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에서 군사작전이 5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가 5월 중순부터 지원해온 카르툼(Khartoum) 튀르키예 병원(Turkish Hospital) 이야기를 전한다. 중단 위기가 두 번 있었고,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는 등 상당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 병원 지원을 지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활동을 확대하기까지 했다. 현재 하루 평균 약 10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해당 병원에 찾아오는데, 그 중 평균 40명이 응급실 유입 환자다. 분쟁 격화 시에는 전쟁 부상자가 응급실 환자의 20%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해당 병원의 원래 목적은 아픈 아동 및 임신부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변함이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서비스를 처음으로 무상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곧 이임 예정인 수단 현장 책임자 메고 테르지안(Mego Terzian) 박사가 수단을 떠나기 전에 수단 상황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한다.
하루 100명의 환자는 주로 여성과 아동
지난 몇 주 동안 튀르키예 병원을 찾아온 환자 대부분은 아동과 임신부였다. 분쟁 격화시에는 전쟁 부상자 치료에 집중하지만, 사실 이 병원은 임신부 및 아동 환자에게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카르툼 지역의 유일한 병원이다. 카르툼 북동부 및 옴두르만(Omdurman) 지역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성 의료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카르툼 남부 지역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소아과 및 산부인과를 갖춘 시설은 튀르키예 병원이 유일하다.
튀르키예 병원은 알 칼라클라(Al Kalakla) 지역에 소재하고 있지만, 마요(Mayo), 자브라(Jabra), 아부 아담(Abu Adam) 등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환자가 최전선을 넘어 해당 병원을 찾아온다. 2주 전, 튀르키예 병원에서 남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기갑군 기지 주변에서 공습과 중포 발사가 일어나는 등 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본 기지를 장악하기 위한 대규모 공격이 최소 17차례 있었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사상자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따라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병원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팀원 모두 우리의 존재 자체가 지역 주민들의 보건 지원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카르툼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접근성이다. 치안이 극도로 불안하고 교통수단은 거의 전무한 탓에 환자들이 병원으로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구급차도 없을뿐더러 밖으로 나가는 차량은 거리를 통제하는 무장인력이 감독한다. 심지어 국경없는의사회 소유 차량도 도난당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치안 문제를 몇 차례 겪었다. 현재 튀르키예 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임대 차량 한 대와 용감한 운전자 한 명한테만 의존하여 환자 및 직원에게 필요한 의약품, 식량, 식수를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로에는 검문소가 곳곳에 있으며,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곳에 머무는 이유, 제공하는 지원 내용, 그리고 지속적인 병원 물품 공급의 중요성에 대해 매번 설명해야 한다.
구급차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스스로 병원까지 찾아와야 하는데, 선택 가능한 방법이 매우 적다. 분쟁 격화 전, 카르툼은 구급차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었으며 다수가 개인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주민들은 이전과 다른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차를 빼앗겼거나, 아직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빼앗길 위험 때문에 병원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길 꺼린다.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차량은 무장 세력이 사용하는 차량뿐이다. 카르툼 도로에서 차를 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연료 부족이다. 도시 전체가 연료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로에는 연료가 다 떨어지거나 빼앗긴 후에 무용지물이 되어서 길가에 버려진 차들이 수십 대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당나귀 수레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것도 아니면 걸어서 병원을 찾아온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에 오기 위해서 최전선을 넘어 15km나 걸었다고 말했다.
