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산모 사망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소외 지역 주민들이 쉽게 의료시설을 찾기도 어렵고, 도로 및 교통시설 등의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산모 및 아동의 건강 보호를 위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카탕가 주 샴와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잔느 모르타자비 의사는 아래 이야기를 통해 현지에서 긴급 의료 지원을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 줍니다.
오전 6:30. 갑자기 눈을 떴어요. 경비원이 숙소 문을 두드렸죠.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즉시 병원으로 갔어요. 택시 운전사가 오토바이 뒤에 갓난 아기를 태우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기는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어요.
응급 처치로 아기의 심한 저혈당 상태를 치료하고 운전기사 말을 들어보니, 아기 부모와 함께 제때 병원에 도착하려고 어둔 밤을 헤치고 왔다고 했어요. 아기 엄마는 전날 출산을 한 이후로 계속 심한 하혈을 했죠. 하지만 병원으로 가는 길에 상태가 너무 나빠져서 오토바이를 계속 타고 갈 수가 없었죠, 결국 두 마을 사잇길에 산모와 남편을 남겨둘 수밖에 없었어요. 아기 아빠는 샴와나 병원으로 아기를 데리고 가서 국경없는의사회에 도움을 구해 달라고 운전기사에게 부탁했어요. 엄마, 아빠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출산 후에 산모가 심하게 하혈을 해서 태반이 나오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산모를 살리려면 응급 치료가 필요하죠. 카탕가에서는 교통 시설이 부족해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들것으로 산모를 옮길 수 있도록 산모 남편이 사람들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샴와나까지 오려면 족히 몇 시간을 들여야 했죠.
15분 안에 지프 차 2대를 마련했어요. (차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차량 두 대가 함께 다닙니다.) 조산사, 간호사, 의사 1명 함께 운전기사가 말해준 방향으로 향했어요. 운전기사가 말해준 대로 샴와나에서 50km 정도 떨어진 두 마을 사잇길에 아직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앞좌석에 앉아 있던 저는 부디 산모가 근처 마을에 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두 마을 사이는 35km밖에 되지 않았지만, 길이 나쁘면 먼 마을까지 들어가는데 1시간은 걸리거든요. 당시 산모에게는 1분 1초가 중요했으니까요.
첫 번째 마을을 지나가면서 눈앞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어요. 흙길을 따라 나무와 덤불들이 양쪽으로 높이 자라 있어서 제대로 앞을 보기가 어려웠어요. 자전거를 타거나 머리에 짐을 이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좀 보긴 했지만 여성을 찾아볼 수는 없었고,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남자도 없었어요.
한 시간쯤 지나서 가장 먼 마을까지 진입했어요. 오른쪽을 보니 큰 망고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있더라고요. 땅에 누워 있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죠. 그때 옷에 피가 묻은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나왔어요. 그는 서럽게 울면서 우리 쪽으로 달려왔어요. ‘너무 늦었구나……’ 싶었죠.
저는 지프에서 내려 망고나무 그늘에 누인 젊은 여성의 시체를 봤어요. 콩고 여성들이 정성스럽게 짠 아름다운 천으로 덮여 있었어요. 절망한 남편은 아내 옆에 누워 아내를 감싸고 울고 또 울었어요. 두 사람 모두 스무 살이 채 안 된 나이로 보였어요.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 상황을 파악했어요. 그 여성은 당국에서 운영하는 보건소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출산 후에 태반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그렇게 하혈을 했던 거였어요. 빨리 샴와나에 있는 병원에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식구들이 오토바이 택시를 부른 거죠. 택시는 밤이 되어서야 그 마을까지 겨우겨우 왔고요. 그런데 거기서 오토바이에 고장이 났어요. 운전기사가 오토바이를 고치는 동안 산모 상태는 계속 나빠졌죠. 그러고 나서 다시 어둠을 헤치고 한 시간을 달렸는데, 덤불 속에서 산모가 의식을 잃었어요. 새벽 2시경, 오토바이 택시는 갓난 아기를 태우고 먼지투성이 비포장 도로를 따라 샴와나로 향했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왔어요.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모는 오전 6시쯤 숨을 거뒀다고 했어요. 바로 그 시간은 아기를 태운 오토바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즈음이었죠.
가족을 잃은 사람을 옆에서 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번 일에서 남편은 아내를 잃었고, 그 작은 아기는 엄마를 잃었어요. 이러한 불필요한 사망 사고를 막는 것은,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곳에서 일하는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전통 방식의 출산을 돕는 사람들에게 경고 증상 및 감염 예방에 관해 훈련하는 데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카탕가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문제랍니다. 길도 나쁘고, 교통 수단도 부족해서 사람들이 제때 의료 시설까지 갈 수가 없거든요.
어디에 살고 있든 여성들이 출산 중에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임신과 출산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때로는 이 자연스러운 과정에 조산사의 따뜻한 손길, 부드러운 목소리 같은 도움이 필요하죠. 때로 복잡한 상황에서는 외과의사의 경험과 지식도 필요하고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샴와나로 돌아와서 아기 상태를 살펴봤어요. 다행히 아기는 잘 있었습니다. 영아들을 위해 제작된 특수 영양 우유를 먹였어요. 며칠 후에, 아기 아빠는 장례식을 잘 치르고 나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다행히 아기 아빠에게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유모 역할을 해줄 누이가 있었어요. 아기 엄마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지만, 아기는 살릴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