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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요르단: 시리아 난민 지원활동 1년, 그 후

2014.11.25

시리아 분쟁 이후, 전쟁으로 큰 부상을 입은 시리아인들이 요르단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 9월부터 요르단 알 람사에서 외상 수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수술을 진행하여 600명 이상의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절단 수술을 해야 했던 환자들을 위해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리차드 화이트헤드를 초청해 환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2013년 9월에 요르단-시리아 국경 지역에 문을 연 국경없는의사회의 외상 수술 프로젝트는 개원 초기부터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다. ©Diala Ghassan/MSF

“아홉 살 된 제 딸아이 야스미나는 통폭탄에서 나온 유산탄 파편을 맞고 양다리와 눈을 다쳤어요. 헬리콥터에서 떨어진 폭탄이 학교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던 아이 주변에서 터진 거죠. 야스미나와 친구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요르단으로 이송됐어요. 사고 이후로 양다리와 눈에 세 번이나 수술을 했어요. 다리 수술은 알 람사 병원에서 했고, 눈 수술은 알 마콰세드 병원에서 했답니다. 아이가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예요. 학교 가기도 무서워해요. 학교를 떠올리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야스미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어요.”

다라’알 발라드(Dara’Al Balad)에서 온 환자 야스미나(Yasmina)의 어머니 올라(Ola) 증언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 9월에 요르단-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외상 수술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많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2000여 회의 수술을 실시했고, 600명이 넘는 환자들의 목숨을 구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폴 포레만(Paul Foreman)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가장 심각한 환자 중 1명이 2013년 9월에 입원했어요. 시리아 남부 공습 때 피해를 입은 사람이었죠. 그는 우리 의료팀에게, ‘저를 고치지 못하실 테니 그냥 죽게 내버려 두세요!’라며 소리를 쳤었답니다.”라며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환자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고, 고정근 장치도 3개나 필요했다. 고정근은 뼈들이 다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형태를 잡아주는 장치다. 다행히 9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30여 차례의 수술 끝에 환자는 퇴원할 수 있었다.

환자는 포레만 현장 책임자에게, “목숨도 건진 데다가 여기서 걸어 나갈 수도 있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시리아 국경에서 5km 안에 위치한 알 람사 국립병원 내에 마련된 긴급 수술 프로그램은 국경없는의사회와 요르단 보건부가 긴밀히 협력하여 운영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술실 2곳, 입원환자실 2곳, 회복실 2곳, 병동 2곳을 운영하며, 총 33개의 병상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국제 활동가 및 현지인 직원 총 140여 명이 이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외과 수술 센터에서는 복부, 흉부, 정형외과 중상과 관련된 수술, 물리치료, 심리치료, 일반 입원환자 치료 등을 실시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심리치료 상담은1100건에 이른다.

실제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환자들의 부상을 보며 시리아 전쟁의 무시무시한 여파를 목격하고 있다. 물론 팀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부상이 너무 심하거나 사고 후에 병원까지 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 목숨을 구할 수 없는 환자도 발생한다.

포레만 현장 책임자는, “환자가 사망할 때마다 우리 팀원들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숙련된 기술을 동원하면서 헌신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구해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포레만은, “작년 한 해, 환자 1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률이 3% 이하라는 의미입니다. 심한 부상으로 합병증이 생겨 목숨을 잃는 경우가 가장 많고, 시리아에서 넘어오는 환자들은 응급실에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때도 많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가 점점 커지면서 2014년 3월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자타리 난민캠프에 수술 후 치료 시설도 열었다. 병상 40개를 갖춘 이 시설에서는 요르단 내 알 람사 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 이송된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한다. 지금까지 이 곳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는 179명이며, 수술 추 치료의 일환으로 물리치료와 함께 진행되는 심리치료 상담도 지금까지 190회 넘게 진행되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외상 환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회복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리차드 화이트헤드(Richard Whitehead) 선수를 초대해, 환자들에게 그의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리차드는 의족을 착용하고 마라톤을 하는 선수로서 두 차례나 절단 수술을 해야 했다. 그는 신체적 장애와 사회적 장벽을 극복하고 전문 운동선수가 될 수 있었던 자신만의 경험을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리차드 화이트헤드는, “분쟁을 겪는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사람들이 다시금 자기 발로 일어나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저와 비슷한 처지를 겪는 분들께서 저의 장애에 공감하고 제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을 통해 위로도 얻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리차드 화이트헤드의 이 모습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M0bO6mTYZw)

“저는 양떼를 치다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2주 지나 제 형제도 같은 사고로 부상을 입었죠. 4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이틀 전에 보철을 해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것이 정말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빨리 시리아로 돌아가 식구들에게 제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환자 나와프(Nawaf, 45세) 증언

알 람사 국립병원에 입원한 전쟁 부상자들은 요르단에 난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퇴원 후에는 추가로 후속 처치가 필요하지 않으면 시리아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요르단 내 여러 난민캠프 중 한 곳인 자타리 캠프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곳은 요르단 마프라크에 자리해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가 수술 후 치료 센터를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요르단 국적을 가진 가족의 후원을 받으면 마을에 거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요르단 활동

시리아 분쟁 시작 이후로 3백만 명이 넘는 시리아인들이 요르단을 비롯한 주변국에 피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6년 8월부터 요르단에서 활동해 왔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재건 수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3년부터는 알 람사 긴급 외상 수술 프로그램을 통해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했다. 또한 시리아 난민들과 취약한 요르단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르비드(Irbid)에서 모자 병원을 운영하고, 비감염성 만성질환 프로젝트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