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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한 실향민

2020.07.22

이라크 키르쿠크의 레이란 국내실향민 캠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에는 거리두기나 자가격리와 같은 예방 조치가 중요하지만, 부엌, 욕실, 급수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밀집된 텐트에서 생활하며 구호품 배급을 위해 줄을 서야하는 국내실향민 캠프 거주민에게는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Tetyana Pylypenko/MSF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라크에서는 13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집을 떠나 혼잡하고 불안정한 임시 거처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코로나19의 위협에 가장 취약한 이들 중 하나는 국내실향민(IDP)”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의 국내실향민은 수 년 동안 불안정하고 혼잡한 공식 및 비공식 난민 캠프의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고통받아 왔습니다. 이라크 키르쿠르(Kirkuk)에 위치한 레이란(Laylan) 캠프를 비롯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몇몇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최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다른 확진자는 없지만, 캠프 내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습니다. 캠프 내에서는 스스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_굴 바드샤(Gul Badshah) 국경없는의사회 이라크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레이란 캠프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20 병상 규모의 이동식 차량으로 된 격리 및 치료 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위한 중증도 분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예방 조치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혼잡하고 비위생적인 상황으로 인해 거리두기나 의심 환자 격리와 같은 개인 보호 조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캠프 내 가정들은 대부분 한 개의 텐트에서 함께 생활하며, 적절한 위생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매일 다른 캠프거주민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며, 외부 지원이 부족해 거주민들은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고자 밖에 나가 무슨 일이든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_테티야나 필리펜코(Tetyana Pylypenko) 국경없는의사회 이라크 의료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 담당자가 이라크 키르쿠크의 레이란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거주민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적 필요를 조사하고 있다. © Tetyana Pylypenko/MSF

60세 이브라힘(Ibrahim)은 가족과 함께 이라크 키르쿠크의 레이란 캠프에 살고 있다. ©Narmeen Abbads/MSF

“저는 60세이고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하와이자 압바시 마을 출신이지만 2017년 ISIS의 공격을 받은 이후 실향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지 알리 캠프로 갔는데, 이후 이곳 레이란 캠프로 옮겨왔습니다. 저는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금 1년째 레이란 캠프에서 살고 있어요. 다섯 명이 한 텐트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네 개의 텐트가 한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저는 고혈압이 있고 아내는 신장병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해 5개월 된 아이가 감기를 앓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에는 방한을 위한 담요나 등유를 배급 받았습니다. 두 아들은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캠프 밖에 나가 일용직으로 일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통금시간 때문에 지금은 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곳저곳에서 양파나 토마토 같은 것을 받아오곤 합니다. 

 

한 달 전 비누를 배급 받았는데, 아직 화장실을 청소할 도구가 없어서 위생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누도 온 가족이 쓰기에는 부족한 양입니다. 저는 제대로 씻을 수가 없습니다.” _레이란 캠프 거주민 이브라힘 (Ibrahim)

국경없는의사회는 레이란 캠프에서 비전염성질환 치료 및 정신건강 상담, 성·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처해 있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더해, 당뇨나 고혈압, 심장 및 신장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 지속적으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캠프 거주민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일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라크 전역에서 의료 지원을 이어 나가고 현 시점에서 주민들의 의료적 필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접근과 이동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 _굴 바드샤(Gul Badshah) 국경없는의사회 이라크 현장 책임자

이라크 키르쿠크 주 레이란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교육가가 확성기로 캠프 거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보건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 Tetyana Pylypenko/MSF

이라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4월부터 이라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모술(Mosul)에 위치한 수술 후 치료센터를 코로나19 환자 격리 및 치료 센터로 전환했으며, 역내 코로나19 환자 주요 이송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는 보건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병원에서 감염 예방 및 관리와 중환자 치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르빌 (Erbil)과 바그다드에서 현지 의료 시설을 지원하며 기술적 지원과 및 물류 지원, 감염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직원 교육 등을 제공했다. 또한 이라크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존 의료 지원 프로젝트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991년부터 이라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라크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직원 1,500 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인종 및 종교, 성별,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에서 1차 및 2차 의료 서비스, 임산부 및 산모 지원, 만성질환 치료, 전쟁부상자 수술 및 재활, 정신건강 지원 및 보건교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바그다드(Baghdad), 니네베(Nineveh), 디얄라(Diyala), 키르쿠크(Kirkuk) 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 동안은 남부 나자프(Najaf)와 디카르(Dhi Qar)에서 대량사상자 사태 발생에 대한 대비를 지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 이라크 전역에서 만성질환자 진료를 45,000 회 진행했으며, 임산부 및 생식 건강에 대한 진료를 34,000 회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