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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규제 조치로 사이클론 ‘모카’ 피해 대응 어려워져

2023.07.27

사이클론 모카가 라카인(Rakhine) 주를 강타한 뒤, 제가 활동하는 캠프의 약 85퍼센트는 폐허 상태입니다. 오두막 형태의 집들이 모두 파괴되어 하루 아침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은 긴급 지원이 절실한 상태입니다.”_다우 누(Daw Nu) / 미얀마 시트웨(Sittwe)에 거주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 담당자

5월 중순, 시속 280킬로미터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카테고리 5등급 사이클론 모카가 미얀마에 상륙했을 때, 다우 누의 집은 파괴됐다. 사이클론 모카는 지난 10년 간 미얀마의 라카인 주와 북서부 지역을 강타했던 사이클론 중 최대 규모였다.

라카인 주를 강타한 사이클론 모카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국내 실향민 캠프 ©MSF

규제 조치로 지연되는 인도적 대응

사이클론 모카가 미얀마를 강타한지 두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해당 재해의 엄청난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막대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대응 활동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얀마 군부가 사이클론 발생 이전에 전개되던 정규 활동 이외의 사이클론 대응을 위한 추가적인 활동 확대를 금지하는 규제 조치를 발동, 인도적 지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로 인해 식량, 위생 키트, 임시 거처 설치 및 수리에 필요한 대나무와 방수포와 같은 구호물품의 대규모 배급도 제한된다.

미얀마 군부는 추가적인 피해, 질병 발발, 인명손실을 막기 위해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인도적 지원 긴급 확대를 허용해야 한다.

재해로 인해 가중되는 고통

사이클론 모카의 최대 피해자는 분쟁으로 인해 실향 후 피난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지역사회 주민, 저지대 거주민, 인도적 지원을 구하기 힘든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임시 거처, 파괴된 식수위생 인프라 재구축, 안전한 식수 및 식량 제공,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가 가장 긴급히 충족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이클론 모카로 인해 국내 실향민 캠프 내 공공 화장실도 파괴되었다. ©MSF

이번 재해는 특히 분쟁으로 피란민이 되어 이미 인도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로힝야 및 라카인 소수민족 집단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중에서도 로힝야 민족은 이동의 자유, 의료서비스 접근, 생계수단 및 교육의 기회 등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극심한 규제를 받고 있다.

순조로웠던 초기 대응

5월 14일, 사이클론 모카가 저기압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치명적인 강풍과 함께 상륙해 다우 누를 비롯한 670,000여명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초기 대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미얀마 군부군과 아라칸군(Arakan Army) 같은 무장단체들은 도로에 남은 잔해 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통신망과 전력망 또한 늦지 않게 복구되었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드러나면서,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은 추가적인 인명손실과 피해를 막기 위해 지원 활동 확대 준비에 들어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인성 질병 예방을 우선순위로 두고 매주 9,000명에게 식수를 배급하였으며 파괴된 화장실 및 급수시설을 복구했다. 또한 점진적으로 이동 진료소 운영을 재개하고 전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상급 병원으로 긴급 전원했다.

사이클론 모카가 휩쓸고 지나간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전경 ©MSF

강제 중단된 대응 활동

그러나 사이클론 모카가 상륙한지 3주째 되던 6월 8일, 라카인 주로의 이동 승인이 잠정적으로 중단되면서 대응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동 승인이 취소되는 바람에, 라카인 주에 소재한 25개의 1차 의료 진료소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라카인 중부지역 214,000명과 북부지역  250,000명가량에게 인도적 의료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다.

활동이 중단된 지 3일 후인 6월 11일, 활동 재개 공식 승인이 나긴 했지만, 이는 사이클론 모카 발생 이전에 이미 승인됐던 활동에 국한되었다. 사이클론 모카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 확대는 승인되지 않았다.

잠정적 규제 조치의 장기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응 활동은 사이클론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응 활동 확대를 막고 있는 규제 조치 중 하나는 물품 배급을 담당하게 될 군부에 구호물품을 넘겨줘야 한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해당 조건을 따를 시, 인도적 지원의 중립성 원칙이 흔들리고 라카인처럼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주의 지역사회는 인도주의 구호단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이는 결국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기타 단체가 준수하고 있는 공평성, 중립성, 독립성과 같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반하는 조건인 것이다.

인도주의 기반 단체들은 이러한 규제 조치에 대한 주목을 끌어내고자 했지만 초기에 비해 관심이 줄고 있는 상태다.

현 상황이 ‘뉴 노멀’이 되어선 안된다

사이클론 모카가 야기한 열악한 생활 환경과 이러한 상황을 지속시키는 불필요한 규제 조치, 그리고 현상황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이 점차 라카인에서 ‘뉴 노멀’이 되어가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규제 조치는 미얀마 거주민들을 위한 후원 주체들의 재정적 기여 확정이 부족해지는 원인이다.

미얀마 군부 및 분쟁에 연루되어 있는 기타 관계자들은 사이클론 모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미얀마 군부는 관련 규제 조치를 없애고 공평성과 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의료 및 구호물품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550명 이상 직원이 시트웨, 마웅도(Maungdaw), 라테다웅(Rathedaung), 부티다웅(Buthidaung), 파욱토(Pauktaw)를 비롯한 7개의 라카인 주 타운십에서 정기 인도적 의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2년부터 미얀마에서 활동하며, 결핵, HIV, C형 간염, 말라리아를 비롯한 1차 의료 지원에 중점을 둔 장기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1,200명 이상의 내외국인 직원들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의료시설 및 이동 진료소 네트워크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및 치료를 제공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HIV, 결핵, C형 간염 환자들을 치료하며 기초 보건의료를 비롯한 성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긴급 의료사태에도 대응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라카인, 샨(Shan), 카친(Kachin) 주와 양곤(Yangon), 타닌타리(Tanintharyi)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