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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지금까지 다리 수술을 거의 15번 받았어요”

2018.07.13

MSF/Sacha Myers

이라크 모술 동부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수술 후 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자이납 (가명)

자이납(가명)은 이슬람국가(IS)-이라크군 전투를 피해 도망치던 중 모술 거리를 달려가다가 급조 폭발물을 밟고 말았다. 몇 시간 뒤 자이납은 모술 남부의 한 병원에서 깨어났다. 다리를 크게 다쳤고 심한 출혈이 있었다. 지난 1년간 자이납은 부러진 다리를 고치려고 모술에서 의료 시설을 찾아다니며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아직 분쟁에서 회복 중인 모술에서는 전쟁 부상 환자를 위한 의료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이납은 현재 모술 동부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술, 수술 후 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래는 자이납의 이야기다.

저는 모술 서부에 살고 있고 올해 45살입니다. 제게는 딸 5명과 아들 2명이 있어요. 첫째 딸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니고 있고,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고등학생입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요. IS가 오기 전에는 학교에 다녔는데 그 후로는 다시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IS가 오는 바람에 우리는 집에서 도망쳐야 했어요. 그래서 전부 아버지 집으로 피신했죠. 아버지 댁은 2층집이었거든요. 부모님께서 2층에 지내시고 우리는 1층에 있었어요. 9명이 한 방에서 같이 지냈습니다. 지금도 그 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벌써 4년 됐네요.

2017년 4월 11일에 집을 떠나면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는 급조 폭발물을 밟아 의식을 잃었습니다. 눈을 뜬 곳은 하만 알-알릴 병원((모술 남쪽 30km 지점)이었습니다. 수혈을 하느라 혈액백 19개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제 딸들도 유산탄 파편으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만 알-알릴에서 깨어난 저는 그제야 제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식구들을 생각하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너무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때 식구들은 다 괜찮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하만 알-알릴 병원에서 한 달하고도 4일을 머물렀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제 다리에 외부 고정물을 달아 주었습니다. 그 후 저는 (모술 동부의) 알 살람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병원에서는 치료를 해주기가 어렵다면서 저를 집(아버지 댁)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집에 왔는데 약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간호사 한 분이 집에 찾아와 상처를 닦아주고 붕대도 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했더니 부상 부위가 좀 나아졌습니다.

그때 다른 의사를 찾아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한쪽 다리에서 뼈 일부를 꺼내 다른 쪽 다리에 붙이는 수술이었습니다. 수술을 했는데 뼈들이 나빠지더니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아팠습니다. 아직 다리에 골절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한 개인 의사를 찾아가 8월~9월(2017년)에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 의사는 뼈가 아직 골절 상태인데다 계속 얇아지고 있어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의사가 몸 안에 부착했던 판을 제거하고 나니 좀 나아져서 저는 목발을 집고 이리저리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뼈가 부러졌습니다. 이후 저는 두 달간 또 다른 개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의사는 뼈 이식과 내부 고정물 부착 수술을 했습니다. 네 시간이 걸린 수술이었고, 100만 이라크 디나르(미화 832달러)가 들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1주일이 지났는데 그 부위가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지저분했던 병원에서 감염이 일어난 거죠. 의사가 약을 처방해 줬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때 다른 의사가 저를 국경없는의사회 수술 후 치료 시설로 이송해 주었습니다.

여기 도착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내부 고정물 때문에 감염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수술 부위에서 진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개인 의사가 했던 수술 때문이었습니다. 다리에 이식했던 뼈도 감염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고정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제 부상 부위를 닦아주고 조직 검사도 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약도 처방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다리 수술을 거의 15번 받았습니다. 개인 의사한테 수술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마지막이겠지’ 싶었습니다. 그렇게 잘 끝날 줄 알았죠. 하지만 수술이 잘못되어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여기까지 와서 수술을 두 번 받았습니다. 앞으로 세 번은 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모술의 의료 상황은 너무도 나쁩니다. 병원들이 다 파괴되었기 때문이죠. 부상을 입은 뒤로 저는 공립병원은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전부 사립병원들이었죠.

부상 때문에 제 인생은 통째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저도 식구들도 너무 지쳤어요. 수술을 받을 때마다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빕니다.


공식적으로 모술 분쟁이 끝난 지 1년이 되었지만 도시를 재건하고 사람들의 삶을 일으키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모술 상당수 지역, 특히 서부 지역은 아직도 폐허 상태다. 민가와 의료 시설 곳곳에는 아직도 지뢰와 위장 폭탄이 깔려 있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사람들은 모술로 돌아와 예전 집으로 향한다. 훼손된 집들에는 물과 전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질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위험한 환경에서 다시 집을 짓다가 외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분쟁 동안 병원 13곳 중 9곳이 훼손돼 의료를 찾는 지역민들은 날마다 고군분투한다. 의료 시설 재건 활동이 극도로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인구 1만 명당 사용할 수 있는 병상은 5개밖에 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 지원에 관한 국제적 최소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 때문에 모술의 수많은 전쟁 부상 환자들은 추후 치료를 기다리며 수개월 동안 고통 속에 참아야 한다. 목숨을 보존하려고 성급히 혹은 교전선 뒤에서 수술을 받은 경우가 있다. 훼손된 팔다리와 근육을 다시 사용하고 더 이상의 마비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수술, 통증 치료,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과거에 충격적인 폭력사태를 겪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정신건강 지원도 시급하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술 안팎에서 활동하며 폭력사태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중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리는 모술 동부, 서부에서 외상 안정화 지원처 여러 곳을 운영했으며 응급실, 집중치료실, 외과, 산부인과 등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4곳도 관리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술 서부에서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실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 1곳을 운영한다. 모술 동부에서는 전쟁 부상 환자들에게 수술, 수술 후 치료를 제공한다. 2018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술 동부, 서부의 1차 의료 시설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