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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중미의 폭력을 피해 탈출한 수천 명의 난민에게 위험한 나라

2018.06.22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민 쉼터 La 72에서 의료 • 심리 지원 및 정보 공유 활동을 실시한다. ⓒJuan Carlos Tomasi

중앙아메리카의 위험을 피해 도망친 이주민 • 난민은 멕시코에서 더 심한 폭력에 노출된다. 나날이 미국의 국경 통제 정책이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망명 신청을 억제하는 잔인한 정책을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 • 과테말라 • 엘살바도르의 폭력을 피해 지금도 수천 명이 피난처를 찾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주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가정폭력 • 조직폭력 등을 이유로 한 망명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수많은 중미 사람들이 들어올 길을 사실상 막아 버렸다. 최근 몇 주간 미 당국은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 이주민 가정의 부모와 자녀를 강제로 격리시키겠다고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태도를 바꾸어, 밀입국 이민 가족 격리 조치를 종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멕시코는 수천 명의 취약한 난민 • 이주민의 마지막 목적지가 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멕시코에서 범죄 조직이 저지르는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고 만다.

중앙아메리카의 많은 가정들이 고국의 폭력을 피해 자녀를 데리고 떠나고 있다. ⓒJuan Carlos Tomasi

 

“멕시코에서 이주민과 난민들이 들려주는 폭력의 경험담을 듣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멕시코에서 이주민 • 난민 지원 활동을 실시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지난 9개월간 현장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마들렌 왈더(Madeleine Walder)가 현지 상황을 들려주었다.

Q. 그토록 많은 중미 사람들이 고국을 도망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범죄 조직의 강제 동원(주로 10대 소년),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가족들이 당하는 살해 • 고문 • 공격, 범죄 조직의 강탈, 살해 위협, 젊은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위협(‘여자친구’로 삼을 젊은 여성들을 선택해 조직원들의 성노예로 삼음), 가정 폭력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더 이상 고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타국에서 경제적 활동 기회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뺏기는 것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번 수익에 기대어 살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그 외에도 먼저 북쪽으로 떠났던 가족들을 찾아 가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Q. 멕시코를 거쳐 가는 사람들은 어떤 일들을 겪습니까?

대개 사람들은 범죄 조직 • 좀도둑 • 당국이 저지르는 물리적 폭력에 매우 취약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성폭력 사건도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남성 • 여성 모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하며, 집단 강간에 대한 보고도 있습니다.

납치 당했던 일을 이야기한 이주민도 있었는데요. 납치당한 이주민들은 대개 고문, 구타, 성폭력, 강간, 강제 노동을 당하고, 납치범들은 그 가족들에게 잡혀 있는 이들의 몸값을 요구합니다. 범죄 조직 • 좀도둑 • 당국의 강탈도 흔히 벌어집니다. 기차를 타고 내릴 때 혹은 비공식 검문소를 지날 때 이주민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의료 지원을 받으러 우릴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허기, 탈수, 피부 감염, 피로, 급성 스트레스, 불안, 우울 증상을 보입니다. 고된 여건 속에 이동하다가 생긴 증상들이죠. 우리는 또한 열차 꼭대기에 올라탄 채 이동하다가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치료했습니다. 타고 내리다가 신체 일부를 다치기도 하고, 열차에서 떨어져 팔다리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 밖에 폭력을 당해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치료합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가 이주민 • 난민에게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은 어떤 것들입니까?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남부의 쉼터 2곳(테노시케, 코아트사코알코스)에서 심리학자 • 의사 • 사회복지사를 동원해 포괄적인 1차 의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 (1차) 의료 서비스, 사회적 지지를 지원하죠. 이주 루트와 법적 권리에 관한 정보와 지침을 주고, 필요한 경우 2차 • 3차 의료 시설로 환자들을 이송합니다. 우리는 또한 이주민 • 난민, 그 밖에 최근 미국에서 추방된 사람들을 위해 멕시코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레이노사에서 의료와 심리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이주민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우리가 이주민 쉼터에서 만나는 대다수 이주민은 15세~40세 남성입니다. 대부분이 온두라스 출신이지만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아동, 미동반 미성년자, 가족 전체 등의 비율이 20% 가까이 대폭 늘었습니다.

Q.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프로젝트에 도착했을 때와 그곳을 떠날 때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제가 그곳에 처음 도착했던 지난 9월, 이주민 행렬은 꽤 적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말부터 그 수가 꾸준히 늘더니, 2018년 1월~3월에는 2017년 10월~12월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죠. 고국의 폭력 수준이 높아 도망칠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Q.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어떤 어려움에 부딪칩니까?

우선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주민 쉼터를 거쳐 가는 사람은 전체 이주민의 20%에 불과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도 국경없는의사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실제로 환자들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원팀은 이주민들이 과거에 겪은 폭력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하거든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있어 멕시코 상황은 매우 독특합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할 사람을 정하는 것도 까다롭고, 추후에 지원 효과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2년부터 멕시코에서 활동하면서 온두라스 • 과테말라 • 엘살바도르 출신 이주민들에게 의료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이들은 고국을 탈출해 멕시코를 거쳐 이주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위기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원 전략을 조정해 왔다. 처음에는 이주민 쉼터에서 활동을 실시했고, 이후 철도를 따라 이동 진료소를 운영했으며, 그 다음에는 테노시케 • 코아트사코알코스 • 레이노사 등 이주 루트 곳곳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멕시코시티에서는 극심한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이 센터는 이동 중인 사람들의 의료적 • 인도적 필요사항에 대응하려는 최근 전략의 일환으로 2016년에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