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의 싸움 : 또 다른 사망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2013.09.12

알약 여러 개가 작은 접시에 놓여있다. 연한 노란색 캡슐 다섯 정, 커다란 하얀 알약 한 정, 갈색 캡슐 한 정. 푸메자 티실리(Phumeza Tisile, 23세)는 용감하게 마지막 한 움큼의 약을 삼켰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매일같이 해왔던 일상에 종결을 고하게 되었다. 오늘 푸메자가 삼킨 건 가장 심각한 결핵의 한 종류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해 복용해야 하는 알약 2만 정 중 마지막 알약이었다. 약을 삼키고 푸메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푸메자의 마지막 결핵 치료제 ©Sydelle WIllow Smith/ MSF

나는 더 이상 결핵 환자가 아니예요.

기쁨에 넘친 얼굴로 푸메자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 싸워 이기다니요! 마침내 완치되고 나니 정말 기쁩니다. 처음에는 겁도 났지만 언젠가 완치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왔습니다. 저는 결핵 사망자 중 또 다른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끝까지 버티게 해준 거예요”라고 말했다.

푸메자는 2년간의 고통스러운 치료와 온갖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마침내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에서 완치되었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은 완치율이 20%도 되지 않는 데다가 푸메자의 경우 제대로 된 진단을 받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치료 성공률이 더욱 낮았다.

진단 지연으로 인한 위험
푸메자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치료받기 전,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중보건소에 구비되어 있는 진단 테스트를 사용하여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을 확진 하기까지 지난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푸메자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무의미하게도 공영 의료체계를 통해 약제감수성 결핵 치료를 받았으며, 영구 청력 상실 등 약제내성 결핵 치료 환자 다수가 겪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해야 했다. 

두 가지 장애물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리쳐(Khayelitsha)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결핵 담당 의사인 제니퍼 휴즈(Jennifer Hughes) 박사가 2011년 5월 푸메자의 치료에 착수했을 무렵, 푸메자는 이미 9개월째 공중보건소에서 약제감수성 결핵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휴즈 박사는 푸메자의 사례가 약제내성 결핵 치료의 가장 큰 장애물 두 가지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조기 진단 도구 부족, 그리고 치료 약제 제한의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휴즈 박사는 “푸메자의 치료가 늦어지게 된 것은 현실적으로 현재 의료체계에서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진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푸메자와 같은 환자들에게는 큰 피해이지요. 생명을 구하고 약제내성 결핵을 퇴치하고자 한다면 먼저 더 나은 진단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의 의약품 수준에서 성공률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나은 약품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 역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라고 전했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은 치료가 가능하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풍선들 ©MSF
너무나 고통스러운 치료

약제내성 결핵 치료는 환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다. 푸메자는 “매일 20정 이상의 알약에 보충제, 주사제 등 최소한 세 가지 종류의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 심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크나큰 희생 끝에 찾은 새로운 희망

휴즈 박사는 리네졸리드(linezolid)라는 고강도 항생제 덕분에 푸메자가 완치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푸메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칼리쳐에서 운용하고 있는 ‘고강도 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고강도 치료 프로그램에서는 현행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개선을 위해 효과적인 신약을 각각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조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연구에 따르면,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의 일환으로 리네졸리드를 활용할 경우 뛰어난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리네졸리드를 결핵 치료에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특허 문제로 약값이 매우 비싸고, 구매할 여력이 된다 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공공 결핵치료 보건시설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리네졸리드에 대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 화이자(Pfizer)가 유일한 생산자이다. 화이자가 책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해볼 경우, 푸메자와 같은 약제내성 결핵 환자가 민간 차원에서 약품을 구입하면 환자 1인당 35,862유로, 한화로는 51,653,473원 정도가 소요된다.
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보증된 리네졸리드의 제네릭 약품을 구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대응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는 국제 무역 협약에 보장된 법적 융통성을 발휘해 특허 장벽을 극복하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되찾은 미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에서 완치되고, 푸메자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꿈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녀의 목표는 달라졌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 싸우면서 제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예전의 푸메자가 아니예요. 대학에 다시 등록하고 싶어요. 청각장애 때문에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도 어렵겠죠. 하지만 보건 쪽에서 일할 수는 있을 거예요."

 

또 다른 약제내성 결핵 치료 완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스와질란드: 다제내성 결핵 치료 초기 등록 환자 그룹 치료를 마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