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부터 곰인형까지…퇴각하는 전투원들이 설치하는 각종 위장 폭탄
2017년 1월 23일, 코바니에 위치한 코바니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지뢰 부상을 입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Jamal Bali / MSF
2017년 4월 3일, 시리아 북부/암스테르담
오늘 새 보고서를 발표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부 전역에서 교전이 격화되면서 폭발 장치와 지뢰로 민간인들이 참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뢰 제거 활동을 시급히 확대해 피난을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들 앞에 놓인 위험을 줄여 줄 것을 요청한다.
시리아 북부의 교전선이 바뀌면서 집에서 탈출하거나 혹은 IS가 퇴각한 마을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상황에 부딪힌다. 지뢰, 각종 위장 폭탄, 불발탄이 여기저기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도로, 벌판, 가옥에 설치된 이런 장치들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었다. 이 내용은 시리아 북부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 환자와 가족들이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새롭게 펴낸 보고서 <폭발 직전(Set to Explode)>에 담겨 있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매니저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장치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극도로 위험합니다. 카펫 아래나 냉장고, 심지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곰인형까지, 사방에 위장 폭탄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2016년 여름 단 4주 동안 만비지(Manbij) 지역의 병원 직원들은 폭발 장치 폭발로 부상을 입은 지역민 190여 명을 받았다. 아린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는 이렇게 전했다.
“부상자들이 트럭에 가득 타고 병원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무력 분쟁을 피하려던 민간인들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도로를 택해 방향을 정했던 것인데, 바로 그곳이 지뢰밭이었던 겁니다.”
2017년 1월 23일, 코바니에 위치한 코바니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지뢰 부상을 입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Jamal Bali / MSF
탈 아비아드(Tal Abyad) 인근에 위치한 짐(Jim) 마을에 살던 자셈(Jasem)의 경우, 집에서 문밖으로 몇 미터만 가면 지뢰가 2개가 매설돼 있다. 자셈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밤에 잠을 못 잡니다. 우리 아이들 넷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또 지금 기르는 개와 양이 집 주변에 매설된 지뢰를 밟지나 않을까 너무나도 걱정됩니다. 야생동물이 집 근처로 다가올 때면 행여 지뢰가 터질까 무서워 우리 모두 도망칩니다.”
현재 지뢰 제거 활동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도주의 단체든 군사 단체든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이 일을 지역민들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때도 있다. 클레이어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안전하게 만들려고 목숨의 위협까지 감수합니다. 아인 알 아랍/코바니 지역 남성 5명이 돈을 벌려고 지뢰 제거 일을 자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지역들에 지뢰와 불발탄이 널려 있는 한, 전쟁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망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전에 탈출했던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지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이러한 폭발 장치들과 위장 폭탄들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이로써 지역민들의 안전과 생계는 앞으로도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아가 구호 단체들도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지역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현재 이 지역의 보건 체계는 수년간 이어진 전쟁 속에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부의 민간인 보호를 약속하고 인도적 지뢰 제거 활동을 실시할 것을 모든 전쟁 당사자들과 그 동맹들에 요청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 지뢰 제거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 그들이 시리아 북부 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한다. 그래야만 민간인의 안전을 보호하고 인도적 지원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