모성 보건 및 붕괴된 카르툼 의료 시스템
튀르키예 병원 산부인과에서는 하루 평균 8건의 분만, 3건의 제왕절개술이 시행된다.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여성은 건강하지만, 일부는 빈혈을 앓고 있고, 혈액 부족 문제가 제왕절개술을 시행하는 데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혈액은 특정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도시 내 지속적인 연료 및 전력 부족 문제로 안정적 혈액 보관이 어렵다. 또한, 여행 허가증이 더 이상 정기적으로 발급되지 않는 탓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의료품 재고를 채우기 위해 카르툼에 진입하지 못해 추가적인 의료품 조달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분쟁 초기에는 여성들이 분쟁 상황에서도 임신 및 출산 관련 의료서비스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조산사와 연결해 주려는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왓츠앱(WhatsApp) 메신저 그룹도 운영됐고, 이러한 서비스가 많은 여성에게 생명선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서비스 지원이 어려워졌다. 격화된 분쟁 때문에 다수의 의료 인력이 도시를 떠났고, 이 때문에 왓츠앱 그룹과 같이 임신부에게 상담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가 중단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카르툼 남부 지역의 경우, 분쟁의 여파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분쟁이 시작된 이래 산전후 관리 및 여성과 아동을 위한 예방접종, 후속관리 등 의료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카르툼의 의료 시스템은 거의 완전히 붕괴되고, 재개원한 의료센터 1개와 근처 모스크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수단 자원봉사자 그룹을 제외하곤 1차 의료지원 활동은 전무한 상황이다. 의료센터에서 산전후 관리 및 예방접종 활동이 전개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 이러한 활동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안전한 분만 및 응급 제왕절개술, 중증 아동 환자를 위한 집중치료와 같은 가장 시급한 의료서비스만 제공 가능한 상태다.
소아과의이자 전 국경없는의사회 프랑스 대표 메고 테르지안 ©MOHAMMAD GHANNAM/MSF
다가오는 홍역, 말라리아, 뇌수막염, 콜레라 문제
낮은 예방 접종률 때문에 몇 주 내로 홍역 또는 뇌수막염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식수 부족 및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콜레라 발발 위험 또한 상당히 높다. 분쟁 전처럼 카르툼 지역에 인구가 크게 집중되어 있지 않아서 위험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예방접종 활동이나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식수는 없고 위생 상태는 미흡한 것도 현실이다.
현재 소아병동에는 평균 15-20명의 아동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매일 2-3명의 신규 입원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분쟁 전부터 해당 병원에서 근무해 왔던 팀은 설사 및 탈수증 때문에 찾아오는 아동 수가 증가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은 분쟁 전에는 흔히 발생하지 않았지만, 나쁜 수질 때문에 현재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폐렴을 앓는 아동이 상당히 많은데, 예방접종 부족 및 열악한 위생 환경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장마철이 다가옴에 따라 앞으로 몇 주 안에 말라리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래환자 병동에서 영양실조 검사가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중증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아동 환자 수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부 아동들은 식량 부족으로 인해 영양실조를 앓고 있으며, 다른 질병의 합병증으로 영양실조를 앓기도 한다. 영양실조가 말라리아 및 탈수를 동반한 설사, 폐렴과 같은 급성 호흡기 질환 등 다른 질병과 겹치면 환자는 위독한 상태로 빠질 수 있다. 이미 중증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몇 건 발생했으며, 패혈증에 걸린 신생아도 상당히 많다. 현재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병상이 충분하지만, 말라리아 유행 시즌이 시작되고 중증 영양실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늘어나면 병상이 부족해질 것이다. 또한, 홍역을 앓는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격리 병동을 위한 공간이 없어서 앞으로 많은 문제가 예상되고 이를 위한 해결책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성 질환과 향후 과제
튀르키예 병원은 당뇨, 천식,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의료기관 중 하나다. 해당 병원에는 고령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데, 특히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많다. 일례로, 전쟁 때문에 인슐린을 투여받지 못해 혼수상태에 빠진 고령 당뇨병 환자가 가끔 발생한다. 고령 당뇨병 환자들은 도시에서 치료받을 수 없어서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고, 결국 상태가 상당히 악화한 상태로 튀르키예 병원에 도착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2% 미만이라는 것인데, 이는 의료 및 물류 팀의 근무 환경을 고려하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전기, 물, 산소가 부족하고 때로는 마취와 수혈에 필요한 특정 약물이 부족하여 매일같이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원 팀을 유지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긴급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툼 주민들은 상당히 비관적인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 대부분은 분쟁이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4월부터 수단 내 위기 상황에 대응해 왔으며, 현재 카르툼, 알 자지라(Al-Jazeera), 서다르푸르(West Darfur), 북다르푸르(North Darfur), 중앙 다르푸르(Central Darfur), 남다르푸르(Sourth Darfur), 알 게다레프(Al-Gedaref), 청나일(Blue Nile), 백나일(White Nile), 나일강 주(River Nile) 등 10개 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