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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이스라엘군 대피령으로 악화하는 인도적 위기

2024.10.10

현지시각 2024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일부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면서 수만 명이 공습과 지상 공격의 표적이 된 지역을 벗어나 남부로 즉시 피난을 떠나고 있다. 이번 강제 대규모 이주는 베이트 하눈(Beit Hanoun), 자발리아(Jabalia), 베이트 라히아(Beit Lahia) 주민들이 이미 100만 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 생활하고 있는 알 마와시(Al-Mawasi)와 데이르 알 발라(Deir Al-Balah) 사이의 과밀화된 ‘인도적 지대(humanitarian zone)’로 이동하라는 권고를 받은 가운데 이루어졌다. 그러나 해당 구역 역시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과 구호활동가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의 강제 대규모 자택 대피와 주거 지역 폭격으로 가자지구 북부는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북부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이 사라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10월 1일 이후 해당 지역으로 어떠한 인도적 물자도 반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군이 강제 실향을 초래하는 대피령을 중단하고 민간인 보호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물자가 시급히 가자지구 북부에 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갑자기 북부에서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폭탄과 미사일,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절망 속에서 집을 떠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남부로 쫓겨나는 건 원치 않습니다. 제 집은 여기 있고,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_마흐무드(Mahmoud) / 자발리아를 떠나 가자시(Gaza City)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숙소로 피신한 국경없는의사회 경비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주요 병원 세 곳인 인도네시아(Indonesian) 병원, 카말 아드완(Kamal Adwan) 병원, 알 아우다(Al-Awda) 병원에도 대피령을 내렸다. 해당 병원들은 최소한의 역량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총 317명의 입원 환자가 남아 있고 그중 약 80명은 집중 치료실에 있어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이 세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내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운영되고 있는 모든 의료시설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가자시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는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 동안에만 255명의 환자를 받았다. 주민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얼마 남지 않은 소수의 의료시설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치료를 받지 못해 부상자들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

대피령에 직면한 북부 주민들 중에는 가자시에서 가까스로 피난처를 찾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7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 공격을 단행하고 있는 자발리아에선 다른 5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여전히 고립된 상태로 남아 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을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강제 이동시키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북부를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좁은 가자지구 남부에 몰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물, 의료, 안전에 대한 접근성은 이미 거의 부재한 상태이며, 이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끝없는 실향과 끊임없는 폭격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제 더는 안 됩니다. 이 상황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_사라 부일스테케(Sarah Vuylsteke)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스라엘 당국이 최근 인도적 지대를 최소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구역은 여전히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이며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폭격으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피부 질환과 호흡기 감염을 앓고 있다. 특히 겨울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이 추위에 노출될 예정이기에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대피령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가자지구에서의 끊임없는 민간인 살해는 이제 멈춰야 하며,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시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