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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2021년 코로나19 대응을 회고하며 - 우리의 활동은 최선이었는가

2022.01.06

미얀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작년 한 해 이루어진 코로나19 활동을 돌아보며, 그간 마주했던 한계와 이를 극복해가며 얻은 교훈을 전했다. 

미얀마 카친(Kachin)주 미치나(Myitkyina)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치료센터에 입원한 노모를 간호하는 아들. ©Ben Small/MSF

 

현재 미얀마의 공공 의료시스템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2021년 2월 1일 이후, 의료 종사자들은 병원을 박차고 나가 미얀마의 시민불복종운동* 에 참여했다. 대부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군부의 공격을 받거나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에서 의술을 펼쳤다. 현재까지 적어도 28명의 의료진이 목숨을 잃었으며, 90명 가까이 구금됐다. 

이미 붕괴 직전이었던 미얀마의 공공 의료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악재를 맞닥뜨리자 금세 과부하됐다. 

국경없는의사회 미얀마팀은 2021년 한 해 치열했던 코로나19 대응의 업적과 과오를 돌아보았다. 나아가 마주했던 딜레마나 한계, – 어쩌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 우리의 대응 또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 미얀마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파업을 선언한 공무원 등 군부 통치에 반(反)하는 시민들이 전개한 운동이다. 

 

솟구치는 사망자와 비어 가는 의약품 창고 

코로나19 확산세가 고조되자 병상이 부족해졌고, 전례 없는 수의 사람들이 자가 치료용 산소를 찾아 헤맸다. 화장터는 빠르게 몰리는 시신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던 병원 진료, 수술, 예방접종은 중단되었고, 소규모의 필수 의료팀만이 남아 코로나19에 대응했다. 불안감에 약을 사들이는 공황 구매(panic buying) 현상이 확산하며 약국 진열대는 텅텅 비었다. 

미얀마 보건부에 따르면 2021년 말 미얀마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2만 명으로,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미 높은 사망률이지만, 병원의 공식 사망자 집계일 뿐이고 비공식 사망자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사망한 코로나 환자는 합산되지 않았기에 실제 사망자 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기존 대응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공식 통계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코로나19 대응

국경없는의사회는 중등증 및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미얀마에서 가장 큰 도시인 양곤(Yangon), 카친(Kachin) 주의 미치나(Myitkyina)와 파칸트(Hpakant) 세 곳에서 코로나19 치료센터 운영 허가를 받았다. 

미얀마 카친주 미치나 지역에 위치한 40 병상 규모의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치료센터. ©Ben Small/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 치료센터를 가동하기 위해 짧은 기간 15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또한 물류팀은 산소 발생기 등 의료기기를 확보했고, 코로나19 환자 치료 시설을 확보해 두었다. 더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사, 간호사, 보조 인력으로 이루어진 의료팀을 대상으로 의료 교육을 시행했다.

 

대응은 시의적절했는가?

국경없는의사회의 첫 번째 코로나19 치료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2021년 8월 초, 이미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우리가 충분히 준비했더라면 더 신속하게 대응하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까? 불편하지만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미얀마 인접국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델타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상황이었기에 델타 변이 미얀마 유입은 불 보듯 뻔했다. 특히 국경없는의사회 인도가 산소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고 똑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이었다. 폭풍전야와 같은 이 시기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론 과거의 일이라 지금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도 있다.

미얀마에 코로나19 3차 유행은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지 6개월이 된 시점에 시작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존 활동을 유지하고 공공 의료시스템의 공백을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특히 미얀마 정부가 운영하는 에이즈 프로그램 등록 환자 수천 명의 HIV 치료도 인계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Aung San) 결핵 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병동 앞에 놓인 의료용 산소발생기. © Ben Small/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었고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초반에 의도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의료 구호활동을 펼치는 기관으로서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7월 중순 국경없는의사회는 대응을 개시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항상 최선은 아니었다 

활동을 위해서는 인슐린이나 심혈관계 약물 등 필수 의약품이 필요했다. 하지만 물류창고에는 재고가 없었으며, 의약품 수입을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내부적 절차로 여의치 않았고, 정부로부터 의약품 수입 허가를 받기도 어려웠다. 코로나19 대응 키트가 구비되어 있었지만, 혈전 치료제 등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거라 예상한 의약품은 없었고, 그나마 구비되어 있던 물자도 빠르게 소진됐다. 현지 조달도 알아보았으나 3차 유행으로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 결핵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병동에 들어가기 전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Ben Small/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얀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국민의 25% 수준인 1300만 명 안팎이다.  4차 유행이 도래한다면 공공 의료시스템은 또다시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국경없는의사회는 4차 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치료시설을 유지하고 의료 인력을 대기시키고 있다. 

내외부적 제약이 있었지만,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의 여러 코로나19 치료 시설은 야전 진료소보다 나은 수준의 치료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필수 의약품의 경우 공급 상황이 조금 개선되긴 했지만, 의약품 수입은 여전히 어렵다. 군부 정권이 들어선 후 수입 허가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졌고, 수송이 지연됐다.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의 내부 절차나 정책에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적 공급 위기 상황에서 의약품 확보나 긴급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처음 겪는 난관을 헤쳐가며 값진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대두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환자를 위한 의료적, 인도적 구호활동을 펼치겠다는 국경없는의사회 미얀마팀의 의지는 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