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연락 담당자 사라 엘레이티(Sarah Ellaithy)는 요르단 이르비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비감염성 질환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라 엘레이티가 자신의 업무와 현지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갖가지 위기 속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그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이르비드에 있는 비감염성 질환 프로젝트에서 의사, 간호사, 물류 담당자들이 팀을 이루어 환자들을 돕고자 각자의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연락 담당’이라는 직책을 맡은 저는 일반적으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제공하는 의료적 처지 외에 다른 측면에서 환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겹겹이 놓인 장애물
우리가 만나는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갖가지 장애물에 부딪힙니다. 임시 거처, 금전 지원, 보호 등등 필요한 것들도 많고, 여러 문제 때문에 온 가족이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 처한 환자 분들을 다른 비정부기구와 연결해, 그분들이 필요한 것을 지원받으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3000명이 넘는 우리 환자들 중에서 특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냅니다. 그러고 나서 진료소에서 면담을 하거나 그분들의 댁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그에 맞는 기관을 연결시켜 드립니다.
제가 평생 잊지 못할 환자 분이 계신데요. 이르비드에서 홀로 작은 방에서 지내시던 60세 할아버지입니다. 이웃들을 비롯해 주변 분들의 도움에 기대어 사시는 분이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더 이상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신 거예요. 집주인이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할 때까지 계속 이곳저곳을 전전하실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슬프게 지내시면서도 댁을 방문할 때면 우리를 무척 환대해 주셨습니다. 살아오신 얘기도 들려주시고 필요한 것도 부탁하시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월세 비용을 지원해 줄 국제 비정부기구를 찾아 그분과 연결시켜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단체에서는 그분께 금전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분 삶에 뭔가 변화를 선사해 드릴 수 있어서, 그분의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 후에 환자 분들을 뵈러 가면, 함박웃음을 지으시면서 저를 반겨 주시고 그렇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게는 그보다 더 큰 상이 없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다만 우리에게서 받으시는
의료적 지원 때문에 고마워하시는 것 같지 않고요. 누군가 시간을 들여 얘기도 들어주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 주고, 인간으로서 자신을 인정해 주고, 전에 시리아에 살 때 얘기도 다 들어주는 것을 고마워하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누군가 시간을 들여 자신을 걱정하고, 더 수월하고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도움이 어떤 것인가 고민해 준다는 것을 제일 고마워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일하기
우리는 환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어 하는 삶을 함께 그려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얘기를 들어 보면,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소규모 창업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단체들과 연결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여성 환자들은 직접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하는 것처럼, 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어 나가면서 자기 삶을 자신이 주도한다는 느낌도 받고 의욕도 높아지더라고요. 단지 의료적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금전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국경없는의사회 이르비드 프로젝트와 요르단 북부에 있는 다른 인도주의 단체들 사이에 더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입니다.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각 단체들이 제공하는 프로젝트와 서비스의 최근 현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제 업무의 일부입니다.
우리의 지원을 받는 그 많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때로 필요한 사항은 알아냈는데, 이를 지원해 줄 단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말 슬퍼요. 하지만 인도주의 연락 담당원은 다양한 지원 단체들에게 환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 일도 국경없는의사회의 정신과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환자들의 삶에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