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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이즈의 날] 분쟁 상황 속의 HIV - 중앙아프리카, 남수단, 예멘

2014.12.01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일반적으로 HIV 환자들은 여러 위험에 직면하는데, 특히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는 HIV 환자들은 ‘이중 피해자’가 되어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런어웨이 팩’,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전화번호 카드 등을 배급하는 획기적인 전략을 동원하여 이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남수단 나시르 주에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서 HIV/AIDS 치료를 받는 누에르족 여성 ⓒFinbarr O'Reilly

지난 10년 동안, 생명을 살리는 HIV 치료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예멘 일부 지역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HIV 치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분쟁 지역의 HIV/AIDS 환자들은 두 배로 고통을 받는다. 바이러스 자체가 주는 고통과 함께, 의료 서비스 붕괴로 거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개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HIV 유병률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HIV 유병률이 10%에 달하는 곳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를 받는 사람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치료제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분쟁 지역이나 교전 지대에서는 환자들과 의료진이 분쟁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야만 할 때도 있다. 교전 중에 수시로 전선이 바뀌면서 약품 공급이 끊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의료적으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HIV 감염 치료는 꾸준한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식량안보 부족, 식수 오염, 질병,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 등 분쟁의 모든 부작용들은 HIV/AIDS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크리스틴 야툰구(46세)는 자녀 5명 중 1명을 잃었다. 남편도 몇 년 전에 목숨을 잃었다. 작은 농지에서 곡식을 일구며 살아가는 크리스틴은 2006년에 HIV/AIDS에 감염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2달간 치료를 받지 못했다. 현재 크리스틴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실시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기 위해 걸어서 1시간 거리인 보상고아 병원에 다니고 있다. ⓒTon Koene

치료를 받던 사람들이 피난 중에 국경을 넘어가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분쟁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차드, 카메룬,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으로 피난해 임시 난민캠프에 머물렀다. 그런데 HIV에 우선하는 다른 건강 문제들도 많기 때문에 난민캠프 안에서 HIV 치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임시로 머무는 국가에서 난민들이 직접 HIV치료를 찾아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분쟁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전혀 치료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분쟁 지역에 발이 묶인 HIV 환자들을 찾아가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활동의 요점은 의료 지원 활동을 환자들의 삶에 맞추는 것이었다. 될수록 간단한 치료 패키지를 활용하고, 모니터링 도구 또한 사용하기 편리한 것을 썼다. 환자 집 근처에서 투약을 진행하고 한 번에 3개월~6개월 분량의 약을 한 번에 처방하는 등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접근법을 적용했다. 환자와 상담도 진행하고 환자에게 권한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편, 여러 가지 획기적인 전략도 개발했다. 예를 들면,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피난을 떠날 때 챙겨갈 수 있는 약품인 ‘런어웨이 팩’을 배급하기도 하고, 환자들을 더 안전한 지역의 진료소로 이송해 주기도 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길라에서 HIV 양성 감염자 약 500명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제공했었는데, 최근 분쟁으로 200여 명의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 되었다.2007년 12월. 남수단 어퍼나일 주 나시르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여성들. 국경없는의사회는 군사 주둔지였던 나시르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출장 진료도 실시해 현지 주민, 수단 및 에티오피아에서 온 난민들에게 결핵, 흑열병, HIV/AIDS 진단 및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Sven Torfinn

1년 전 남수단 분쟁이 시작되기 전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랑키엔, 벤티우, 나시르, 리어 등지에서 HIV 치료 활동을 하면서 총 293명의 환자들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실시했었다.

분쟁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던 환자들은 새로 도착한 곳에서 대체 의료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치료에 상당한 장애를 받았다. 다행히 런어웨이 팩이 있어서 환자들은 덤불에 숨어 지내는 동안에도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다.

사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는 HIV 환자들이 사회의 낙인을 받지 않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Anna Surinyach/MSF

2011년 이래로 분쟁이 더욱 격렬해진 예멘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350명의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공급해 왔다. 불안한 치안 속에서 의료팀은 환자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이로써 환자들은 숨어 지내는 동안에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연락을 취해 약을 배급 받을 수 있었다.

이 경험들은, 어려운 상황을 핑계로 전혀 활동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분쟁 지역에서도 HIV 치료는 가능했다. 이제 각국 정부, 후원자, 의료 계통의 비정부 기구들은 이 난제를 받아들여 HIV/AIDS 환자들의 의료적, 인도주의적 필요 충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치료제를 얻는 데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그들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성과들을 얻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분쟁 때문에 두 배로 취약해진 HIV/AIDS 환자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의료 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

* 위 글은 국경없는의사회 HIV/TB 자문위원 세실리아 페레이라(Cecilia Ferreyra)가 작성하였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란 HIV 약물 치료를 말한다. 이 약들이 바이러스 자체를 죽일 수는 없지만, 약들을 혼합해서 복용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줄어들면, HIV 질환도 커지지 않는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들을 일컬어 ARV라고도 하며, ARV를 혼합하여 치료하는 것을 가리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