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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구금센터 내 학대 행위

2023.12.18

리비아 트리폴리(Tripoli) 구금센터에 억류된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민들은 폭행 및 성학대, 구타, 살해를 당하고, 음식 및 물, 위생, 의료서비스를 포함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을 체계적으로 박탈당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23년 8월 트리폴리에서 의료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의한 해 동안 여성과 아동을 포함한 수천 명이 계속해서 임의로 구금되고 있는 아부 살림(Abu Salim) 및 아인 자라(Ain Zara) 구금센터에서 목격한 생활 여건과 학대 행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내용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발간한 (영문) 보고서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You’re going to die here): 아부 살림 및 아인 자라 구금센터 내 학대행위”에 담겼다. 

우리가 아부 살림과 아인 자라 구금센터에서 목격한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인간성이 완전히 박탈되고, 매일 잔인하고 굴욕적인 환경과 대우에 매일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_페데리카 프랑코(Federica Franco) / 국경없는의사회 리비아 현장 책임자 

트리폴리 소재 아부 살림 구금센터에서 5세 여아와 이야기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2019년 자료사진 ©Sam Turner/MSF

두 센터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국경없는의사회 팀에 따르면, 구금센터 경비 요원들이 명령 불복종, 의료서비스 요청, 추가 식량 요청에 대한 벌 또는 항의나 탈출 시도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무차별 폭력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여성과 아동만 수용되어 있는 아부 살림 구금센터에서 여성들은 알몸 수색 및 은밀한 몸수색, 구타, 성폭행, 강간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학대는 경비요원뿐만 아니라 구금센터 밖에서 온 무장 남성들에 의해서도 자주 자행됐다.

그날 밤, 그녀(경비요원)가 우리를 교도소 내 다른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곳에는 제복을 입지 않은 남성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경비요원이거나 경찰요원이었을 거예요. 제 차례가 되자 그 여자는 제가 그 남자와 성관계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저를 끌어내서 파이프로 때렸고, 저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큰 방으로 다시 끌려갔어요. 거기서 그녀가 저한테 ‘당신은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_아부 살림 구금센터 여성 수용자

아인 자라 구금센터에 억류된 남성들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게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강제 노동과 갈취를 비롯한 인권 침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폭력 또는 생명을 구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부족으로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23년 1월부터 7월 사이에 발생한 71건의 폭력 사건을 기록했으며, 의료진은 골절 및 팔다리 상처, 눈 멍, 시력 손상 등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했다.

기니 코나크리에서 14세에 탈출해 2022년 20세가 됐던 아마두(*가명)는 2019년 리비아에 도착해 지중해를 건너려는 첫 시도를 감행했다. 2022년 9월 고무 보트로 마침내 리비아 탈출에 성공했다. 리비아에서 감금됐던 당시 금속 파이프로 어깨와 팔을 구타당한 상처가 몸에 남아있다. ©MSF/Candida Lobes

구금된 사람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더러운 물과 오물을 여성과 아동에게 뿌리고, 처벌의 일환으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며칠간 빛을 보지 못하도록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위협과 치욕적인 대우가 결합된 폭력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감방 안에 너무 밀집되어 있어서 앉은 채로 잠을 자야 하고, 정화조가 넘치고 변기가 막혀서 오물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지내야 합니다. 음식도 충분하지 않고 마시거나 씻을 수 있는 물이 너무 적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끔찍한 생활 환경과 겹쳐서 급성 설사, 옴, 수두와 같은 전염병 확산에 기여하고 있어요.” _페데리카 프랑코

옷, 매트리스, 위생용품, 담요, 기저귀, 분유 등 필수 구호물품은 비정기적으로만 배포되고 경비요원들에 의해 자주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 살림 구금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건과 비닐봉지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기저귀를 장기간 사용한 것이 아기들의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했다. 여성들은 담요 조각이나 찢어진 티셔츠로 임시 탐폰과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열악한 생활 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더해, 아부 살림과 아인 자라에 구금된 사람들은 구명 의료서비스 및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을 자주 거부당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두 구금센터와 센터 내 개별 감방에 대한 접근을 수십 차례 거부당했다. 아부 살림 활동 기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개인정보 침해 및 필수 구호물품 압수를 포함한 62건 이상의 의료지원 방해 사례를 기록했다.

7월 초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인 자라 구금센터에 대한 접근성을 완전히 잃었고, 아부 살림 구금센터는 8월에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이러한 접근성 상실과 원칙에 입각한 인도적 지원 제공에 대한 잦은 방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트리폴리 내 활동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트리폴리에서 7년간 의료 및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구금센터에서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들이 리비아를 떠나는 것을 막고 그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국가로 이들을 다시 송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유럽의 해로운 이주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_페데리카 프랑코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내 임의적 구금이 중단될 것을 촉구한다. 모든 난민 및 망명 신청자, 이주민들이 구금센터에서 석방되고, 제대로 된 보호와 안전한 피난처, 리비아를 떠나기 위한 안전하고 합법적인 피난 경로 역시 제공받게 되기를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트리폴리 소재 구금센터에 억류된 난민 및 망명 신청자, 이주민들과 트리폴리 도심 내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반 의료서비스 및 정신건강 지원, 중증 환자 전문 의료시설 이송, 보호 서비스 접근성 촉진을 포함한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오늘날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내 미스라타(Misrata) 및 주라와(Zuwara), 데르나(Derna) 지역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목숨을 걸고 지중해 중부를 건너는 난민 및 망명 신청자, 이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수색구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