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마커스 베르그만(Marcus Bergman)박사가 콩고민주공화국 핑가(Pinga) 지역의 병원에서 활동하며 겪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정오 무렵, 근처에서 한 발의 총성이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아마도 술에 취한 소년병이 실수로 총을 쏘았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장 반군은 대개 동이 트기 직전이나 막 해가 진 어스름한 저녁에 어둠을 틈타 공격하지 한낮에 공격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총성이 다시 울렸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총성에 그제서야 우리는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저는 본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병원에서 직원회의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본부로 달려가 몸을 숨길까 생각했지만 곧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환자들, 병원 직원들과 함께 병원 내 숨을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회의실로 뛰어왔지만 우리는 생각을 바꿔 회의실 뒤편 방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우리는 벽에 딱 붙어 움직였습니다.

막 수술을 마친 환자들을 포함해 병약한 환자들, 노인, 어린아이, 병원 직원까지 우리는 모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좁은 방에 모여 앉았습니다. 저는 어린 소년을 품에 안은 채 밀가루 포대 뒤 바닥에 앉아있었습니다. 유탄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최대한 납작하게 몸을 밀착시키려 애썼습니다. 제가 필사적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천진하게 제 손가락을 가지며 놀고 있었습니다.

총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무장단원들이 병원 바로 앞까지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떨며 울고 있었지만 모두 완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끌어안고 있는 소년의 등에 닿은 제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방 안은 어두웠고 문은 잠겨 있었으며 창문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공기는 끈적했습니다. 무전기의 볼륨을 최대한 낮춘 채 저는 본부에 연락해 병원에 무장한 사람들이 침입했다고 미친 듯이 속삭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바로 옆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벽 건너편에서 사람들이 여기는 다 민간인들이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서 옆방 사람들이 총살되지는 않을까 숨을 멈췄습니다. 우리가 숨어있던 방 창문 너머로 실루엣이 비치더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아기가 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총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졌습니다. 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자 방 안의 다른 아이들도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가 숨어있는 방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40여분쯤 지났을까, 현지인 의사가 들어와 병원을 공격했던 무장단원들이 철수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우리 옆 방 사람들도 모두 무사하다고 했습니다. 마체테 칼을 든 남자가 뛰어들었지만 민간인만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물러갔다고 했습니다.

총소리가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우리는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모두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등에 업고 있던 아이가 유탄에 맞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던 것입니다. 총알은 아이의 코부터 머리 뒤편을 관통했습니다. 이 어린 여자아이는 즉사했던 것입니다.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지만 아이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