랫줄로 연결되어 있다.

임시 대피소로 개조된 강의실과 사무실에는 대부분 하사히사 캠프에서 피난 온 천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농부인데 이제 정기적으로 농작물을 경작해 수입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인도적 지원의 부재로 인해 지역사회 주민들은 이제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임시 대피소로 개조된 사무실에 침대 두 개가 놓여있다. 2024년 4월. ©Juan Carlos Tomasi/MSF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해 기여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은 [약품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 주민들과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환자를 치료합니다.”_모하메드(Mohammed) / 잘링게이 대학교로 가장 먼저 피신한 사람 중 한 명

알하사히사 캠프에서 신속지원군과 수단군 사이 전투가 시작되자 잘링게이 대학교로 대피한 모하메드. 2024년 4월. ©Juan Carlos Tomasi/MSF

잘링게이 대학교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카디자(Khadija)는 자신의 딸인 말라카(Malaka)가 잘링게이 수련 병원에서 퇴원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말라카는 국경없는의사회가 해당 병원에서 재활 응급실을 재개한 첫날 가장 먼저 방문한 환자들 중 한 명이다. 집을 잃고 남은 소지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했던 카디자는 딸을 위한 약을 살 수 없었다.

딸 말라카를 데리고 잘링게이 수련 병원을 찾은 카디자. 2024년 4월. ©MSF

말라리아 양성 판정을 받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이동해 잘링게이 수련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전에 살던] 하사히사 캠프에서는 무료로 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잘링게이에서는 다릅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무료로 약을 받았어요.”_카디자

붕괴된 보건 체계 지원

수단에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 종사자 및 시설이 공격과 약탈을 당해 보건 체계 상당 부분이 손상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 다르푸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2차 의료지원 시설인 잘링게이 수련 병원 역시 전쟁 중 여러 차례 약탈당했다.

잘링게이 수련 병원의 수술실 창문에 총알이 뚫고 지나가 구멍이 생긴 모습.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2023년 5월 또 다른 약탈이 발생한 후, 보건부 직원들은 도시 전역의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잘링게이 수련 병원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중 한 명은 간호사 아스마(Assma, 21세)였다. 5월에 약탈이 발생한 지 몇 주 후 해당 병원은 또다시 공격을 받았고 이번에는 한 환자가 사망했다.

환자를 수술실 복도로 데려가던 중 의사가 목에 총을 맞았어요. 그는 제왕절개를 하고 있었죠. 그 후 환자는 복도에서 사망했습니다.”_아스마

보건부 소속 간호사 아스마.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중앙 다르푸르 내 전문 치료 서비스를 복구하기 위해 잘링게이 수련 병원에서 2차 진료를 제공하고 응급실, 산부인과, 소아과 재건뿐만 아니라 보건부를 지원하며 직원들에게 교육 및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900건 이상의 응급 진료, 약 400건의 소아과 입원, 약 100건의 안전한 분만을 지원했으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50명 이상의 영양실조 아동 환자를 치료했다.

전쟁으로 인해 수단 주민들의 의료지원 접근성이 완전히 저해되었습니다. 의약품과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주민들, 특히 실향민들이 접근하기 더욱 어렵게 되었고 대부분의 의료시설이 이제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동시에 수단은 현재 인도적 지원 공백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충족되지 않은 엄청난 보건 수요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_빅토르 가르시아 레오노르(Victor García Leonor)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알하사히사 캠프에서 제리캔에 물을 받으러 가고 있는 한 아동. 2024년 4월. ©MSF/Juan Carlos Tomasi

수단은 세계 최대 실향 위기 국가 중 하나이지만, 많은 인도주의 구호 단체가 작년에 시작된 전쟁으로부터 대피한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이상 지난 오늘날에도 수단은 계속해서 인도적 지원 공백을 마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전쟁 당사자들과 교전 단체들이 국제 인도법(IHL)에 따라 의료 종사자와 의료시설에 적용되는 특별 보호를 존중하고, 수단 전역에 대한 안전한 인도적 접근을 예외 없이 보장하고, 물자 및 직원에 대한 봉쇄 조치를 중단할 것을 지속해서 촉구한다. 또한 인도적 지원이 주민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국제연합은 조속히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접근성 제고와 관련된 명확한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카르툼(Khartoum), 백나일(White Nile), 청나일(Blue Nile), 알 게다레프(Al Gedaref), 서다르푸르(West Darfur), 북다르푸르(North Darfur), 남다르푸르(South Darfur), 중앙 다르푸르(Central Darfur), 홍해(Red Sea) 총 9개 주에 위치한 30개 이상의 보건시설에서 활동하며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살라(Kassala)에서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신속지원군과 수단군 통제 지역에서 모두 활동하며, 외상 치료•모성 및 아동 치료•영양실조 치료와 함께 다른 의료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남수단 및 차드 동부에 거주하는 수단 피난민과 귀환민들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