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인도적 지대(humanitarian zone)” 지정 지역 내 대피 중이던 사람들이 머물던 텐트 캠프를 공격한 사태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가 뉴욕 현지시각 5월 28일 소집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에 라파(Rafah) 공격과 가자지구 전역에서 진행중인 파괴가 즉각 중단될 것을 촉구한다. 인구 밀집 지역에 반복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이스라엘 군의 전략은 대규모 민간인 사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24년 5월 가자지구 라파 내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에 서 있는 주민들 ©MSF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안전할 거라는 지역으로 밀어넣고서는 끊임없는 공습과 격한 전투를 감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수십 명에 이르는 가족들 전체를 텐트 안에 밀어넣고 극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게 만듭니다. 5월 초 이스라엘군이 라파 공격을 강화함에 따라 900,000명 이상이 강제로 실향했습니다.”_크리스 록이어(Chris Lockyear),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2024년 3월 라파를 방문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크리스 록이어 사무총장 ©Mariam Abu Dagga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지시각 5월 28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라파 서부 소재 알 마와시(Al-Mawasi) 내 실향민 텐트 캠프에도 폭격을 가해 팔레스타인 주민 21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당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고 있는 라파 소재 탈 알 술탄(Tal Al-Sultan)의 외상 안정화 시설에 머물던 의료진과 환자들도 현지시각 5월 27일 밤을 기해 피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인근 지역 전투가 격화해 시설 내 모든 의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시설 인구의 강제 피란은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했던 시설에 공습을 가한 지 24시간 후 이뤄졌다. 안정화 시설의 직원들은 180명 부상자와 31명 사망자 유입을 보고한 바 있으며, 환자들은 심한 화상, 파편상, 골절상, 기타 외상적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환자들은 안정화 이후 보다 서쪽인 알 마와시 방향 야전 병원들로 이송됐다. 이러한 대량 사상자 발생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외상 병원들은 더는 기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밤 내내 충돌과 폭격, 미사일 발사 소음이 들렸습니다. 아무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 때문에 두렵고, 우리 자신 때문에도 두렵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치 못했어요.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인간이라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렵습니다.”_닥터 사파 자베르(Dr. Safa Jaber), 탈 알 술탄 텐트 캠프에 가족과 머무는 국경없는의사회 부인과의
지난 주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가 이스라엘에 “즉시” 라파 내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고 시급한 인도적 지원 반입을 허용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게 보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가자지구 남부 이스라엘 공세는 이후에 보다 강화되어 5월 6일 이후로 해당 지구에 의미있는 정도 규모의 구호가 도달한 적은 없다. 의료보건시설 대상 체계적 공격 패턴 역시 계속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지원하는 모든 국가들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공모자나 마찬가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특히 미국, 영국, 유럽연합 내 연대한 회원국들을 포함한 국가들이 가능한 모든 힘을 동원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속중인 민간인 및 민간 시설 공격을 중단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 전쟁이 8개월 가량 지속되면서 이제 가자지구 내에 5월 27일 규모의 대량 사상자 발생에 대응할 만한 역량이 있는 의료보건시설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탈 알 술탄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외상 안정화 시설의 폐쇄는 같은 날 라파 내 쿠웨이트 병원(Kuwaiti hospital)에 가해진 공습으로 직원 2명이 사망하고 병원 기능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라파 내 거의 모든 병원은 강제적으로 대피가 이뤄져 아예 혹은 거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의료 지원이나 접근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수만 명의 민간인들이 이 잔인하고 멈추지 않는 집단적 형벌에 종속돼 있습니다. 폭격뿐 아니라 구호 경로 차단도 우리가 의미있는 정도의 지원을 제공하기가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인도주의 기반 구호 활동가들이 일을 못하게 되는 환경도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_카린 후스터(Karin Huster),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프로젝트 의료 책임자
이스라엘은 폭격과 전투로 인도주의 기반 구호 활동가들이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도 계속해서 파괴하고 있다. 알 아우다(Al-Awda)와 카말 아드완(Kamal Adwan) 병원 포함 북부 지역 병원들은 폭격으로 대규모 파괴된 상태이며, 후자의 경우 폭격은 현지시각 5월 28일 발생했다.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의 알 아크사(Al-Aqsa) 병원과 칸 유니스(Khan Younis)의 나세르(Nasser) 병원 역시 연료 부족을 보고했으며 곧 더는 기능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